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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22일 대전 한국연구재단에서 열린 교육·과학·문화 분야 내년도 업무보고에서 11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 교육을 높이 평가한 사실을 언급하며 "속으로 한편으로는 미안하더라"면서 "우리 나라 교육에 불만이 많다"고 했다.이 대통령은 또 "입학사정관제도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우리 교육에 불만이 많다는 것은 아마 사교육을 잡겠다고 했지만 사교육이 사그라들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대통령이 나서서 우리 교육에 불만이 많다고 언급할 만큼 오바마 대통령이 생각하는 우리 교육은 장밋빛이 아니라 교육이 무너지는 위기에 처해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우리 교육에 불만이 있다고 언급하는 그 자리에서 교육과학기술부는 사교육을 더 부추기는 정책을 쏟아냈다. 2014년 대학에 들어갈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이제 외국어 듣기 공부에 매달려야 한다. 2014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는 외국어 듣기 평가를 현행 34%에서 50% 늘리기 때문이다. 내년 수능부터 외국어 지시문과 질문 모두를 영어로 추진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초등학교 3·4학년들은 내년부터 영어를 일주일에 1시간에서 2시간 공부해야 한다. 교과부는 영어 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라고 주장하지만 영어 수업이 늘어나는 것은 영어 비중이 높아지는 것으로 사교육이 줄어들기 보다는 오히려 더 늘어나는 것이 될 것이다.

 

지난 17일 교육과학기술부는 '2009년 교육과정 개정'을 발표했다. 개정안을 보면 학교장에게 교육과정 자율권한 준다는 이유로 20%라는 자율증감 권한을 주었다. 이는 국영수만 더 치중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눈 앞에 당장 수능시험이 닥쳤는데 국영수를 유혹을 받지 않을 학교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국영수보다 다른 과목 비중을 높이는 학교장이 있겠는가.

 

그리고 도덕과 실과, 음악, 미술, 체육을 학기마다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한꺼번에 몰아서 하는 '집중이수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참 어처구니가 없다. 도덕을 한꺼번에 몰아하는 나라가 어디 있으며 예체능을 몰아서 공부하는 나라가 어디있는가. 이런 공부들은 평생을 해야 하는 공부이다.

 

대통령은 우리 교육에 불만이 많다고 하는데 교육 정책을 담당하는 부처는 아이들을 입시 지옥으로 몰아가고, 국영수에 목매게 하고 있다. 앞뒤가 맞지 않다. 교육에 불만이 많다면 해결해야 한다.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바로 교과부가 보고한 업무와 교육과정을 고치는 것이다. "꿈을 이루는 교육과학, 문화가 꽃피는 나라"라고 펼침막에 커다랗게 써 넣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진짜 꿈을 이루고, 문화가 꽃피는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교과부가 펴는 정책은 아이들 꿈을 망가뜨리고, 문화를 죽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정말 우리나라 교육이 불만이 많다.


태그:#이명박, #공교육, #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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