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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호된 찬바람이 사람의 마음과 몸을 꽁꽁 얼어붙게 하는 날, 야간 인생들이 펼치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세상을 훈훈하게 달궈준다.

 

새벽길 쓰레기더미 옆에서 꽁꽁 언 밥을 숟가락으로 탕탕 부셔가며 허기진 배를 채우는 이들이 있다.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더미를 리어카 가득 실고 가파른 오르막을 힘겹게 오르내리는 이들이 있다. 남들이 잠든 밤, 어둠을 헤치며 사람이 버려둔 온갖 쓰레기를 거둬 아침 동과 함께 세상을 맑고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이들.

 

환경미화원. 이들은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어머니다. 혹 이들의 곁을 지날 때 코를 막고 호들갑을 떨며 잰걸음으로 피해가지 않았는가.

 

조개껍데기가 먹는 것이라고 음식물 쓰레기에 버리면 안 되고 일반 쓰레기로, 음식물 쓰레기는 물기 쫙 빼서 버리고, 캔과 병은 분리하되, 아이들 오줌이나 담배꽁초는 섞어 버리면 안 된다.

 

부산에서 20년 넘게 서민과 노동자들의 품에서 공연을 해온 <노동문화예술단 일터>의 "달밤 블루스" 공연 내용이다.

 

 

 

탄탄한 연기, 춤, 노래로 당신의 넋을 90분 동안 쏙 뽑아갈 이 공연은 지난 12월 1일부터 부산 민주노총 지하 소극장에서 열리고 있다.

 

달동네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과 포장마차 주인과의 사랑을 담고 있는 <달밤 블루스>는 서민들의 삶과 애환 그리고 노동의 고단함과 기쁨이 춤, 노래, 연기로 쉼 없이 교차하며 펼쳐진다. 배우들의 연기 실력은 말할 필요가 없다. 배우들은 대부분 스물과 서른을 고스란히 거리와 공장, 무대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면 서슴지 않고 달려 나가며 불혹을 넘긴 이들이다.

 

고속철도의 개통으로 모든 것들이 서울 중심으로 쭉쭉 빨아들이는 요즘, 이들은 부산에서 부산의 문화와 부산의 연극을 지키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부부가 함께 극단에서 일해도 한달 수입은 백만원을 넘지 못한다. 하지만 이들에겐 꿈이 있다. 전세금을 늘려가는 꿈도 내 집을 갖는 꿈도 아니다. 노동이 아름다운 세상, 노동자가 사람답게 일하는 세상, 모두가 행복하게 일하는 세상이다.

 

 

문화예술은 배우나 예술가들이 창조하고 지키는 것이 아니다. 문화예술을 느끼고 즐기는 관객들의 애정이 키워가는 것이다.

 

<달밤 블루스>는 오는 24일까지 공연될 예정이다. 공연을 보며 오랜만에 배꼽을 잡고 웃어보고, 눈이 팅팅 붓도록 울어보자. 웃고 울다보면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노동을 만날 수 있고, 한가위 보름달보다 풍요로운 사랑을 품을 수 있다.

 

구세군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12월이다. 연인들과 함께, 아이들 손을 잡고, 부모님을 모시고 우리 이웃들의 따뜻한 모습에 취해 연말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

덧붙이는 글 | ‘달밤 블루스’공연은 12월 24일까지 늦은 8시에 부산 시민회관 뒤 민주노총 지하 일터 소극장에서 열립니다. 


태그:#노동문화예술단 일터, #달밤블루스, #문화,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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