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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에 있는 습지생태공원, 경안천 근처에는 요즈음 고니들이 떼를 지어 꽁꽁 얼어버린 얼음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며 춤을 추고 있습니다. 얼음 위에 살포시 내려앉아 미끄러지듯 날갯짓 하며 착지하는 모습을 보면, 피겨왕 김연아 선수 못지 않은 실력이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고니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연못이나 호수에서 수초나 조개, 물고기 등을 잡아먹고 사는 고니는 부리가 납작하고 목이 길며 방수성인 깃털을 지니고 있습니다. 고니는 날개가 길고 끝이 뾰족하며, 꼬리와 다리는 짧고, 발에는 물갈퀴가 있습니다.

오리나 기러기에 비해 몸집이 크고 목이 길기 때문에 능숙하게 헤엄을 치며 먹이를 찾아 먹고 땅 위에서도 잘 걷습니다. 깃털은 대부분 흰색이고 부리와 다리는 검은색입니다. 겨울에는 큰 호수나 만으로 이동하며, 주로 수생식물을 먹고 삽니다. 비교적 목이 길어서 깊은 물속에 있는 식물을 뜯어먹을 수 있습니다.

백조의 호수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발레를 하기위해 준비중입니다.
 백조의 호수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발레를 하기위해 준비중입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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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안천에서 고니들이 머리 위로 우아한 모습을 자랑하며 날아갑니다.
 경안천에서 고니들이 머리 위로 우아한 모습을 자랑하며 날아갑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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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얼지 않은 부분에는 고니 가족이 모여 부지런히 수초를 뜯어먹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3~4마리의 고니 가족이 먹이를 먹고 있는 사이 또 다른 고니 가족이 먹이를 찾아 근처로 날아와 얼음 위를 미끄러지듯 우아하게 내려 앉아 착지를 하고 접근합니다. 이내 자리 다툼을 하느라 전쟁을 벌입니다.

영역 차지를 위해 여차하면 싸울 태세로 숨고르기를 하고 있습니다. 고요 속의 폭풍전야의 모습입니다. 싸우는 모습이 살벌하기 그지없습니다. 부상을 입은 고니는 한편에 한동안 쓰러져 있습니다. 우아한 백조들의 춤사위만 상상했던 저에게는 충격적입니다. 어린 새끼는 저만치 물러나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기다립니다. 가족 수가 많은 편이 유리합니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비행하는 고니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비행하는 고니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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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접근하는 고니입니다. 얼음위에서 착지하는 모습이 예술입니다.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접근하는 고니입니다. 얼음위에서 착지하는 모습이 예술입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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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니들이 영역다툼을 하며 싸우고 있습니다.
 고니들이 영역다툼을 하며 싸우고 있습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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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의 호수처럼 우아하게 춤을추는 것처럼 보이지만 살벌하게 영역다툼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백조의 호수처럼 우아하게 춤을추는 것처럼 보이지만 살벌하게 영역다툼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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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싸움이 오간 뒤 잠시 물러나 있던 고니들이 잠시 멈춰 재충전을 하고 전력질주를 하며 다가갑니다. 얼음판 위에서 멋진 한판 승부를 위해 치열한 싸움이 다시 벌어집니다. 부상을 당한 고니는 일어설 줄 모릅니다. 가족 중 가장인 듯한 다른 한 마리가 걸음아 나 살려라 줄행랑을 치는 고니를 쫓아가 징벌을 합니다. 대단한 녀석들입니다.

도도하고 아름다운 모습만 상상했다면 큰 착각입니다. 상상을 초월한 싸움이 자주 벌어지곤 하니까요. 고니들이 싸우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백조의 호수의 주인공처럼 우아하게 춤을 추는 것처럼 보입니다. 큰 소리를 내며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온갖 힘을 동원하여 공격을 합니다. 한 번의 전쟁을 치른 뒤 침범했던 다른 고니 가족이 떠나자 경안천에는 다시 고요가 찾아 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고니가 폼나게 날개를 펼치고 우아한 자태로 하늘을 날며 한 바퀴 선회 합니다. 때론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졸고 있는 녀석도 있습니다. 영역 다툼하는 친구들을 수수방관하는 녀석들도 있습니다. 승리한 녀석들은 평온을 즐기며 얼음위에서 산책을 하며 오수를 즐기기도 합니다.

고니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사진가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니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사진가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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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에서 고니를 찍기 위해 경안천까지 왔다는 김도정(53)씨는 고니에 대한 상식이 풍부합니다. 고니들의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언제쯤 날아 오를 것이라든지 등 다양한 정보를 주어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기도 합니다. 물론 새들이 날 수 있는 시간은 새만 알 수 있다는 농담도 덧붙이면서 말입니다.

"고니를 자세히 보면 고니 발바닥이 새까맣거든요. 왠지 아세요?"
"글쎄, 모르겠는데요."
"백조의 호수에 나오는 발레리나 백조를 생각하며 깔끔하리라고 생각했다면 꿈 깨랑게요. 저 녀석들 지저분한 녀석들이라고요. 태어나서 한 번도 발을 씻지 않아 발바닥이 시커멓당게요. 그것도 모르면서 고니를 보러 오셨당가요? 그리고 저 녀석들 잠자는 모습 자세히 한번 보세요. 추워서 겨드랑이 사이 날개에 얼굴을 묻고 잠을 자는 거 보이쥬. 하하하."

네! 잠시 멍하게 쳐다보는 저의 모습을 보더니 고니를 찍기 위해 온 10여명이 넘는 주위 사람들이 모두들 호탕하게 웃습니다. 농담에 잠시 바보가 된 것 같습니다. 참 재미있는 사람입니다.

<오마이뉴스>의 열렬한 팬이라는 모 사진클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영규(56)씨는 경안천방문이 두번째 랍니다. 고니들이 특히 오늘 멋진 비행을 많이 보여주었다면서 서로 자리다툼하는 등 다양한 표정들을 볼 수 있어 좋았다고 합니다. 몇 번을 찾아와도 도도한 고니가 쉽사리 날지 않아 실패했다는 사진가들이 다양한 포즈를 취해 주는 고니를 보며 오늘은 행운이 따르는 날이라며 기뻐합니다.

우아하게 비행하는 고니
 우아하게 비행하는 고니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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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니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기위해 거의 매일같이 출근한다는 다른 사진가는 고니들의 움직이는 모습만 봐도 어떤 행동인지를 모두 알고 있다고 합니다. 밤이 되면 팔당으로 잠을 자러 가기위해 이동한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아시아, 유럽 북부, 북아메리카에서 번식하고 가을에 한국에 날아와 겨울을 보내는 고니는 천연기념물 제201호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답니다.


태그:#고니, #경안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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