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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을 PC방 컨셉으로 꾸며 온라인게임에 열중인 두 아들. 어느새 초등학교 4학년과 1학년으로 훌쩍 자랐다.
▲ 승규와 태림 거실을 PC방 컨셉으로 꾸며 온라인게임에 열중인 두 아들. 어느새 초등학교 4학년과 1학년으로 훌쩍 자랐다.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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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딸 낳아서 예쁘고 귀엽게 키워보는게 소원이었던 우리 가족. 결국 아들만 둘 가진 아빠가 되는 것이 나의 운명이란 말이더냐. 딸 낳기가 그렇게 힘들단 말인가! 배부른소리?

그렇다. 귀엽고 씩씩한 태림(12살), 승규(8살) 형제를 내려주신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리라. 그들의 지난 어록을 소개해볼까 한다.

사내 아이들이라 커가면서 크고 작은 말썽에 힘이 들기도 하지만, 재롱 한 번에 모든 고민과 한숨이 다 날아가버리곤 했다. 지금은 약간 커서 소개할 만한 어록이 거의 없지만 한 3~4년 전만 해도 뒤집어질 만한 표현들이 난무했다. 아이들의 기상천외한 어록을 생각날 때마다 기록한 것 중 일부를 소개한다.

# 5년전(2004년)

가끔씩 두 아이들이 사용하는 단어를 들으며 놀라곤 한다. 어디서 배웠는지 중고생들이나 쓸 법한 비속어에 한자 성어와 영어 단어까지 구사하는 그들의 능력의 한계는 어디인가?

2002년 3월 12일생인 둘째아들 승규
▲ 승규의 생일 2002년 3월 12일생인 둘째아들 승규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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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림이(7살)에게 엄마가 묻는다.

엄마 : "태림아, 넌 커서 뭐가 되고 싶니?"
태림 : "난 커서 경찰이 돨래요."
엄마 : "음... 이유가 있을것 같은데? 왜 경찰이 되고 싶은 거지?"
태림 : "그건요~! 도로에서 카메라 숨겨놓고 많이 많이 찍어서 돈 많이 벌려구요..."
엄마 : "......"
(당시 아빠가 이동식 카메라 단속에 몇 번 걸려서 고지서를 받았는데, 그것을 본 모양이다.)

이번에는 이제 막 이런저런 말을 배우고 있는 승규(3살)에게도 물었다.

엄마 : "승규야, 넌 어른되면 뭐가 되고 싶어?"
승규 : "경찰 아찌 되꺼야."
엄마 : "어? 형아하고 똑같네. 넌 왜 경찰 아저씨가 되고 싶은데?"
승규 : "엄마 아빠 내 말 안 들으면 총으로 쏴버릴라고..."
엄마 : "......"

생각 없이 툭툭 내뱉는 대답은 더욱 가관이다. 태림이와 승규가 축구공을 가지고 방에서 놀고 있었다.

태림 : "야호! 난 이동국이다! 덤벼라. 내 공을 뺏어봐랏!!"
승규 : "그럼 난 삼동국이닷!! "
태림 : "...."
(참고로 승규는 이동국이 누구인지를 몰랐다.)

아빠 : "우리 김씨 집안에 인물났네... 하하하."
승규 : "나 김씨 아닌데..."
아빠 : "그럼 김씨 아니라 무슨 씨지?"
승규 : "난, 승씨야...이승기하고 같은 승씨."
아빠 : "......"

# 조금 더 성숙한 3년전(2006년)

승규(5살)는 요즘 새로운 노래를 배웠다.

"리리~ 리자로 끝나는 말은 병아리, 개구리, 오리, 항아리..."

어린이집에서 낱말 노래를 배운후 혼자서 하루종일 중얼거린다.

"마마~마자로 시작하는말...  김김~김자로 시작하는말... 도도~도자로 끝나는 말은... 중얼중얼..."

어느날, 퇴근해서 돌아온 아빠에게 기다렸다는 듯이 묻는다.

승규 : "아빠, 내가 노래로 문제 내테니까 마텨바."
아빠 : "응, 해보세요."
승규 : "공공~공자로 시작하는 말, 머까요?"
아빠 : "음... 공으로 시작하는 말이 뭐가 있을까? 뭐가 있지?"
승규 : "아빤, 그거또 모르냐,  공일공이지!" (여기서 말하는 공일공이란 이동통신 010)

승규 : "음, 그러면 아빠 또 하나 내테니까 마텨바. 이번엔 아주 쉬운거야. 함함~함자로 시작하는 말은?"
아빠 : "함? 모르겠는데."
승규 : "아빠는 그거또 모르냐, 당연히 함아지."
"함아?" (*여기서 말하는 함아란 '하마'였다)

승규는 주로 엄마와 이제 막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태림형에게 이것저것 노래도 따라 배우고 특히 끝말잇기 게임을 아주 좋아했다.

드디어 말많고 탈많은 끝말잇기가 시작되었다.

형 : "이빨"
엄마 : "빨대"
승규 : "음....... 대바"
형 : "야! '대바'가 머야?"
승규 : 손바닥을 내밀며 "자... 대바" ('대바' → 해석하면 "대봐"="내밀어봐") 
(다시 게임은 이어지고)

엄마 : "택시"
승규 : "시......? 아, 맞어...시~팔~"
엄마, 형 : "헉!" (잠시 침묵)
엄마 : (가다듬고, 태연한 척) "승규야, 그게 뭔데...."
승규 : "10(십)하고 8(팔)이야. 시~팔~"

99년 4월생인 큰 아들 태림은 승규에 비해서는 제법 의젓하다.
▲ 의젓한 큰 아들 99년 4월생인 큰 아들 태림은 승규에 비해서는 제법 의젓하다.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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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야흐로 2009년

승규가 어느덧 초등학생이 되었다. 기상천외한 어록으로 주목을 받은바 있는 승규의 최근 어록도 만만치 않다.

상황1.
태림 형이 독후감을 쓰기 위해 책을 읽고 있는데 '독립운동'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독립운동에 대해 엄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곁에서 듣고 있던 승규가 참견할 차례가 왔다. 하지만 승규의 사오정 같은 대답에 난 쓰러지고 말았다.

승규 : "독립운동이 무슨운동이야?"
형 : "?????????"
승규 : "그거 올림픽에도 나와?"
형 : "헉!!!"
승규 : "나도 독립운동 열심히 해서 금메달 따고 싶다."

상황2.
어느 토요일오후. 아빠, 엄마, 태림, 승규 이렇게 넷이서 차를 타고 있는 중에 비가 부슬부슬내리고 있었다.

승규 : "아빠 오늘 장날인가봐?"
아빠, 엄마, 형 : "??????" (진짜로 5일장이 서는 날이었다.)
아빠 : "너 오늘 장날인 거 어떻게 알았어?"
승규 : "비가 오니깐 장날인가봐!"

아이들만이 발견할 수 있는 그 상상과 통찰력이 새삼 놀랍다. 아이들의 어록 하나하나에 울고 웃는다.두 아이들이 만들어낸 말들을 조금씩 정리하여 후에 아이들의 재밌는 추억으로 남겨주고 싶다.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바라는 것처럼 예쁘게 자라주면 너무나 고마운 일이다.

승규, 태림 두 형제의 우애가 변치않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란다.
▲ 건강하게 자라다오 승규, 태림 두 형제의 우애가 변치않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란다.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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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어록, #형제, #태림, #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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