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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허드레 눈이 내리고,

 

빵을 구으려고

늙은 사내는 밀가루에 물을 붓네.

노릇노릇 구워지는 붕어들은

하나 같이 달콤한 사랑을 간직하고 있네.

 

가만히 생각하면, 노릇노릇 연탄불에

붕어빵이 구워지는 것을

구경만해도 그해 겨울

코흘리개 나는 춥지 않았네.

 

그 가난한 행복만큼 

가스등을 밝혀두고,

동네 골목 어귀에서

늦은 귀가를 기다리며,

한 마리 두 마리 세마리

늙은 사내는 열심히 붕어빵 구워

아들 딸 공부시켰다 자랑하네. 

 

전선 위에 앉은 어미 참새들

마음씨 후한 사내에게 

까맣게 탄

붕어빵 찌꺼기 얻어서 

돌아들 가고,

 

점점 어둠이 깔려오면

언덕 위의 교회당 십자가 불빛에

*만나처럼 구워지는 별빛들

붕어빵처럼 따뜻하네.

 

노릇노릇 늙은 사내가 굽는 

붕어빵에는 붕어 한마리 없어도, 

어깨 추운 겨울 사람들

따뜻한 성탄 선물처럼 받아서

총총히 집으로 돌아들 가네.

덧붙이는 글 | *만나; 가톨릭 의식때 쓰이는 빵 이름


태그:#붕어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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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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