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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은 운영되는 과정에서 꾸준히 문제점이 제기돼 왔다. 우리나라 국립공원에 편입돼 있는 토지 중 39퍼센트는 사유지다. 이는 모두 국유지인 미국국립공원이나 25퍼센트의 사유지를 이용하는 일본국립공원에 비하면 상당한 비율이기에 우리나라에서는 토지 이용 제약으로 인한 재산권 침해 소송이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특히 설천과 상주가 속해있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경우 83.1퍼센트가 사유지로 지역개발과 편의시설 확충 등에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또한 국립공원은 개발이 제한돼 있어 주민이 다수 거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전이 더디다.

국립공원 내 주거시설 건축물은 100제곱미터 이내로만 건립 가능해 제대로 된 주거시설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농수산물 보관시설은 600제곱미터까지 허용돼 있어 조합ㆍ법인 형태의 시설은 입지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또한 지자체와 토지 소유자는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것보다는 지역경제활성화 등을 위한 개발을 중시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개발 제한으로 주민생계시설이나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것도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고 과다한 시간이 소요되는 등 많은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이에 환경부는 계속되는 민원을 해결하고 보다 효율적인 공원 관리를 위해 지난 1월부터 내년 12월까지 국립공원을 대대적으로 개편키로 했다.

우선 공원구역을 새롭게 조정한다. 공원경계와 연접하고 생태가치가 높은 국공유지를 적극 편입시켜 생태계 연결성을 확보하고 자연자원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지역을 공원에 편입시킨다.

주민들이 집단적으로 거주하는 지역과 숙박ㆍ음식업소 등이 밀집된 기 개발지역, 농경지 등 보전 가치가 적고 공원의 목적에 적합하지 않는 지역은 공원구역에서 해제된다.

그간 국립공원 조정을 기대했던 주민들로서는 반가운 정책이 아닐 수 없다. 많은 주민들은 국립공원 해지로 그간 누리지 못했던 '자유'를 기대하며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앞서 남해군은 지난해 3월 국립공원운동연합남해군지부를 구성하고 9월 4일 국립공원구역 계획변경 타당성 용역을 발주했다.

용역 발주 이후 지난해 10월 읍면장을 통해 주민의 의견을 수렴했고, 용역 중간보고회, 의회 간담회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접수받고 용역에 반영시켰다.

그 결과 남해군 내의 국립공원구역은 경우, 농경지가 많고 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돼 용역 결과 설천 45퍼센트, 상주 40퍼센트 정도를 해지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고, 주민들의 기대감도 한층 높아졌다.

하지만 지난달 있었던 '한려해상국립공원 공원구역조정 협의회'에서 주민들의 기대는 무참히 깨졌다.

협의회에서 공단측이 군과 주민들이 요구하는 해제구역은 환경부가 제시한 '국립공원구역 조정기준'에 맞지 않아 실제 요구안대로 국립공원을 해제하는 것에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컬러로 표시된 부분이 현재 한려해상국립공원이고 붉게 표시된 부분이 주민들이 원하는 해제구역이다. 남해대교구역의 경우 주민들은 총 44.3%를 해제해주길 원하는데 반대 환경부 기준안에 따르면 공원경계부(붉은색 테두리)와 인접한 마을과 농경지를 제외하면 고작 2~3%정도만 축소된다.
 컬러로 표시된 부분이 현재 한려해상국립공원이고 붉게 표시된 부분이 주민들이 원하는 해제구역이다. 남해대교구역의 경우 주민들은 총 44.3%를 해제해주길 원하는데 반대 환경부 기준안에 따르면 공원경계부(붉은색 테두리)와 인접한 마을과 농경지를 제외하면 고작 2~3%정도만 축소된다.
ⓒ 김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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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주민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 남해군의회 윤백선 의원을 필두로 하는 국립공원조정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15일 한려해상국립공원사무소를 항의방문해 기존 용역대로 환경부에 상정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 것이다.

윤백선 의원은 "국립공원구역 조정을 앞두고 군이 타 지자체보다 발빠르게 움직여 결과를 만든 용역이 환경부의 기준과 차이가 있다고 그 결과를 무시하는 것은 지역 주민들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한려해상국립공원이 남해군민들을 생각한다면 최소한 그 용역결과를 환경부에 상정만 시켜달라"고 요구했다.

대책위가 환경부를 방문해 주민들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기회라도 만들기 위해서는 군에서 발주한 용역 결과가 환경부에 보고돼야 한다는 것이다.

남해군이 지난 3월 발표한 자체 용역 최종안은 해당지역민의 의견을 수용해 '남해대교지구는 44.3% 해제, 상주ㆍ금산지구는 기존면적의 21.2% 해제'를 요구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환경부가 올 1월 발표한 국립공원구역조정 축소 기준은 '국립공원 경계선과 인접한 주거지역과 농경제는 국립공원구역에서 제외하되 나머지 구역은 '총량제'를 적용'하게 된다. 이에 따르면 주민들의 요구사항과는 관계없이 국립공원의 일부분만 제외될 것이다.

상주금산지구는 파란색 부분을 새로 편입시키는 대신 21.1%를축소하길 원한다. 하지만 국립공원은 군청에서 실시한 용역이 환경부 기준안과 상이하기에 이를 상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상주금산지구는 파란색 부분을 새로 편입시키는 대신 21.1%를축소하길 원한다. 하지만 국립공원은 군청에서 실시한 용역이 환경부 기준안과 상이하기에 이를 상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 김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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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호 한려해상국립공원사무소장은 "공원조정방안이 기준안에 따라서 이뤄짐에 따라 기준안이 마련되기 전인 9월부터 시작한 남해군의 용역결과는 기준과 상이한 부분이 존재하고, 따라서 상정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책위는 "자연보존가치가 낮은 농경지는 국립공원으로서의 가치를 이미 상실했으며 장기적 발전계획을 그려본다면 군의 용역결과에 따라 국립공원이 해제돼야만 한다"고 뜻을 굽힐 수 없음을 시사했다.

또한 국내 국립공원에 편입된 토지 중 39%가 사유지인데 반해 군내 국립공원은 83.1%가 사유지로 특수성을 인정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두 시간 가량 진행된 대책위와 공원사무소간의 간담회에서 신 소장은 "국립공원 조정에 각 공원이 '재량권'이 없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못한다"며 "안건을 지역총괄협의회에 상정하는 등 우회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 대안으로는 ▲국립공원 담당 공무원을 대동해 각 지역을 직접 현재 실정에 맞게 구역을 결정하고 ▲대책위나 군의 이름으로 기존 용역결과와 현재 군의 특수성, 해결방법 등의 의견을 직접 올리며 ▲금산의 상사바위나 군립공원, 도립공원 등 해제구역을 대체할 수 있는 편입구역을 지정해 '총량제'에 맞춰 총괄협의회에 건의하는 방법 등이다.

윤백선 의원은 "이번 공원구역조정이 기존안대로 되지 않는다면 군민들은 수십년간 겪어온 고통을 최소한 10년은 더 겪어야 한다"며 "계속 대책을 강구하고 필요하다면 환경부에 항의방문을 해 요구안을 관철시킬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국립공원구역조정을 위한 남해군민들의 대응이 어떤 성과를 낼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환경부의 공원구역 조정기준
제4절 공원구역의 해제
1. 해제 검토기준

공통기준(모든 국립공원에 적용)
-자연자원으로 가치가 낮고, 공원의 이용목적에 적합하지 않은 지역
◇공원 지정 이전부터 주민들이 집단적으로 거주하는지역
◇숙박·음식업소 등이 밀집된 기 개발지역

○공원 경계부
- 소규모 마을, 자연마을지구, 밀집마을지구, 집단시설지구
- 도로, 하천, 호소 등으로 단절된 파편화 지역

○공원 내부
-국도, 지방도, 시·군도, 면도 등 도로에 접한 아래지역
·20호 이상 자연 및 밀집마을지구, 집단시설지구
-해안선에 인접한 아래지역
·20호 이상 자연 및 밀집마을지구, 집단시설지구

○위의 해제지역에 연접한 보전가치가 낮은 아래지역
·소규모 마을, 자연 및 밀집마을지구, 집단시설지구, 농경지 등

해상·해안 국립공원의 추가 적용 기준

○간척 또는 매립 등으로 보전가치가 낮은 지역

○대규모로 개발된 항·포구 지역


태그:#남해, #한려해상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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