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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지금 불법 집회를 하고 있다. 즉시 해산해 달라. 그렇지 않으면 경찰력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여기까지 어떤 마음으로 올라왔는지 알고 있나? 우리도 지긋지긋하다. 차라리 잡아가라. 장애인도 인간이다. 장애인 생존권 보장하라!"

 

15일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 국회 경위·청원 경찰들과 10여 명의 장애인들이 4대강 사업 예산과 맞바꿔진 장애인 예산을 복구하기 위한 위태위태한 대치를 벌였다.

 

"차별을 철폐하라"고 적힌 파란색 조끼를 입은 이들은 휠체어를 버리고 국회 본청 계단에 몸을 실었다. 그 중  누구 하나 제 힘으로 걸을 수 있는 이, 제 힘으로 몸을 세울 수 있는 이가 없었다. 그러나 모두 엉덩이로 바닥을 밀어가며 본청 앞 마지막 계단까지 올라갔다.

 

고작 28개 밖에 안 되는 계단에도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중간에도 못 미쳐 드러누워 거칠게 숨을 내쉬는 이도 있었다. 계단 위로 올라가지 못한 20여 명의 장애인들은 '악'을 쓰며 계단을 기어오르는 그들과 함께 했다.

 

최용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지난 한 달간 여의도에서 천막 농성을 했지만 장애인예산에 대한 어떠한 답변도 한나라당으로부터 듣지 못했다"며 "국가가 책임지고 보호해 주겠다는 장애인 정책이 예산이 뒷받침 안돼 무산되는 절박함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해산경고와 대치, 아우성 속에서 장애인들은 40여 분간 끝없이 외쳤다.

 

"4대강 예산 삭감하고 장애인 예산 복구하라!"

 

야4당과 시민사회단체들 "4대강 막기에 민주당 앞장서라"

 

앞서 이 자리에는 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 등 야4당과 한국진보연대·한국여성단체연합·민주노총·4대강 저지 범대위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 300여 명이 장애인들과 함께 '민생예산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4대강 사업 예산 삭감과 민생 예산 증액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2012년까지 무려 22조원이 넘는 '4대강 죽이기' 사업을 막무가내 시행하면서 우리나라 예산안이 '초토화'되고 있고 나라 빚도 급증하고 있다"며 "더 심각한 일은 예산이 부족하자 이 정권이 온갖 민생예산을 삭감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민주당을 제외한 모두가 한 목소리로 원내 제1야당인 민주당이 4대강 예산 삭감에 앞장설 것을 요구했다. 지난 14일 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농림수산식품위가 여·야 합의 아래 4대강 사업 관련 예산인 '농업용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 포함 2010년 예산안을 의결한 것에 대한 날선 비판도 쏟아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민주당께도 부탁한다, 이러한 절절한 요구를 한 명의 대오 이탈 없이 싸워서 민생예산 복지예산으로 바꾸는 데 함을 합하자"고 호소했다. 앞서의 농림수산식품위 예산안 통과 논란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역시 "작년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MB악법을 밀어 붙여 국회가 전쟁터가 된 바 있는데 이번에는 한나라당이 4대강을 밀어 붙이고 있다"며 "야당 국회의원으로 쉽지 않지만 남은 기간 동안 야당 모두 힘을 다하겠다, 서로 부족한 점은 지적도 하면서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갔다. 유 의원은 "이번에 국회가 뭔가 보여줘야 한다, 민주당 앞장선다면 따르겠다"며 "민주당이 4대강 막아내고 민생예산 복구하면 그 공 다 가져가고 정권 탈환한다 해도 찬성하겠다"고 민주당의 강경한 입장을 촉구했다. 

 

"민주당, 당내 혼선 빚는 모습 우려스러워... 대오 다시 추스리자"

 

 

시민사회단체들도 '4대강 예산 삭감·민생 예산 증액 공동전선'에 대한 민주당의 재결속과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4대강 저지 범대위 공동위원장인 민만기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은 "어제 농림수산식품위에서 4대강 관련 예산안이 통과되면서 시민사회단체들은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원내 제1야당이 전략적으로 타협안을 만들 수도 있지만 당내 혼선을 빚는 모습을 보였다"고 민주당을 꾸짖었다.

 

그는 아울러, "우리의 대오를 다시 추스릴 것을 요구한다"며 "국민의 예산뿐만 아니라 환경과 국토를 지킨다는 각오로 비상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들만의 서민'을 위해 굉장히 잘하고 있는데 우리는 너무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도 일사불란하게 잘해보자"고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특히 "민주당이 앞장서야 한다, 불가피한 운명이다"며 "현재 이명박 정권과 길거리에서 맞짱뜰 수 있는 것은 솔직히 민주당이다, 민주당만 나선다면 민주노총도 총파업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민생예산촉구 결의대회'에 참석한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국민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자신들이 필요한 예산만 밀어붙이겠다는 이명박표 2010년 예산을 민주당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재차 민주당의 의지를 밝혔다.

 

정 대표는 이어, "한나라당 의원들도 제발 청와대의 거수기에서 벗어나 국회의원답게 의회로서의 모습을 제대로 만들어가야 한다"며 "야4당은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해 확실히 투쟁하겠다"고 공언했다.


태그:#4대강 사업, #예산, #민주당,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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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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