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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답사를 하고 나면 꼭 하는 일이 있다. 문화재 앞에 서있는 문화재에 대한 안내가 적혀있는 설명을 찍는 일이다. 해당 문화재관련 자료를 찾아보면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지만, 나름대로 이 안내판을 찍어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언젠가 강원도 고성의 한 사찰에 있는 보물을 보니, 몇 군데 설명이 틀린 곳이 있었다. 관련기관에 이야기를 해서 고치기는 했지만, 모르는 사람들은 그런 안내판의 오자나 잘못된 내용 때문에 혼란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안내판을 보는 사람들은 정확한 내용을 알 수가 없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틀린 설명을 그대로 보고 가기 때문에, 문화재에 대한 올바른 내용을 알 수가 없다. 또한 그런 잘못된 내용을 올려놓고도 나 몰라라 하는 관계기관은 잘못을 알려주어 시정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잘못된 안내판 수년이 넘도록 방치

 

고택답사를 하면서 청풍문화재 단지를 찾았다. 2004년에 4월 14일에 들려보고 올 12월 12일에 찾았으니, 오랜만에 찾아본 것이다. 그런데 황석리 고가에 대한 글을 작성하다가 보니 이상한 것이 있다. 황석리 고가에는 한데 부엌이나 사랑방 앞에 툇마루가 없는데도 그렇게 설명이 되어있다. 찍어 온 자료를 수십 번은 더 반복해서 본 것 같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없다. 제천시청과 문화재청의 자료를 보았다. 두 곳이 다 똑같은 내용이다.

 

2004년도에 찍어 온 자료를 뒤져보았다. 안내판은 바뀌었지만 지금과 같은 내용이다. 그렇다면 5년간, 아무도 이 잘못된 안내판을 지적을 한 사람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우리는 우리 문화에 대해서 소홀했다. 담당기관도 그 수많은 관람객들도 아무도 이런 잘못을 모르고 지나갔다는 것이 참 낯 뜨겁다. 물론 그 중에는 나도 포함이 된다.

 

문화재청의 설명, 이해 할 수 없어

 

최 상급기관인 문화재청과 제천시 모두 판에 박은 실수를 했다. 잘못된 정보를 올리고 그것을 당연한양 방치를 한 것이다. 여기서 최상급기관인 문화재청과 황석리 고가 앞에 있는 안내판의 문화재 설명을 보자. 

 

시도유형문화재(제천) 제84호 황석리 고가

청풍 황석리에 있는 옛 집으로, 앞면 4칸 규모이며 오른쪽 앞에 퇴칸을 두었다. 부엌·안방·웃방을 나란히 배치하고 끝에 사랑방을 두었다. 안방과 웃방 앞에는 마루를 놓았고, 사랑방 앞에는 마루 없이 옥외 취사공간인 한데부엌을 두고 머리퇴에 툇마루를 놓아 손님을 맞을 수 있게 하였다. 청풍 황석리 고가는 머리퇴를 둔 4칸 집의 가장 대표적인 유형이다.(문화재청)

 

지방문화재 제84호 청풍 황석리 고가

이 가옥은 원래 청풍면 황석리에 있었던 조선 말기의 목조기와집으로 충주댐 건설로 수몰되게 되어 1985년에 이곳으로 이전 복원하였다. 안채는 4칸 규모의 기와집으로 오른쪽 앞면에 툇간을 두었다. 정남향의 '-'자형 구조인데 왼쪽으로부터 부엌, 안방, 웃방을 나란히 배치하고 끝에 사랑방을 두었다. 안방과 웃방 앞에는 마루를 놓았고, 사랑방 앞에는 마루를 놓지 않고 옥외 취사공간인 한데부엌을 두고 그 오른쪽에 툇마루를 설치하여 손님을 맞을 수 있게 하였다. (문화재단지 고가 앞 안내판)  

 

두 곳의 잘못된 안내판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서 사랑방의 툇마루나 한데부엌은 황석리 고가가 아닌 후산리 고가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최상급기관인 문화재청이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잘못된 정보를 올려놓았다는 것은 이해가 가질 않는다. 더욱 청풍문화재 단지를 관리하는 담당기관에서도 아무도 그런 사실을 몰랐다는 점이다. 일 년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가는 곳이다. 그러한 곳에 잘못된 안내판을 한 번도 확인해보지 않았다는 것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납득이 가질 않는다.

 

우리 문화재의 현실이란 생각에 마음 아파

 

이런 문화재 안내판이 어디 황석리 고가뿐일까? 어제 아침 청풍문화재 단지의 안내판을 확인하기 위해, 제천관광시설관리소에 확인 전화를 했다. 안내판이 잘못된 것 같은데 확인을 하고 전화를 달라고 부탁을 했다. 혹 내가 잘못 알고 있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두 시간 정도 지나 전화가 왔다.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문화재 조사를 한 교수에게 부탁을 했고, 그 내용을 받아 그대로 안내문을 제작했다는 말이다. 바로 다시 내용을 수정하여 제작을 하겠다는 답변이다.

 

그 과정이야 어떻든 간에, 그리고 어디서 잘못 되었든 간에 마음이 아프다. 그 오랜 시간동안 잘못된 것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것이. 소중한 문화유산을 그런 식으로 홀대했다는 생각에. 그리고 안내판을 새로 제작하면서 내용이 조금 바뀌었는 데도 불구하고, 정작 잘못된 내용을 그대로 안내를 한 담당부서의 무책임에 답답하기만 하다. 이것이 현재 우리 문화재가 처해있는 현실이라는 생각에. 

 


태그:#청풍문화재단지, #안내판, #황석리 고가, #제천,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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