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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의 끝없는 논란거리인 사교육 문제가 단지 중고생 자녀의 문제만은 아니라 대학생까지 이어져 경제적 심적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사실이 충격을 더한다. 요즘 대학가에는 스펙 쌓기 열풍이 불고 있다.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학점, 토익, 자격증, 봉사활동 등 준비해야 할 스펙의 종류가 늘어나고 있음은 익히 알려진 바이지만, 이로 인해 고등학교에 이어 사교육비 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추세라는 사실은 심각한 사회문제의 적신호로 보인다.

이러한 사실은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에서 11일 발행한 신문 <女론의 여론> 취재팀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성균관대, 한국외대 등 서울 소재 14개 대학 1,000명을 대상으로 사교육 실태 여론조사에서 드러났다. 설문조사는 지난 11월 8일부터 11월 15일까지 진행됐고 신뢰도 95%에서 ±3.1P이다.

서울소재 14개 대학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 사교육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 대학생 여론조사 발표지면 서울소재 14개 대학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 사교육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 박상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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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취업난으로 요즈음 대학생 평균 졸업 연한은 6년으로 조사됐다.
▲ 4년제 대학 졸업 평균 6년? 심각한 취업난으로 요즈음 대학생 평균 졸업 연한은 6년으로 조사됐다.
ⓒ 박상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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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에 대학까지 이어진 사교육 후폭풍

대학생들에게 고등학교 때 방학 기간에 사교육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86%가 "그렇다", 13%가 "그렇지 않다"라고 답했다. 대학생인 지금 겨울 방학 때 사교육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76%가 "그렇다", 23%가 "그렇지 않다"라고 답했다.

눈여겨 볼 대목은 고교 재학 당시 사교육 비율이 대학생보다 10%가량 더 높은 데 반해,  월 평균 사교육비는 대학생들 때가 75만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해 고교 때 보다 월 평균 6만 원가량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 점이다. 고교 때 수능을 위해 사교육비를 지출하지만 대학생 때는 토익, 토플, 자격증, 영어회화능력, 공모전 수상경력, 봉사활동 등 다양한 스펙을 통해 취업문을 돌파하기 위해 또 다른 사교육비를 지출하면서 등록금 부담에 사교육비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 사교육비가 79만원이라는 사실은 염연히 전체 평균치이다. 취업관련 아카데미의 경우는 대학생 방학 기간을 기준으로 평균 등록비용만 110만 7708원, 영어캠프나 어학연수의 경우 평균 2,739,000원이 소요되는 등 그 비용 자체가 등록금 1/3~1/2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서 영어캠프나 어학연수 비용은 고등학교 때 평균 비용이 3,536,000원으로 대학생보다 80만 원가량 더 높게 나왔지만, 고등학교 때 1,000명 중 11명이 계획했던 영어캠프와 어학연수를 대학생 때는 146명이 계획하고 있어 13배가량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대학생의 사교육 계획은 토익, 토플, 텝스 등 어학시험 대비 학원 등록이 53%로 가장 많았고 한 달 평균 비용은 368,000원이었다. 이는 460,000원의 대학 입시 학원 한 달 평균 비용보다 낮은 액수이지만 어학시험을 제외한 기타 사교육비 지출이 다양한 형태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자격증 준비를 위해 평균 194,000원을 지출한다는 응답자가 32%, 영어캠프 및 어학연수에 2,739,000원을 지출한다는 응답자가 15%, 해외봉사활동, 공모전 등 대외활동에 492,000원을 지출한다는 응답자 14%, 취업관련 아카데미 등록에 평균 1,107,000원의 비용을 지출한다는 응답자는 10%를 차지했다.
조사대상 86%가 고교 때 사교육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 고교 때 사교육 설문 조사대상 86%가 고교 때 사교육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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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대상 대학생 76%가 이번 방학 때 사교육 계획이 있다고 답변했다.
▲ 사교육문제 도표 조사대상 대학생 76%가 이번 방학 때 사교육 계획이 있다고 답변했다.
ⓒ 박상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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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에 가려진 대학 사교육문제 심각, 정확한 실태조사와 지원책 강구해야

고등학교 때 사교육은 입시학원, 입시과외, 입시 인터넷 강의 차지 비율이 85%, 어학과 논술 등 기타 비율이 15% 등 대부분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 대비에 편중되어 있었다. 그렇게 대학에 진학한 후에는 토익, 토플, 텝스 등 어학시험 대비 학원등록, 자격증 준비, 취업관련 아카데미 등록, 영어캠프 및 어학연수, 해외봉사활동, 공모전 등 대학 정규 커리큘럼 외 사교육비 지출이 다양한 형태로 만만찮게 지출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취업난 앞에서 스펙 관리와 함께 학점까지 관리하는 한국판 대학생들의 심각한 이중고를 엿보게 한다.

여기에 의치학전문대학원 입시를 준비하는 재학생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한양대 생명과학과 박영민(24세)씨는 "의치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학원 등록이 거의 필수적인데 종합반 과정이 200만 원 정도이다. 비용은 많이 들어 부담스럽지만 단기간에 승부를 봐야하고 분량이 추상적이라 학원에 등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사대상 91%가 고교 때 방학기간에 사교육을 받았다고 답변했다
▲ 사교육 설문 도표 조사대상 91%가 고교 때 방학기간에 사교육을 받았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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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85%가 취업을 위해 이번 겨울방학 때 어학과 자격증 대비 사교육을 받을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 사교육 문제 도표 대학생 85%가 취업을 위해 이번 겨울방학 때 어학과 자격증 대비 사교육을 받을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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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은 타이틀만 '취업전쟁'으로 바뀌었을 뿐, 고교 때 '입시전쟁'의 연장선상에서 사교육 전쟁은 여전히 끝나지 않는 것이라고 아우성이다. 성균관대 경제학과 엄정동(25세)씨는 "토익이나 토플 학원, 어학연수, 해외봉사활동 등 다양한 방학 계획을 생각하고 있지만 그 비용이 부모님 도움 없이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등록금과 사교육비에 필요한 경제적 부담과 심적 고통이 너무 크다고 털어놨다. 실제 지난 여름방학 기준으로 대학생이 방학 기간 내내 아르바이트만 하더라도 한 달 평균 43만원(4년제 대학 3,4학년생 442명 대상 취업정보사이트 커리어 설문조사 결과)을 벌 수 있는 상황에서 한 달 평균 75만원이 넘는 사교육비를 혼자 감당하기란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결국 사교육 문제는 대학생 개개인의 문제를 떠나 대학생 자녀를 둔 가정, 사회, 대학, 국가적 문제라고 할 수 있고 이런 심각한 문제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학생 사교육 실태의 보다 정확한 실태를 진단할 필요가 있고, 문제 해결을 위해 방과 후 시스템이나 취업 프로그램 개발 지원 등을 위한 정부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블로그(http://blog.daum.net/pass386), 섬과문화(www.summunwha.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사교육, #입시, #초중고, #대학생, #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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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언론학박사, 한국기자협회 자정운동특별추진위원장, <샘이깊은물> 편집부장,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 한국잡지학회장, 국립등대박물관 운영위원을 지냈다. (사)섬문화연구소장, 동국대 겸임교수. 저서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섬여행> <바다, 섬을 품다> <포구의 아침> <빈손으로 돌아와 웃다> <예비언론인을 위한 미디어글쓰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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