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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를 뽑는 것이 김장 시작이라고 말씀하신 어머니. 지난 목요일(10일) 배추를 소금물에 절인 후 금요일 물에 한 번 헹구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일을 시작하면 쉬지 못하시는 우리 어머니께서 혼자 150포기가 넘는 배추를 다 헹궈버리신 것 아닙니까. 그 많은 배추를 혼자서 다 헹구다니, 할 말이 없었습니다. 며느리 두 사람이 얼마나 무안하겠습니까?

하룻밤 물을 뺀 배추에 속을 넣기 위해 누나와 외조카가 아침 일찍 집에 왔습니다. 어머니가 준배해 둔 김장거리를 보니, 생굴, 조기, 쪽파, 대파, 멸치끓인 물, 별 별 것이 다 있습니다. 그 중 최고가 생굴입니다. 생굴은 우리 동네에서 직접 기른 것입니다.

김장 김치에는 생굴이 최고입니다. 우리 동네에서 나는 생굴입니다. 맛이 일품이지요. 허리를 다친 어머니가 하루 종일 깐 것입니다.
 김장 김치에는 생굴이 최고입니다. 우리 동네에서 나는 생굴입니다. 맛이 일품이지요. 허리를 다친 어머니가 하루 종일 깐 것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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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 작은 조기를 넣어면 맛있다는 말씀을 듣고 준비한 조기입니다.
 어머니께서 작은 조기를 넣어면 맛있다는 말씀을 듣고 준비한 조기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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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제 하루 종일 굴깐다고 얼머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허리가 아프다면서 왜 굴을 까세요."

"너희들 주려고 하는 것 아이가. 하경이 외가에서 굴을 주었는데 우짜노."
"그래요 우리 동네 굴이 제일 맛있어요. 다른 동네 가서 굴을 먹어면 별 맛이 없어요."


"하모 우리 동네 굴이 최고다. 최고야."
"김장 김치에 생굴이 들어가면 정말 맛있어요."

"다른 사람은 생굴이 들어가면 별 맛이 없다고 하지만. 나는 시원한 맛이 나서 정말 좋더라."
"조기도 있는데 조기를 갈아 넣지 말고, 바로 넣어면 더 맛있다고 하더라."

"누나는 아는 것도 많아요."
"우리 동네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더라. 갈아 넣은 것보다. 바로 넣는 것이 맛있다고. 김치하고, 같이 삭으면서 정말 맛있다고 얼마나 자랑을 하던지."
"누나 말 한 번 듣고 통째로 넣어보지요."


그 때 큰 아들이 자기도 김장을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이 녀석은 집에서도 아빠와 엄마 커피 끓여주고, 반찬을 한 번씩 합니다. 요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무엇이든지 하고 싶어합니다. 손자가 김치를 담그겠다고 나서니 할머니 얼굴이 싱글벙글입니다. 고모도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인헌이가 김치를 담그겠다고?"
"예, 할머니 담그고 싶어요."
"그래 한 번 담가봐라."

큰 아이가 자기도 김장을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손자가 김장을 하겠다고 하니 할머니 얼굴이 싱글벙글입니다.
 큰 아이가 자기도 김장을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손자가 김장을 하겠다고 하니 할머니 얼굴이 싱글벙글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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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 김장하는 솜씨가 아빠보다 낫다고 합니다. 형이 김장을 담그는 모습을 본 막둥이는 절임 배추를 먹고 싶다고 나섰습니다.
 큰 아이 김장하는 솜씨가 아빠보다 낫다고 합니다. 형이 김장을 담그는 모습을 본 막둥이는 절임 배추를 먹고 싶다고 나섰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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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도 김치 담그고 싶어요."
"네가 담근다고?"


"예 담그고 싶어요. 고무장갑 좀 올려주세요."
"김장 담그면 옷 다 버리는데. 고춧가루 옷에 묻어면 잘 지지도 않는다."

"청바지 입어서 괜찮아요."
"그래 네가 담그고 싶어면 담아라."


"야 아빠보다 낫다. 아빠보다 낫다."
"인헌이 집에서도 잘 해요."


"막둥이도 해보지."
"아니에요. 나는 고무장갑이 없어서 못해요."

"배추만 먹지 말고, 담가보면 재미있다."

형이 하는 일은 무조건 하고 싶어하는 막둥였는데, 김장은 담그지 않겠다고 합니다. 김장 담그는 사람이 많아서 좋습니다. 올해는 날씨도 따뜻해 밖에서 김장을 했습니다. 테이블이 하나 있어 서서 김장을 담그니 편하고 좋았습니다. 앉아서 하면 허리와 무릎이 아픈데 서서하니 허리만 조금 아플 뿐 편하고, 손도 빨랐습니다.

큰 누나, 제수씨, 큰 아들, 아내가 김장을 하고 있습니다.
 큰 누나, 제수씨, 큰 아들, 아내가 김장을 하고 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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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서서 김장을 담그니 편하다."
"편하지, 앉아서 하면 얼마나 힘든데."


"올해는 배추도 잘 되었고, 어머니가 간도 잘 맞추어 맛있겠다. 무가 바람들어 아쉽지만."
"사람이 많으니까. 빨리 끝나겠다. 150포기를 금방하네. 어떤 배추는 숨이 들 죽어 배추가 살아있다."

"숨이 들 죽은 배추는 다 인헌이 엄마가 절인 겁니다."
"그래요 못난 것은 다 내 책임이지요. 잘 한 것은 김동수가 한 거고."


"오늘 누나 아들이 와서 옹기에 김치를 담아 우리가 할 일이 없다. 없어."
"누구. 아들인데. 오늘 가장 일을 많이 한 사람이 내 아들이다. 내 아들."

"지난해에 혼자 옹기에 담는다고 얼머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보기 보다 쉽지 않다. 힘도 있어야 하지만 옹기에 담는 방법이 있다."

누나 아들인 외조카가 외가에 와서 김장을 같이 했습니다. 옹기 3개를 가득 채웠습니다.
 누나 아들인 외조카가 외가에 와서 김장을 같이 했습니다. 옹기 3개를 가득 채웠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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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조카가 와서 김장김치를 옹기에 담았습니다. 지난해에는 나 혼자 옹기에 담는다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릅니다. 김치를 그냥 옹기에 담는 것이 아니라 방법이 있습니다. 배추 속이 위를 보게해야 합니다. 김치 국물이 빠져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꾹꾹 눌려 담아야 합니다. 김치에 바람이 들어가면 맛이 없기 때문입니다. 옹기에서 익은 김치는 정말 맛있습니다. 전에는 구덩이도 팠는데 요즘은 구덩이를 파지는 않고, 옹기에만 담습니다. 김치냉장고가 있지만 옹기보다는 못하지요.

김치냉장고가 있지만 그래도 김장은 옹기에 담아야 합니다.
 김치냉장고가 있지만 그래도 김장은 옹기에 담아야 합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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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을 다 하고, 온 가족이 함께 앉아 점심을 먹는데 방금 담근 김장 김치에 돼지고기, 생굴을 먹으니 꿀맛입니다. 김장김치에 돼지고기와 생굴을 함께 얹어 먹는데 김장김치가 이렇게 맛있는지 몰랐습니다. 얼마나 배가 부른지 더 들어갈 곳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김장김치에 돼지고기와 생굴을 얹고 먹어야지 따로 따로 먹지 말고."
"정말 맛있어요."
"돼지고기가 이렇게 맛있는지 몰랐는데."
"생굴은 단맛이 난다. 단맛이 나."

"우리 동네 생굴 맛있는거 모르는 사람만 모르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김장김치와 돼지고기, 생굴. 맛은 일품이었습니다.
 김장김치와 돼지고기, 생굴. 맛은 일품이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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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살이 준비는 김장 담그는 것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힘을 모아 김장을 담그는 일 정말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올 겨울 찬바람이 불어와도 우리 집은 따뜻한 것입니다. 그리고 김장김치를 함깨 나누어 먹을 이웃이 있다는 것도 감사했습니다.


태그:#김장, #생굴, #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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