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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를 입느니 벗어라"는 구호로 유명한 동물보호단체 PETA(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가 이번에는 십자가를 이용한 광고로 종교계와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지난 11월말 발표된 문제의 광고에는 미국 성인잡지 플레이보이 모델이었던 폴란드출신 조안나 크루파(Joanna Krupa)가  십자가로  알몸을 가린 채 동물의 천사가 되어 "동물을 구입하지 말고 입양해 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누드 십자가 광고가 몰고온 파장

미국 성인잡지 플레이보이 모델이었던 폴란드출신 조안나 크루파(Joanna Krupa)가  십자가로  알몸을 가린 채 동물의 천사가 되어 "동물을 구입하지 말고 입양해 달라"는 광고를 하고 있다.
▲ 십자가와 누드 미국 성인잡지 플레이보이 모델이었던 폴란드출신 조안나 크루파(Joanna Krupa)가 십자가로 알몸을 가린 채 동물의 천사가 되어 "동물을 구입하지 말고 입양해 달라"는 광고를 하고 있다.
ⓒ PETA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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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가톨릭계는 "이것은 종교에 대한 무례이며 다른 문화를 전혀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로서 당장 광고를 내려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표적 보수파논객이자 미국 카톨릭연맹회장인 빌 도나휴(Bill Donahue)는 PETA를 "사기꾼집단"이라고 비난하면서 "고양이와 개들이 PETA사람들에게 있는 것보다 애완동물 가게에 있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비야냥 거렸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크루파는 폭스TV와의 인터뷰를 통해 같은 폴란드출신으로 지난 2005년 선종한 교황 요한 바오르 2세가 "우리는 벌거벗고 태어났기 때문에 누드는 예술이다"가 말했다면서  "가톨릭신자로서 신의 창조물로서 가장 힘이 약한 애완동물이 고통당하는 것을 막는 일, 즉 가톨릭교회가 해야만 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역공을 취했다.

PETA측은 미국 내 상점에서 판매하는 동물은 비인간적으로 사육되고 있으며 이들 중 한해에만 약 2500만 마리 이상이 버림받아 동물보호시설에 수용되는데 그 중 절반은 동물보호시설에서 안락사를 당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광고는 미국 내에서 신성모독논쟁을 일으키고 있지만 종교계의 반발과 언론의 관심을 끌면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전 세계에 2백만의 회원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PETA는 1980년에 설립되었으며 미국 버지니아의 노퍽에 본부를 두고 있다. 비영리 단체로써는 드물게 200여명에 가까운 직원을 두고 있으며 모든 재정은 전적으로 회원들의 기부금으로 충당된다. 현재 미국 외에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인도,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남아메리카, 홍콩에 그 지부를 두고 있다. 설립자인 잉그리드 뉴커크(Ingrid Newkirk)가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 단체는 동물의 권리보호를 위해 "동물은 먹기 위한(Eat), 입기 위한(Wear), 실험하기 위한(Experiment On), 오락을 위한 수단( Use for Entertainment)이 아니다"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조위에 공장식 축산, 모피 농장, 동물 실험 등을 반대하고 있다. PETA의 캠페인은 유명연예인을 동원한 누드 홍보물이나 수백 명을 동원한 퍼포먼스로 유명한데 이러한 운동방식에 대해서는 파격과 선정성 문제 등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인간 탐욕과 허영때문에 수천만마리 동물 희생"

올해 추수감사절 때는 미국인들의 감사절 특별메뉴인 칠면조가 비위생적인 공간에서 학대당하고 화학물질에 오염된 것을 연상시키는 광고를 내보내 한편에서는 진실을 솔직하게 표현했다는 호평과 지나치게 부정적인 내용을 담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한 지난 8월에는 휴양지로 유명한 미국 플로리다 주 잭슨빌 대로변에 설치한 PETA의 광고판 역시 비만 여성을 '고래'에 비유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광고판에 뚱뚱한 여성의 뒷모습과 "고래를 구하자, 지방을 줄이고 채식주의자가 되자"라는 문구가 들어가자 일부 언론에서는 인간을 동물과 비교하는 등 비만여성들에게 불쾌감을 주기에 충분하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미국 TV에 유명 록스타 오지 오스본을 출연하는 스마트폰 광고를 내보냈다가 페타(PETA)측으로부터 동물학대내용이 들어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광고에는 오스본이 로커로 분장한 침팬지가 연주를 하는 모습을 휴대폰 화면으로 들여다보는 장면이 들어 있는 데 PETA는 광고에 나오는 침팬지나 원숭이들은 대체적으로 어릴 때 어미 품에서 빼앗아 온 것들이며 촬영을 위해 이들에게 행해지는 반복 훈련이 학대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이 때문에 삼성은 해당 광고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PETA의 캠페인은 많은 비판을 받지만 매우 영리하고 효과적인 운동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명인사들의 누드와 파격적인 거리이벤트는 언론과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며 이를 통해 다양한 논쟁과 화젯거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홍보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오로지 인간의 부속물로 여겨지던 동물을 사람과 비슷한 감정을 지니고 고통을 느끼는 존재로 부각시켜온 이들의 운동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이번 PETA의 십자가 마켓팅도 신성모독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예수가 십자가상에서 고통스럽게 죽음을 당한 것처럼 수많은 동물들이 인간들의 또다른 탐욕의 희생양이 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PETA와 유사한 성격의 단체인 동물사랑실천협회·한국동물보호연합·한국고양이보호협회 등 12월 6일(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예술극장앞에서 '모피를 입지 않기' 캠페인을 벌인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모피소비가 많은 나라로 알려지고 있고 그중 대부분은 중국에서 들어오고 있다.

여우 모피 코트 한 벌을 만들기 위해 20여 마리의 여우가 희생당하고 밍크코트 한 벌을 위해 70여 마리의 밍크가 죽임을 당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피라는 인간들의 허영을 자극하는 도구가 되기 위해 고통을 당하고 희생되는 동물들을 위해 벌이는 이들의 캠페인이 PETA만큼의 파괴력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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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동물, #P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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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모.함석헌 선생을 기리는 씨알재단에서 홍보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씨알정신을 선양하고 시민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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