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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어부
▲ 바다의 어머니, 부부 어부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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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기들이 등대를 만든 줄 알지만,
새벽 바다에 와서 보면
등대를 만든 이는,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다.
사람들은 어부들이 바다에 나가서
고기를 잡는 줄 알지만,
어부들보다 일찍 잠에서 깨어나
어구를 씻고, 미끼와 그물을 챙기고 
발동기에 스위치를 넣고
뱃길을 준비를 하는 것은
어부의 아내, 어모(漁母)들이다.
지아비의 뱃길을 준비해 떠나보내고,
평생 등대가 되어 기다리는
*청사포 망부석의 바다에 와서 나는 이제야 안다. 
바다는 어머니의 따뜻한 자궁 ! 
그래서 그 어떤 어부들도 
바다에 나갈 때는,
위험한 파도를 걱정하지 않는 것일까.
머리 하얀 늙은 어머니처럼
허리 구부정한 낡은 등대 불빛 하나
끔벅끔뻑 졸면서
뚜-우 무적 소리에 
안테나를 곧추 세우고,
한땀 한땀 찢어진
바람의 그물을 깁고 있다.

어부
▲ 부부 어부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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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다
▲ 등대에게 배우다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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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메모] 새벽 바다에 나오면, 반짝반짝 별처럼 빛나는 등대불빛을 보면 늘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케 되는 것이다. 나의 어머니는 마흔이 넘어서 나를 낳으셔서, 어릴 적 어머니가 학교에 오는 것을 나는 무척 싫어했다. 어머니는 다른 분에 비해 고운 자태를 지니셨으나, 내 친구 어머니들에 비해 나이가 많아 드셔보여, '너희 엄마는 할머니 같네'라는 소리를 종종 들었다.

어머니는 일제강점기와 6. 25 전쟁을 겪은 분이시다. 한국의 모든 어머니가 다 그러하겠지만, 돌아가신 어머니는 참 부지런하고 억척여성이셨다. 어머니는 손꼽을 수 없을 정도로 여러가지의 장사를 하셨다. 어느 정도 먹고 사는 게 걱정이 없는데도 어머니는 장사를 하셨다. 그런 어머니는 집에 돌아오면, 밤잠을 자지 않고 집안 일을 하셨고, 외지를 돌아다니는 업을 가진 아버지를 기다리는 업으로, 그리고 이산 가족이셨던 어머니는 그 누구보다 조국의 통일을 기다리며, 등대처럼 살다가신 분이다.

오늘 새벽 바다에서 그 어슴푸레한 등대 빛에 모습을 나타내는 어머니를 보았다. 그물과 어구를 챙겨 먼 바다로 나가는 억척스러운 어모(漁母)의 모습에서 그리운 어머니의 모습을 엿보았다. 남자들도 힘이 들텐데, 발동기에 전원을 넣고 쿵쿵쿵 요란한 굉음과 하얀 항적을 남기며 떠나는 배를 향해, 나는 손을 흔들며, 괜히 눈시울이 붉혔다.  

덧붙이는 글 | 해운대구, 청사포에는 바다에 나간 지아비를 기다리다가 망부석이 되었다는 어모(漁母)의 전설이 있다.



태그:#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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