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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자료 사진).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자료 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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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조사 대상 기업 등을 대상으로 미술품을 강매한 혐의로 구속된 안원구(49) 서울지방국세청 세원관리국장이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포항남·울릉, 한나라당)을 직접 만나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의 유임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예상된다.

민주당의 한 핵심인사는 26일 "시점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안원구 국장이 지난해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상득 의원을 두 차례 만나 '한상률 청장이 유임할 수 있도록 인사를 잘 챙겨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경북 의성 출신인 안 국장은 이상득 의원의 핵심 측근인 박영준 현 국무총리실 차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이러한 인맥을 통해 안 국장이 이 의원과 연결됐다는 관측도 있다.

"한 청장이 MB정부에 충성할 자세가 돼 있으니 유임시켜 달라"

안원구 국장은 최근 서울구치소에 면회온 송영길 민주당 최고위원(인천 계양을)에게 이러한 내용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국장은 지난 23일 서울구치소에서 송 최고위원을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 한상률 전 청장이 신성해운 국세청 로비사건으로 곤혹스런 상황에 놓여 있을 때 그를 변호하기 위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를 만났다"고 말했다.

이어 안 국장은 "한 전 청장이 참여정부 때 국세청장에 임명된 인물이라 지난 정권과의 연루 의혹을 해소시키고, 이명박 정부에 충성할 자세가 돼 있으니 연임시켜도 된다는 뜻을 이 인사에게 전했다"고 말했다.

한상률 전 청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7년 11월 국세청장에 임명됐다. 그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유임되자 지난해 7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기업인 태광실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한 전 청장은 같은 해 11월 태광실업 세무조사 결과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했고, 이 대통령으로부터 "국세청이 대단하다"고 칭찬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지난 1월 그림로비 의혹 등으로 물러났고, '박연차 정·관계 로비의혹 사건' 수사가 본격화되던 3월 갑자기 미국 뉴욕으로 출국했다.

그의 미국행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을 축소·은폐하기 위한 기획출국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안 국장이 이 의원에게 한 전 청장의 유임을 부탁했다는 의혹과 관련, 지난 4월 박지원 의원(전남 목포, 민주당)의 발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박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이상득 의원께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불러, 촛불시위에 대한 문제와 한나라당 친박 의원들의 정치자금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 박연차 회장의 회사를 세무조사 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안 국장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정권 실세인 이 의원에게 '한상률 유임'을 부탁했고, 한 전 청장은 유임되자 정권에 충성하기 위해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조사 결과를 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특히 청와대와 국세청 등에서 "한 전 청장이 태광실업 세무조사 문제와 관련, 박연차 리스트를 무기로 청와대와 대통령을 상대로 모종의 거래를 시도했다, 한 전 청장이 권력에 요구한 것은 '국세청장 유임' 혹은 '국토해양부 장관 기용'이었다"는 등의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박 의원의 의혹 제기에 이 의원은 "한 전 청장을 만난 적도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한 전 청장이 10억원 전달하려던 '정권실세'는 누구?

한편 한 전 청장이 10억원을 전달하려고 했던 '한 정권실세'가 누구인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것이 항간에 떠돌던 '한상률 리스트'와도 연관이 있는지 주목된다. 

안 국장의 부인인 홍혜경(49) 가인갤러리 대표는 최근 "2007년 12월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이 대구지방국세청장이던 남편에게 '정권 실세에게 갖다 줄 10억원을 만들어야 하는데 내가 7억원을 할 테니 3억원을 만들어라, 그러면 차장에 중용하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홍 대표는 "한 전 청장이 돈을 주려고 했던 정권 실세가 누구인지는 남편이 법정에서 밝힐 것"이라고 사실상 '경고장'을 날려 정치권을 긴장시켰다.

지난 2005년 9월 22일 오후 국세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재경위 국정감사에서 이주성 청장(오른쪽)이 전군표 차장(왼쪽), 한상률 조사국 국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주성 전 청장(15대)과 전군표 전 청장(16대)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었으며, 한상률 전 청장(17대)은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게 인사청탁 명목으로 값비싼 그림을 상납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뒤 국세청장을 사퇴하고 지난 3월 미국으로 출국했다.
 지난 2005년 9월 22일 오후 국세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재경위 국정감사에서 이주성 청장(오른쪽)이 전군표 차장(왼쪽), 한상률 조사국 국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주성 전 청장(15대)과 전군표 전 청장(16대)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었으며, 한상률 전 청장(17대)은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게 인사청탁 명목으로 값비싼 그림을 상납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뒤 국세청장을 사퇴하고 지난 3월 미국으로 출국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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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상득, #안원구, #한상률, #박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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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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