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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인택 장관.(자료사진)
 현인택 장관.(자료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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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매체들이 현인택 통일부 장관을 타깃으로 정한 것 같다. 그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집중 공격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23일 '동족대결에 환장한 극악한 반통일분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현 장관에 대해 "북핵 포기가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이라고 떠들어대며 우리 공화국을 걸고드는 무모한 망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면서 "그 무슨 '일괄타결안'이라는 것을 극구 찬양하는데 열을 올림으로써 반통일 주구의 본색을 더욱 드러내 놓았다"고 비판했다.

라디오 방송인 <평양방송>도 이날 현 장관을 향해 "대결광기가 골수에 들어박혔다", "분별없이 날뛰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의 핵폐기가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이라는 현 장관의 발언을 비난한 것으로,"폭언", "망동", "악담"이라는 표현도 썼다.

앞서 21일에는 조선로동당 기관지인 <로동신문>은 '시대착오적인 반공화국 대결소동'이라는 글에서 현 장관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남조선 통일부의 반공화국 대결책동은 온 민족의 치솟는 격분을 자아내고 있다"며 "핵문제를 구실로 북남대화와 협력을 악랄하게 반대해 나서고, 그 무슨 3대조건이니 뭐니 하면서 금강산 관광의 재개에 계속 차단봉을 내리고 있다"고 공격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의 인터넷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단평(촌평) 코너에서 현 장관의 이름으로 3행시를 쓰기도 했다. 그가 학술회의에서 한 "북한의 선택이 너무 늦지 않기를 기대한다"는 발언을 빗대, '(현)명치 못한 (인)간의 선(택)나발'이라는 논평제목으로 3행시를 지은 것이다. 그러면서 "이런 쓸개빠진자가 통일부장관 자리에 틀고앉아있으니 앞에다 통일부라는 간판을 내건 자들이 뒤에서 어떤 반민족적인 망동을 일삼고 있는지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북한은 최근 들어서는 이명박 대통령을 실명 비판하지 않고 있으며, 3차 서해교전 이후에도 '군부'로 비난 대상을 한정해왔다. '비핵·개방 3000'의 입안자인 현 장관에 대해서도 취임 무렵에는 비난글이 나왔으나, 그 뒤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는 점에서 최근 그에 대한 집중적인 비난은 확연하게 부각된다.

현 장관은 그동안 공개적인 대북강경발언을 자주해왔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익명으로 발언해온 데 비해 그는 축사, 강연 등을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쇠약해진 건강상태가 후계문제와 깊이 연관 있다", "김 위원장의 건강이 악화되기 시작한 이후 북한이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 "6자회담, 핵 문제에 대한 태도가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 변화가 아닌 전술적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해왔다.

국방장관이나 정보기관의 수장, 정치인들이 맡아온 '배드캅'의 역할을, 대북협상창구인 통일부장관이 맡아온 것이다. 여기에 북한의 유화 제스처에 대한 남한의 뜨뜻미지근한 대응에 대한 불만이 겹치면서 현 장관이 북한의 집중적인 비판 대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범케이스 골라 화력 집중"

북한은 이전에도 남측 정부인사들에 대해 집중 공격을 가한 전례들이 있다.

북한은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10월 당시 장충식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월간조선>에 실은 '평양방문기'에서 비전향장기수들이 '자유가 없는 듯 보였다', '이산가족들이 만날 때 남과 북의 살림살이가 차이난다'고 한 것을 문제삼아 맹비판을 가했다.

<평양방송>이 "상대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장 총재 명의의 유감서한이 갔지만 소용없었다. 그뒤 서울에 온 장재언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장이 "죄에 죽고 올바르게 재생해야 한다"고도 했다. 장관급 회담에서 박재규 통일부 장관이 '내정간섭적 발언'을 중지하라고 요구했지만, 전금진 북쪽 대표는 "남북 화해의 걸림돌은 제거해야 한다"고 맞섰다. 장 총재는 결국 물러났다.

남북회담도 국제기준으로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홍순영 통일부 장관도 그 한 사례다.  2001년 11월 남북장관급 회담에 나선 홍 장관은, 훈령까지 무시하면서 실무합의를 뒤집고 차기 회담 날짜를 명확하게 합의문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회담이 결렬되자, 북한은 그에게 맹비난을 쏟아냈다. 그럼에도 그는 외신인터뷰를  통해 "북한은 과거보다 더 고립상태", "똑똑하고 상황을 잘 파악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호전 세력에 흔들리지 말길 바란다"고 말했다. 보수세력의 환호속에 결국 그는 물러났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한겨레 21>의 [김연철의 냉전의 추억](2009년 3월 27일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지')에서 당시 상황을 정리하면서 "북한은 남북관계에서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거나 교착의 책임을 남쪽에 넘기려 할 때, 남쪽 당국자들의 발언을 문제 삼는다. 이때 북한은 <주유소 습격사건>이라는 영화의 유명한 대사처럼 '한 놈만 팬다'. '시범 케이스'를 골라 화력을 집중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들과 현 장관이 처한 상황은 다르다. 장 총재나 홍 장관 때가 최대한 북한을 포용하려는 김대중 정부 집권기였지만, 지금은 사실상 '핵문제 해결없이 남북관계는 없다'며 북한과 대결을 불사하는 이명박 정부 시절이다. 때문에 북한이 집중비난을 가해도 그 무게감은 다르다.

그럼에도, 북한이 한번 정한 타깃에 대해서는 끈질긴 모습을 보여왔고, 현 장관이 대북창구라는 점에서 이후 남북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태그:#현인택, #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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