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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2004년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되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모두가 붉은 악마가 되어 차도였던 시청광장을 점거하고 응원하던 곳이다. 그 차도와 분수대를 밀고 광장을 만들었을 때, 모든 국민들이 박수를 보냈다. 열린 공간과 발상의 전환에 환호했다. 일부러 도시락을 싸들고 구경을 가기도 했다.

2004년 조성된 서울광장
 2004년 조성된 서울광장
ⓒ 김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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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4년 뒤인 2008년, 서울광장은 전국을 뒤흔들었던 촛불시위의 메카가 되었다. 촛불시위가 경찰에 의해 진압된 이후, 전경차로 둘러싸인 서울광장은 소통의 장벽, 불통의 상징이 되어 버렸다.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광장, 잔디만이 덩그라니 남아있는, 바라만 보는 광장으로 변했다.

그렇게 바라만 보아야하는 잔디광장이 부천에도 등장하였다. 계획과 보상에만 몇 년을 끌어오다가 440억원을 들여서 2009년 5월 완공한 부천남부역 광장이다. 잔디광장은 현재 택시 회차로를 경계로 섬처럼 고립되어 있다. 반면 전철역 계단에서 내려오는 공간은 더 좁아져서 출퇴근 시간에는 인파가 더 엉킨다. 탁트여서 시원하게 바라보기는 좋지만, 시민의 접근은 물론 광장 활용방안이 무엇인지 짐작하기조차 어려운 애매한 모습이 되어버렸다.

2009년 5월 440억원을 들여 완공된 부천 남부역 광장
 2009년 5월 440억원을 들여 완공된 부천 남부역 광장
ⓒ 김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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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이건 아닌데 왜 그랬을까?

이런 결과를 비판하기에 앞서서, 누가 봐도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해당지역 류재구 부천시의원은 처음 문화광장을 요구했었다며 그 과정을 설명해줬다. "공청회와 주민설명회 등을 절차에 따라 다 진행했고, 세가지 안을 놓고 의견을 물어 결정한 것이었다. 그런데 도면만 보고 결정하다보니 나중에 결과가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 광장을 부천역사 이마트 쪽으로 붙였어야 했다. 현재는 이용효율도 낮고 교통소통에도 막대한 지장이 있으므로, 지하도 입구를 이설하고 진출입 및 유턴을 조정하며, 주민활용방안을 새로 모색해야 한다" 고 말했다.

이번에는 관계공무원의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어떻게 할 것인가와 관련되어서, 노점상 문제와 지하주차장 문제를 제기하였다. 공무원이 말에 의하면 "현재 송내북부역 노점상 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인데, 아마도 접근이 쉽게 만들었으면, 돈들여서 노점상 영업장 만들어주는 꼴이 났을 수도 있다는 것, 원래 당초 계획에 있었으나 중간에 축소된 지하 환승주차장 건설 문제와 함께 재설계해야 할 것 등" 의 의견을 줬다.

노점상 문제는 매우 심각한 것이 현실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광장 설계의 주요 변수로 감안할 일은 아니듯 하다.

탁트여서 보긴 좋지만 시민의 접근이 힘들게 택시 회차로를 경계로 섬처럼 고립되어 있다.
 탁트여서 보긴 좋지만 시민의 접근이 힘들게 택시 회차로를 경계로 섬처럼 고립되어 있다.
ⓒ 김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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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광장으로 만들 것인가?

현재 경인전철을 따라 들어선 부천의 역은 다섯개이며, 그 중 광장의 형태를 갖춘 곳은 5곳이다. 역곡남부역과 북부역, 부천남부역과 북부역, 그리고 송내북부역이다. 역곡 남부역과 북부역은 U턴조차 안되는 좁은 공간을 택시 회차용으로 이용하고 있다. 그 옆으로 난 좁은 인도로 하루 십수만명이 비집고 다닌다. 근본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 송내북부역은 방향을 잡지 못한 채 노점상과의 전쟁에 숨바꼭질을 거듭하고 있다. 부천북부역은 택시승강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서 종합적인 광장조성계획이 마련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된다.

광장은 여러 종류가 있다.

시골장터처럼 자연스럽게 형성된 생활광장(아고라), 야외 문화행사를 집중하고자 하는 행사용 광장, 교통광장, 휴식을 위한 공원형 광장, 만남의 광장 등등. 이 중에서 지상기차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역광장의 주요 기능이 무엇이고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종합적인 연구와 의견수렴이 필요하다. 역광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바랄까? 실제 이용자들이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찾아서 종합적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지하철 7호선 연장선이 개통되고 나면, 부천의 교통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조정해야 할 것인데, 그런 안목에서 종합적인 밑그림을 만들면서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우선 지하철 7호선은 지상 환승역이 아니기 때문에 별도의 광장이 생겨나지는 않을 것이다. 교통수요는 상당한 비율로 분담될 것이다. 그럴 경우, 현재 부천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는 부천역의 위상에도 변화가 올 것이며, 주변 역세권의 변화와 활성화라는 과제가 함께 고민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남부역 쪽은 북부역과 연결되는 지하상가를 전면적으로 리모델링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다.

시민의 생활과 결합해 고민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하나하나의 사안에 매몰되면 전체 계획을 놓치기 십상이다. 문화광장이라고 하지만, 이용자들이 그걸 기대할 지도 조사해봐야 한다. 문화행사를 위한 공간은 서울광장처럼 교통과 분리되어야지, 그렇지 않을 경우 전철 환승이용자들에게 상당한 불편을 초래할 수 있고, 또 그만큼 많은 문화행사가 지속적으로 열릴 지도 의문이다. 공원형 광장이 가능할까? 한적한 시골 간이역이라면 모를까, 역으로 산책을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용자 중심의 사고, 이용자의 눈높이부터 파악해야 하고, 종합적인 계획 하에서 각각의 사업들이 추진되어야 방향을 잃지 않을 수 있다.

한 가지만 더 덧붙이자면, 생명체 뿐 아니라 이런 공간에도 나름의 역사와 문화의 향기가 서려있다는 점을 반영했으면 한다. 서울광장에는 1987년 민주항쟁과 월드컵 응원의 역사와 문화가 깔려있는 곳이다. 그것은 전경버스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우내장터도 3.1운동의 기풍이 어려있는 한국형 생활광장, 아고라다. 평소에는 그저 평범한 장터일 뿐이지만, 그 속에 민족의 정기가 서려있는 것이다. 어떤 광장으로 만들든 그 공간이 담고 있는 역사와 문화를 살리는 설계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건설도시'가 아니라 '문화도시 부천'이 아니겠는가?

덧붙이는 글 | 김진국 기자는 생활정치연구소 이사입니다. 이기사는 생활정치메타블로그(www.lifepolitics.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김진국, #부천시 남부역, #생활정치연구소, #이명박, #서울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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