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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9일 경상북도에서는 초등 3~6학년이 도학력평가를 본다. 신종플루확산 와중에 강원도에서 일제고사를 강행해 비난을 받았는데 경북은 4개 학년이나 치른다. 처음엔 시험진도도 많고 일제고사로 강행하려다 사회적 비난에 학교자율로 돌렸다곤 하나 같은 시험지에, 튀기 싫어하는 관리자들 성향을 생각하면 아마 많은 학교가 이 날 시험을 칠 것이다.

일제고사가 치뤄진 10월 13일 밤 여의도에서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모여 "숨쉬고 싶다" 공연을 보고 있습니다. 취지에 공감한 가수들과 같이 노래하고 있습니다.
 일제고사가 치뤄진 10월 13일 밤 여의도에서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모여 "숨쉬고 싶다" 공연을 보고 있습니다. 취지에 공감한 가수들과 같이 노래하고 있습니다.
ⓒ 유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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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는 2010년도 일제고사(학업성취도평가) 방안 개선 공청회가 열린다. 올 한 해 사회적 물의를 계속 일으킨 일제고사인데도 공청회 안내는 너무 조용해서 전날까지 보도자료도 안나오고 있다. 16일, 2009 개정교육과정에 일제고사를 넣었다가 사라져 공청회에서 일제고사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공청회에서는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할까? 
너무 늦게 알아 공청회에 가지 못하는 대신 일제고사가 대한민국의 학교 현장과 아이들의 삶을 얼마나 파괴해버렸는지에 대해 알려주고 싶다.

2년만에 쑥대밭으로 변한 학교

이달 초 일제 모의고사(군교육청)를 치른 제천의 한 초등학교. 사흘 뒤 교장은 성적이 나쁜 46명을 불러 학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훈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학군을 위반한 세 명에게 전학을 권유했습니다. '학교 평균 깎아 내리지 말고 떠나라'는 의미로 받아들인 학부모들은 발끈했습니다.(09.9.13 mbc)

방학 때 못쉬었어요. 놀토도 없어졌어요. 예체능 수업도 못해요. 1등 할 수 있냐고 교육청에서 전화와요. 요즘 같아선 시험만 보니 제가 학원강사가 된 것 같아요. 공부 못하는 애들은 은근히 미워지는 것 같아요. 애들 데려다 지금 뭐하는 있는 건지 정말 속상해요.(6학년 교사들)

우리 애들 부진아 되어서 인간취급 못받을까봐 이러면 안되는 줄 알면서도 시험 끝나고도 애들 남겨서 공부시키고 있습니다.(시골학교 교사)

땅 속 깊이 묻어둔 타입캡슐이 터진 것처럼 기억속에서나 회자하던 풍경이 2009년 대한민국 곳곳에서 일어났다. 바로 10월의 초중고 일제고사 때문이다. 2008년 3월 처음 시작된 일제고사는 불과 2년만에 교육 현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렸다.

일제고사 어떻게 생겨났나?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는 일제고사정책을 발표했다. 3월에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진단평가란 이름으로 전국 초4 - 중3 시험을 봤다. 10월 평가도 전수평가로 치러졌다. 이 점수는 올 2월 교과별로 전국 순위가 발표되었다. 이 정책에 반대하는 과정에서 10명이 넘는 해직교사가 생겨났고, 사립에서도 학교민주화투쟁과 연계하여 해직교사가 나왔다. 정직, 경고를 받는 교사까지 치면 수십 명이 된다.

10월 13일 일제고사 첫날 두물머리 유기농단지에 체험학습을 간 학생들이 고구마캐기 설명을 듣고 있습니다. 2008년에는 학생들에게 체험학습을 안내했다는 이유로 서울에서 7명이 해직되었습니다. 올해는 더 많은 학생들이 체험학습에 참여하였고, 일제고사로 징계를 받은 교사만 40여명이나 됩니다.
 10월 13일 일제고사 첫날 두물머리 유기농단지에 체험학습을 간 학생들이 고구마캐기 설명을 듣고 있습니다. 2008년에는 학생들에게 체험학습을 안내했다는 이유로 서울에서 7명이 해직되었습니다. 올해는 더 많은 학생들이 체험학습에 참여하였고, 일제고사로 징계를 받은 교사만 40여명이나 됩니다.
ⓒ 유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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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는 지역과 학교간 경쟁을 유도해 공교육의 질을 높이고, 기초학력미달아를 찾아내 도움을 주기 위해 일제고사를 보고 있다. 이면에는 이주호 교과부차관이 의원시절 만든 학교정보공시제(2006년)와 관련이 있다. 수요자중심교육을 내세워 학부모들에게 자녀정보를 제공하면서 여기에 일제고사 점수도(향상도를) 공개한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은 영미식 모델로 분류된다.

미국에서는 부시 정권 시절 NCLB(한 명의 낙오자도 없도록)법을 만들어 성적에 따라 지원을 하고 성적이 나쁜 학교를 폐쇄하였다. 이는 학교를 상품처럼 취급하여 시장에 넘겨주는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분류된다. 국가가 교육시장을 위해 학부모에게 자녀정보를 제공하는 것(학부모 알리미 서비스)과 학교선택권을 준다. 사실 다른 정보는 그다지 큰 효용이 없고, 평가(일제고사) 결과가 가장 솔깃하다. 얼마전 수능점수 공개 때 저절로 눈이 가던 경험을 생각해보자. 이렇게 평가는 정보생산과 유통의 역할을 하게 된다. 그래서 전집고사(모두 같은 시험지로 보는 것)를 반드시 하려 하고 공시를 해야 신자유주의가 완성된다.

외국은 이미 일제고사 폐지정책

하지만 미국의 NCLB법은 이미 실패했다. 성격도 각 주에 교육책임이 있기 때문에 전집이라기보다 표집으로 분류된다. 그나마 오바마는 교육시장화정책을 전면수정하고 유초등단계 교육격차해소를 위해 지원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먼저 일제고사를 시행하던 영국도 중등은 폐지되었고 남아있던 초2, 6학년 평가마저 교사노조와 교장단이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일본도 1964년 폐지한 일제고사를 2007년부터 2년째 시행했지만 부작용이 많아 선거에서 압승한 민주당 정부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후 폐지하였다. 1년에 약 780억원을 들이지만 효과가 별로 없고 부작용만 크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일제고사로 교육과정이 정상운영되지 못하고 어떤 파행현상이 생겨났는지 알아보자.

파행현상1- 진빼기식 학습부진아 지도

3월에 본 진단평가로 교과별로 학습부진아를 골라내 보충학습을 했다. 학습부진아 양상을 보면 5개 교과 전체 부진아도 있고, 사회와 과학부진아도 많이 생겨났다. 기초학습부진아는 지도비와 지도강사까지 나오지만, 교과학습부진아는 시험만 봐놓고 대책이 없어 고학년 교사들이 과중한 수업에 부진아지도까지 맡아 수업이 2시간 정도 늘어났다. 학생들은 일주일 내내 보충학습을 하기도 해 교사와 학생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

교과학습부진아는 개념 자체가 부정확하고, 명확한 기준이 없어 이 자체로 문제를 안고 있다. 사회, 과학 부진아라는 것도 모호하다. 어떻게 지도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허술하고 자료도 거의 없어 문제풀이 위주이다. 이런 수업은 오히려 학생들의 흥미를 떨어뜨린다.

파행현상2 - 초등학교 보충 수업 부활

초등보충 수업은 학기중 보충과 방학 보충으로 나뉠 수 있다. 학기중 보충학습은 학습부진아 중심으로 0교시와 7, 8교시까지 하거나 보육교실등을 이용해 11시까지 하는 곳도 있다. 옥천과 강원지역에서는 11시까지 하여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 또 학교자율화로 방과후교육활동에 교과학습프로그램 개설을 할 수 있어, 이것이 보충수업으로 변질되고 있다.

2009년 8월 2일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 초등학생들의 방학보충학습을 취재한 내용입니다. 충남북을 중심으로 초등학생들의 보충수업 현황이나 교육청과 학교 관리자들의 책임회피가 잘 나타나있습니다. 특히 6학년 문제로 시험본 대학생중에 기초미달학생이 있어 일제고사의 문제점을 잘 알수 있습니다.
 2009년 8월 2일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 초등학생들의 방학보충학습을 취재한 내용입니다. 충남북을 중심으로 초등학생들의 보충수업 현황이나 교육청과 학교 관리자들의 책임회피가 잘 나타나있습니다. 특히 6학년 문제로 시험본 대학생중에 기초미달학생이 있어 일제고사의 문제점을 잘 알수 있습니다.
ⓒ 신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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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보충학습은 중학교입시 폐지 이후 처음 생겨났다고 한다. 부진아만이 아니라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학년도 다양했다. 충북 전역이 2-4주간 보충수업을 하고, 옥천은 방학내내 8교시까지 하는 학교도 있었다. 급식을 못해 도시락을 싸서 4시까지 있는 학교도 생겨났다.

충남 공주에서도 전교생이 등교하는 학교가 있었고, 병천에서는 1학년부터 9시까지 보육교실을 운영했다. 이런 현상은 작년 시험에서 하위권으로 분류되거나 시골 지역에서 많이 일어났다. 또 방학 직전 작년 10월 시험 결과를 토대로 하위 500여 학교에 보충지도 예산이 내려와 인턴교사 채용하고 돈을 쓰기 위해 보충수업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학교도 있다. 이 4개월짜리 인터교사들은 12월에 계약이 끝난다.

파행현상 3 - 일제고사 대비 시험 폭발적 증가

교과부가 작년 10월 일제고사 결과를 과목별 순위로 발표하여 하위권을 차지한 지역은 내년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당연히 지역교육청, 학교시험까지 경쟁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시군교육청 시험을 본 지역은 현재 파악된 곳만도 충북, 경남(창원, 진해), 울산, 강원, 충남, 대전 등이 언론에 보도되었고, 부산과 서울 중부교육청은 1학년부터 시험을 봐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인천은 문제은행을 제공하는 식으로 일제고사를 치렀고 충남은 1학기엔 문제은행식 제공방식에 2학기엔 온라인 평가를 하고 있다. 충북 옥천 교육청은 7월, 8월(방학중), 9월 3회에 걸쳐 시험을 보고 제천도 4회나 봐서 악명을 떨쳤다. 이외에도 모의고사 시험지를 풀라거나 참고서처럼 교과핵심을 뽑아 학교별로 제본해 공부하게 하였다. 학교에서 0MR리더기를 사서 연습도 시킨다.

파행현상 - 너나없이 무너지는 초등교육

작년에 부산에서 10월 시험때까지 전교생이 고3 수능생 가정처럼 지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올해는 신종플루로 학교 각종 행사가 취소되는 상황에서도 6학년 일제고사 준비는 차질없이 해나갔다. 학교장이 불안해 학교를 비우지 못했고, 고열과 신종플루로 못 오는 학생은 온라인학습을 해야 했다.

그 동안 대입시 피라미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초등교육 현장은 과밀학급, 전교과를 다 가르치는 힘든 상황에서도 담임의 특성이나 학교상황에 맞는 통합교육이나 다양한 교육이 살아있는 편이었다. 그런데 점수가 전면에 등장하고 지역간, 학교간 경쟁을 강요하는 분위기에 조금씩 틀이 깨져가고, 여름방학보충을 거쳐 급기야 2학기에는 시험풀이교육이 만연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점수가 좀 뒤처지는 학교만이 아니라 성적이 높은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급기야 충북에서는 9월 첫주부터 시험대비 주간보고까지 등장했다. 강원도에서는 일일보고가 생겼다. 자발적으로 추석전후 재량휴업일을 다시 되돌리는 현상이나 시험볼 때까지 놀토를 없앤 학교도 있다.

주지교과 수업 편중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 충남지부에서 학교자율화이후 학교변화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예체능 시간이 감소하거나 그런 압력을 느끼고 있다는 응답이 많이 나왔다. 개학하면서 이런 지시를 받은 학교도 생겨나고 있다. 점점 교과수업으로 변질되어가는 방과후활동시간을 포함하면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전남에서는 개학하자마자 교장이 "앞으로 교육과정을 내가 짜겠다"며 오후늦게까지 방과후 프로그램을 강요하는 일도 생겨났다. 이런 일은 시골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고, 서울 강남 지역에서 방학 때 주지교과 중심의 고액방과후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일제고사로 생긴 파행 양상은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학생 자살과 학교 중도 탈락 급증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사회경제적 위기 속에서 자살이 만연하고 있는데, 최근 성적을 비관한 학생들(초중고)의 자살이 생겨나고 있다. 인천에서만 성적을 비관하여 작년에 5명, 올해 상반기 2명이 자살했다. 울산에서도 올해만 3명의 학생들이 죽어갔다. 성적경쟁이 시작된지 2년 만에 생긴 현상이다.

과거에는 대안학교를 간다거나 탈학교 고민이 많았다면 강원도에서는 성적 때문에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도 생겨나고 있다. 성적 때문에 전학을 강요하거나 학교에서 내모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총점경쟁과 기초학습미달아를 줄이기 위해 특수반 학생들이나 운동부를 배제하는 경우도 있고, 충남 서산에서는 관리자와 교사가 한 학생에게 정신병원에 가라고 해서 논란이 되었다. 시험을 앞두고 일방적으로 특수학급에 넣는 등 학생들에게 씻을 수 있는 상처를 주는 일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렇게 일제고사는 우리의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아동 인권 침해와 스트레스 증가

일단 일제고사의 가장 큰 피해자는 아동이다. OECD기준을 무엇으로 잡느냐에 따라 수업시간수가 많다 적다 논쟁이 있지만, 놀이와 휴식이 포함되지 않은 상태로 보면 수업시간이 과중하다. 게다가 배우는 내용이 학생발달수준에 비해 높고 양이 많아 고학년은 진도 나가기 바쁘다. 학교 끝나고 나서도 사교육을 받는 아이들이 많아 놀 시간이 부족하고 경쟁교육 분위기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높은 편이다.

10월 13일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성균관대앞에서 일제고사로 친구간에 생기는 문제를 보여주는 행위극을 하고 있습니다.
 10월 13일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성균관대앞에서 일제고사로 친구간에 생기는 문제를 보여주는 행위극을 하고 있습니다.
ⓒ 유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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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일제고사로 이런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부진아로 분류된 아이들은 그 자체가 주는 부담에 보충수업까지 하느라 더욱 바쁘다. 보충수업 과정에서 학생들의 동의는 구하지도 않아 자기 결정권이 침해당한 셈이다. 인천에서는 성적이 높은 아이들을 불러 교장이 3-5천 원을 주기도 했다. 학생들의 성적을 돈으로 보상함으로써 자기 성취감마저 뺏어간 것이다. "우리학교가 꼴찌"라는 자학교육관으로 학생들에게 죄의식을 심어주는 관리자들도 있다.

정서적 무력감도 커졌다. 잦은 시험으로 학생들이 수업의 흥미를 잃어 폭발직전까지 간 학급이 많아졌다. 특히 여름방학 보충수업으로 지친 아이들 때문에 선생님들도 매우 힘들어했다. 흔히 초등학교 6학년은 사춘기라서 교사와의 관계보다 친구관계를 중요시하고 자기존재에 대한 고민이 깊어가는 시기이다. 그런데 날마다 시험지 앞에 몰아넣고 OMR카드 연습에 사지선다 번호고르기를 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빼앗아가는 것이다.

시험풀이 불량교육으로 전인교육 파괴되고 교사전문성 훼손

우리 나라 공교육은 전인교육을 지향한다. 7차 교육과정의 초등학교 교육목표를 보자.

7차 교육과정 초등학교 교육 목표
초등학교의 교육은 학생의 학습과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초 능력 배양과 기본 생활 습관을 형성하는
데 중점을 둔다.
가. 몸과 마음이 균형 있게 자랄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가진다.
나. 일상생활의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기초 능력을 기르고,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다양하게 표현하는 경험을 가진다.
다. 다양한 일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폭넓은 학습 경험을 가진다.(중략) 교육부 교시 1997-15호


즉 초등교육의 핵심은 목표에서 제시한  "~한  경험을 가진다"를 구체화시키는 학생들의 다양한 체험과 경험, 조작활동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에 있다. 초등학교 교사의 전문성은 교육과정 재구성하여 학생들에게 적절한 교육적 경험을 조직하고 과정 지향 평가를 통해 학생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교육활동을 단답식 일제고사로 평가한다는 것은 초등교육 목표에 어긋나고, 교육과정과 수업을 왜곡하는 반교육적 정책이다. 단답식 시험에 사고력이 필요한 학습이나 예체능 교육이 축소되면서 전인교육도 불가능해진다. 시험점수를 강조하다보니 인성교육도 시험점수에 좌지우지된다. 특히 시험풀이수업은 시험점수는 조금 올릴지 모르지만 전인교육이나 초등교육 목표에는 반하는 불량교육이다.

영국에서도 이런 시험이 아이들을 망친다고 경고하였다. 권위있는 초등교육연구기관에서 학교교육과정이 영어와 수학에 치중하고 미술, 음악, 연극, 역사, 지리 등 다양하고 균형있는 교육을 받을 기회를 놓친다는 분석이 나왔다. 결국 이렇게 결핍된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교육을 망칠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삶도 궁핍해지므로 하루속히 일제고사를 폐지하고 초등교육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표집평가규정 어긴 교육당국부터 처벌해야

교과부와 시도교육청이 강행하고 있는 일제고사는 교육법도 어기고 있다. 교육과정에는 목표와 과정, 평가까지 규정하고 있다. 특히 7차교육과정에서는 교사의 평가권을 존중하고 있다. 게다가 평가 방식이나 표집평가에 대해서도 규정하고 있다.

학생의 학업 성취도 평가는 시․도 또는 지역 교육청별로 일정 수의 학교를 표집하여 몇 개의 학년과 몇 개의 교과를 대상으로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평가한다. - 7차 교육과정 해설서

학교가 교육 과정 편성․운영 등 수업이나 학사에 관한 사항을 위반하였을 경우, 관할청에서는 시정 또는 변경 명령을 할 수 있으며(법 제 63 조),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학교의 폐쇄(법 제 265 조)까지도 명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 7차 교육과정 해설서

이 조항을 보면 교과부는 일제고사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무분별하게 일제고사 대비 시험을 보는 교육청과 학교를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 10월에 일제고사를 중간고사로 대체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면피용으로 공문 한 번 보낸 것도 이런 조항 때문이다. 하지만 처벌은 사실 표집평가를 어기고 전수평가에 점수까지 공개한 교과부가 먼저 받아야 한다.

국가 책무성과 공교육 역할 왜곡

일제고사는 다른 나라에서 이미 실패한 정책이다. 또 일제고사는 교육의 기회균등 원칙을 왜곡하면서 국가의 책무성을 축소하게 만든다. 공교육의 목적은 모든 국민에게 균등한 질의 교육(헌법에서 규정)을 제공하게 되어 있다. 현재 지역격차와 가정 양극화, 과밀학급과 부족한 법정 교원 구조 속에서 교육내용까지 학생들에게 부담이 많아 사교육없이는 제대로 공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또 학습부진은 가정환경변인, 문화 변인, 학습부진 누적이나 인지장애 등 복합적인 상황인데 문제풀이수업으로는 결코 이를 해결할 수 없다. 치료를 해야 하거나 복지관점에서 지원을 꾸준히 해야만 하는 가정도 있다. 그런데도 부진아만 내세워 시혜를 베푸는 듯 하면서 결국은 일제고사 점수로 학생, 학부모, 교사를 줄세우며 무한경쟁 구조 속에서 인간성을 상실하게 한다. 이런 방법으로 부진아 구제나 격차 해소는커녕 학생들의 자신감까지 잃게 만들 것이다.

교육의 목적은 사회의 재원으로 미래의 새싹인 학생들을 사회구성원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일제고사는 학생들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비젼과 지원 없이 시험으로 학생들을 분류하고 낙인만 찍고 있다.

학생의 자발성과 자신감을 지원하는 핀란드 교육

일제고사 폭풍 속에서 앞으로 우리 교육은 어떻게 가야 할까? 일단 일제고사 폐해를 널리 알리고 일제고사 폐지만이 현재의 이 잘못된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가 될 것임을 확신시켜야 한다. 여기에 경쟁교육이 내재화된 우리 나라와 달리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성적이 높고 학생 만족도도 높은 핀란드 사례를 국가모델로도 제시하는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 

피사평가에서 연이어 1위를 하면서 관심의 대상이 된 핀란드. 우리와 같은 국가교육체제이지만 학생들의 다양성이 인정되고, 학생간 격차가 거의 없어 하위권학생이 다른 나라 중위권보다 점수가 높을 정도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핀란드는 경쟁보다 협력을 강조하고, 학생평가가 중학교까지 없으며 교사평가나 장학제도조차 없음에도 교사 수준이 가장 높다. 대학까지 무상교육이며 학급당 학생수가 20명 이내이고, 한 학급에 보통 2명(특수교사 포함)의 교사가 들어간다. 국가교육과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교육과 학습, 교육에 영향을 주는 요인까지 세밀하게 배려하고 있다. 유럽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가장 적다. 학생발달단계에 맞춰 교과교육과정이 학년군으로 제시되고 교과목표들이 치밀하게 조직되어 있다.

부진아가 20%? - 미리 지원하여 예방하기

특히 장애, 질병, 결핍에 의해 성장, 발달, 학습의 전제 조건이 불리한 위치에 있는 학생들 20%에게 특별한 교육적 지원을 하고 있다. 학습부진의 경우 조기에 발견하여 학생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교육이 학생들의 자발성과 자신감을 지원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수준별 학습보다 통합학습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학기초에는 교사가 학부모와 학생, 전문가간 면담을 통해 1년간의 학습계획을 같이 세운다. 학생의 인지적, 정서적, 사회적 특성을 고려해 장단점을 공유하고 노력할 점을 공유하는 것이다. 학생은 이 계획에 따라 학습을 해 나가고 학습과정 결과는 학부모에게 계속 알려준다. 스웨덴에서도 이걸 본받아 2005년 개인별 발달계획을 법제화했다.

사회적 교육과정 위원회와 대안교육과정 연구 활성화

첫째, 사회적 교육과정 위원회를 통해 협력하고 상생하는 국가교육모델을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가야 한다. 교육은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전체적인 지원도 중요하다. 핀란드는 30년 계획을 세워 사회적 합의를 실현하고 있다. 우리 나라도 변화된 사회에 맞는 학력의 개념과 학생의 전면적 발달을 지원하는 교육으로 방향전환을 해야 한다.

둘째, 교육외적인 것과 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먼저 학습당 학생수 감축으로 학생 개개인의 발달을 배려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핀란드처럼 수업에 2명의 교사가 들어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일상적인 수업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교육내용의 양과 수준도 적정화해야 한다. 이는 국가교육과정 성취기준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전교조에서 그 동안 주장해왔던 정책 대안과 대안교육과정 연구가 그 토대가 될 것이다.

셋째, 학습부진아 정책을 지원중심으로 전면전환해야 한다. 학생에게는 교과학습 능력과 생애능력(생활 능력)이 있다고 한다. 지금은 교과측면에 치중하여 오히려 자신감을 잃게 한다. 학습부진아 개념이나 학문적 연구, 지원 프로그램이나 전문적인 교사도 부족하다. 일제고사보다는 이런 정책이 학습부진아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또 농어촌지원교육법을 통해 지역격차를 줄이는 것도 사회적으로 같이 추진이 되어야 한다.

넷째, 스웨덴의 발달대화와 개인별발달계획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보자. 개인별 발달계획은 학생의 발달과 성장에 대한 포트폴리오로, 만6세 유아학교부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누적시켜 가는 것이다. 학생이 교사와 학부모와 같이 자기 평가와 목표 설정을 하고, 목표달성을 위해 교사와 학부모가 어떤 도움을 줄 것인지 의논하고 약속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이 교육과정과 학습의 주체로 설 수 있다.

우리 나라 상황을 보면 점수가 아니면 학생들의 실력을 알기 어렵고 학교가 불친절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교사도 학습활동과 결과를 수행평가 서술어로 나타내기에는 부족하다고 느끼고 학부모와 교사간 소통이 부족한 점도 있다. 발달대화를 통해 학생들의 학습과 생활계획을 같이 계획하고 학부모와 공유하는 과정 속에 자연스럽게 교육의 협력구조가 만들어지고 책임을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일제고사 폐지

10월 10일 전국교사대회에 해직교사들이 일제고사 폐지와 해직교사 복직을 위한 전국대장정을 마치고 참가하였습니다. 일제고사로 전국 학교가 어떻게 황폐화되는지를 직접 살펴보고 일제고사의 문제점을 널리 알려냈습니다. 해직교사들은 일제고사 폐지와 우리 아이들을 살려내기 위해 기꺼이 주춧돌이 되고 어두운 길을 밝히는 촛불이 되겠다고 합니다.
 10월 10일 전국교사대회에 해직교사들이 일제고사 폐지와 해직교사 복직을 위한 전국대장정을 마치고 참가하였습니다. 일제고사로 전국 학교가 어떻게 황폐화되는지를 직접 살펴보고 일제고사의 문제점을 널리 알려냈습니다. 해직교사들은 일제고사 폐지와 우리 아이들을 살려내기 위해 기꺼이 주춧돌이 되고 어두운 길을 밝히는 촛불이 되겠다고 합니다.
ⓒ 유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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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는 몇 군데 손볼 수준이 아니라 당장 폐기해야 할 정도로 우리 교육을 황폐화시켰다. 그리고 일제고사 정책을 이야기할 주체는 교과부와 교육과정평가원에 있는 소수의 연구진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학부모, 교사, 학생이 고민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교과부는 최근 2년간 벌어진 문제점에 대해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온 국민에게 이 문제를 판단할 기회를 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덧붙이는 글 | 교고부는 새로운 정책을 쏟아내기보다 지금 하는 정책들의 문제와 대안을 고민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학교 현장은 일제고사로 교육이 무너지고 아이들이 희망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그 동안 현장에서 보고 느낀 것을 중심으로 정리해보았습니다. 교과부는 교육과정에 규정된 대로 학업성취도 평가를 위한 표집평가로 전환하고 하루빨리 일제고사를 폐지하여 주십시오. 그리고 일제고사가 남긴 폐해를 역사의 기록으로 정리해 주십시오.



태그:#일제고사, #초등교육, #핀란드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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