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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중동쓰레기 소각장. 정식 명칭은 부천시 폐기물시설관리사업소다.
 부천 중동쓰레기 소각장. 정식 명칭은 부천시 폐기물시설관리사업소다.
ⓒ 김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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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병합 발전소와 쓰레기 소각장이 건설된 곳으로 지도의 짙은 색에서 아래쪽 좀더 짙은 곳이다.
 열병합 발전소와 쓰레기 소각장이 건설된 곳으로 지도의 짙은 색에서 아래쪽 좀더 짙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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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쓰레기소각장이 내년에 폐쇄된다.

중동신도시는 노태우 정부의 주택 200만호 건설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1기 신도시 중 하나다. 1990년에 시작되어 1996년까지 아파트 4만1천여 가구가 지어졌다. 신도시를 계획하는 과정에서 신도시 기반시설인 열병합 발전소와 쓰레기 소각장이 삼정동 인근에 건설되도록 설계되었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상지역 그림만 놓고 보았을 때, 제일 구석에 배치됐다. 그런데 대상지역 바로 옆 삼정동 지역에는 이미 주거지역이 형성되어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야말로 지역실정을 무시한 중앙정부 탁상행정의 표본이 아닐 수 없었다.

무계획적 시설, 결국은 쓰레기 소각장 반대투쟁으로...

처음 기반시설 공사를 할 때는 잘 몰랐지만, 점차 신도시 윤곽이 드러나고 열병합 발전소 건설이 시작될 무렵인 1992년경, 삼정동 주민들은 열병합 발전소 건설 반대투쟁을 시작하였다. 얼마 후 그 옆에 쓰레기 소각장이 들어선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싸움은 곧 바로 '쓰레기 소각장 반대투쟁'으로 바뀌었다. 그 때부터 시작된 쓰레기 소각장 반대투쟁은 10년을 넘기면서 줄기차게 이어졌다. 마침내 지어진 지 15년만인 내년 2010년에 문을 닫게 되었다. 300억을 들여서 지은 쓰레기 소각장을 15년 사용하고 폐쇄하게 된 것이다.

푸른마을회(주민협의체의 명칭) 이연리 회장님을 찾아 그간의 얘기를 전해들으면서, 폐쇄된 쓰레기 소각장을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지 들어봤다. 박노설 부천시의원과 부천시 관계공무원이 전하는 말에 의하면 부천시에서도 아직 명확한 계획을 세우진 못했으나, 어떤 용도로 쓰던 그간 주민 피해를 감안하여 주민을 위한 시설을 포함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한다. 산업연구단지로 이용하거나 상공회의소 입주 등을 모색했었다고도 한다. 환경박물관 얘기도 나왔으나, 환경박물관은 대장동 폐기물종합처리시설 내에 만들기로 결정됐다고 한다. 이래저래 활용방안이 딱히 정해지진 않은 모양이었다. 부지가 3000여평으로 아주 크다고는 할 수 없으나, 시유지인 하천부지라 부천시에서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다.

쓰레기 소각장 활용방안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시설을 다 부수고 새로운 건물을 짓는 방법은 피했으면 하는 의견들이 많다. 그 자체로서 역사와 내력이 있고, 두고두고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건물이 아닌가. 탁상행정의 표본이자 10년이 넘는 동안 주민들의 한숨과 눈물이 배어있는 건물이다.

폐기된 공장이나 공공시설을 문화예술 창작공간으로 만들었던 사례처럼 이곳도 우리나라의 모범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유명한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처럼...

폐쇄된 기차역을 리모델링한 프랑스 파리 오르세 미술관
 폐쇄된 기차역을 리모델링한 프랑스 파리 오르세 미술관
ⓒ 오르세미술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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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폐쇄된 기차역을 그대로 살리면서 프랑스 현대미술, 인상파 미술관으로 만들어냈다. 바로 오르세미술관이다.

프랑스만 그런 것이 아니다. 중국 베이징에도 그런 곳이 있다. 다산쯔거리로 불리는 '798 예술특구'가 그렇다. 원래 1959년대 동독 건축가들에 의해 세워진 군수공장지대였으나, 개혁.개방 이후 쇠락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건물을 싼 값에 임대할 수 있고, 작업공간이 넓은 이곳에 젊은 예술인들이 하나 둘식 모여 들면서 중국의 대표 예술공간으로 바뀌었다. 300여개에 달하는 국내외 문화기구와 개인 작업실이 자리잡아, 예술, 매체, 설계, 판권 등 다양한 산업을 이뤘다. 수십 개 갤러리와 10여 개 레스토랑.카페도 운집해 있다.

다산쯔 관련 블로그
다산쯔 798예술특구

군수공장에서 예술특구로 조성된 중국 베이징 다산쯔거리
 군수공장에서 예술특구로 조성된 중국 베이징 다산쯔거리
ⓒ 김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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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수도 빈에는 작고한 세계적 건축예술가 훈데르트 바서가 설계한 쓰레기 소각장이 서있다. 친환경 소각시설에 문화예술의 에너지를 입혀 세계적인 명소로 탈바꿈시켰다.

친환경 소각시설에 문화예술을 입혀 세계적 명소로...
 친환경 소각시설에 문화예술을 입혀 세계적 명소로...
ⓒ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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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도 그런 곳이 꽤 여러 곳 있다. 문래동 철공소거리를 '물레예술거리'로 탈바꿈시킨 사례(벌써 3회째 거리예술제가 펼쳐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금년 10월 문을 연 '금천예술공장'이 대표적이다.

지난 10월 문을 연 금천예술공장
 지난 10월 문을 연 금천예술공장
ⓒ 김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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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은 건물 잘 짓는다고 건물이 알아서 해주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하는 것이다. 예술가들을 모으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미술가, 공연예술가 등이 모여, 쓰레기 소각장을 어떻게 변모시킬 것인가, 어떻게 새 생명을 불어넣을 것인가 상상력을 발휘하게 하면 어떨까? 높은 건물인 만큼, 공연장도 만들고, 연습실도 만들고, 갤러리도 만들고, 기획사와 에이전시, 극단과 창작실을 들이면 어떨까? 주민과 호흡할 수 있도록 주민편의시설도 함께 넣는다면, 주변 테크노파크와 지역주민, 문화예술이 어우러지며 공존하는 새로운 생명을 가진 건물, 그러면서도 역사와 이야기거리를 간직한 살아있는 명소로 재탄생할 수 있지는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생활정치메타블로그(www.lifepolitics.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생활정치연구소, #김진국, #부천시쓰레기소각장, #아트팩토리, #리모델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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