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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형 슈퍼마켓 SSM(=Super super market) 입점을 저지하기 위한 부개동 상인들의 농성이 48일째 지속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상인들이 노상에서 한겨울을 보낼 처지다. 게다가 SSM 사업조정과 관련해 상인들이 업체로부터 고소고발까지 당하는 상황마저 발생했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측은 부개2호점을 개점하기 위해 지난 9월 7일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 현장을 가림막으로 둘러싸고 공사해 아무도 SSM이 입점하는 것을 몰랐고, 심지어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는 주민들도 무슨 공사인줄 몰랐다.

 

게다가 공사는 낮 대신 주로 밤에 진행돼 주민들은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 자리에서 11년째 슈퍼마켓을 운영하던 세입자가 영문도 모른 채 보증금과 월세를 올려달라는 소리에 하소연 한번 못해보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측이 부개2호점 개점을 준비할 때는 국내 여러 지역에서 SSM 입점을 놓고 지역상인과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다. SSM 입점과 관련해 사업조정 권한을 쥐고 있는 중소기업청은 당시 사업조정 신청이 들어온 대부분 지역의 SSM에 대해 일시 정지 권고를 내렸고, 그 뒤 일부 권한을 광역시․도에 위임했다.

 

현재까지 부개동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홈플러스익스프레스는 9월 26일 오픈을 계획하고 있었으며, 소식을 접한 부개동 상인들은 23일 사업조정 신청에 따른 '입점 예정지역 소상공인 실태조사'와 구체적인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중소기업청과 접촉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측이 26일 오픈을 강행하자 부개동 상인들은 몸을 던져가며 입점을 저지하고 나섰고, 다음날 27일부터 농성을 시작했다. 상인들은 28일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을 신청했으며 같은 날 사업조정심의회의 전단계인 사전조정제도를 맡은 인천시는 28일 부개동 SSM에 대해 일시정지 권고를 내렸다.

 

[관련일지]

2009년 6월 : 해당 슈퍼마켓 주인(세입자) 월세․보증금 두 배 인상 요구 받음

9월 7일 : SSM 측 입점 위한 공사 시작

9월 중순 : 입점업체 주인이 대전과 서울에서 슈퍼체인 사업하는 사람이라고 알려짐

9월 23일 : 입점업체 주인이 삼성테스코에 매각했다는 소문 알려짐

9월 23일 : 부개동 상인 사업조정 신청 착수

9월 26일 : SSM 측 오픈하려하자 상인들 저지하고 나섬

9월 27일 : 상인대책위 구성, 농성시작

9월 28일 : 인천시, 일시정지 권고 / 부개동 상인들 사업조정 신청

10월 둘째 주 : SSM 측 부개동 상인과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 관계자 4명 영업방해 혐의로 고소고발

10월 12일 : 인천시 6개(갈산동ㆍ부개동 등) 사업조정 신청지역을 대상으로 한 1차 사전조정협의회 개최(별다른 논의 없이 위원장만 선출)

10월 16일 : 삼성테스코 측 요청으로 상인과 면담했으나 결렬

11월 6일 : SSM 측 물건 재차 매장 반입시도, 상인과 마찰

11월 11일 : 부개동상인대책위와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 경찰 조사 받음

11월 17일 : 입점저지 농성 48일 째

11월 셋째 주 : 인천시, 2차 사전조정협의회 개최 예정

 

SSM 측, 영업방해 혐의로 고소고발↔상인 측, "명백한 위장 개업"

 

입점을 저지하기 위한 부개동 상인들의 농성이 지속되자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본사인 삼성테스코는 추석 연휴가 끝난 뒤 부개동 상인대책위 2명과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 2명을 영업방해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SSM 업체측은 정식으로 오픈했고, 매출기록도 있기 때문에 상인들이 주장하는 '위장 오픈'이 아니라, 인천시가 내린 일시정지 권고 결정은 해당 사항이 아니라는 의견이다.

 

이에 반해 상인들은 당일 오픈 전까지 전혀 알 수 없도록 해놓은 뒤 '정식오픈'을 운운하는 것은 명백한 위장 오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부개동상인대책위 연국흠 대표는 "개장 당일 날에도 물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며 "이는 실태조사를 나온 인천시와 인천중기청,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들이 사진을 촬영해갔기 때문에 금방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상인들은 SSM 측이 사업조정 신청을 피하려 위장 오픈을 했기 때문에 고소고발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지역상권 잠식도 모자라 몇 푼 벌지도 못하는 상인들을 어떻게 고소․고발할 생각을 하냐?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태도이고, 업체 측은 여전히 정식 오픈을 한 가게를 막고 있으니 이는 영업방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업조정과 관련해 인천시가 지난 10월 12일 1차 사전조정협의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는 협의회를 진행할 위원장을 선출하는 데 그쳤다. 그런 뒤 16일 삼성테스코 측의 요청으로 삼성테스코 상생협력팀과 부개동 상인 간 1차 면담이 있었으나 서로의 입장을 확인한 채 결렬됐다.

 

당시 부개동 상인들은 '인천시가 일시정지를 권고한 만큼 이를 성실히 이행하고 상인들에 대한 부당한 고소고발을 취하하면 농성을 풀겠다'고 밝혔으며, 업체 측은 '농성은 부당하니 농성을 풀면 고소고발을 취하하겠다'고 답했다.

 

영국 테스코 부회장, "대화로 풀 것"…고소고발은?

남구 석바위시장에서도 제2의 부개동사태 발생

 

"소형 점포는 지역사회에 여러 가지 도움을 줍니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이런 점들을 한국 정부에 알리고, 대화를 통해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입니다"

 

국내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홈플러스익스플러스의 본사인 삼성테스코의 모기업, 영국 테스코그룹의 루시 네빌 롤프 부회장은 지난 5일 런던을 방문한 한국 기자단과 간담회를 통해 이처럼 대화로 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롤프 부회장은 한국 내 SSM 규제 등과 관련해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화와 협력을 강조했다. 하지만 부개동처럼 한국에서는 고소고발이 여전히 진행 중이고, 상인들은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이와 관련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 정재식 사무국장은 "앞에서 대화와 협력으로 푼다고 한지 일주일이 넘었는데 우린 여전히 조사받으러 가고 있다"며 "이는 유통재벌이 펼치는 전형적인 언론플레이다. 안 그러면 그 다음날 어떻게 물건 반입 시도를 할 수 있겠냐?"고 비난했다.

 

안타까운 것은 부개동 상황과 판박이라 할 수 있는 일이 또 인천에서 재현됐다는 사실이다. 국내 대형유통업체 킴스클럽의 SSM에 해당하는 킴스마트가 11월 11일 남구 석바위시장에 기습 오픈을 한 것. 이곳 상인들 역시 처음에는 전혀 몰랐으며 상황은 부개동과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전국상인연합회 대형마트규제특위 인태연 부위원장은 "중기청이 이미 사업조정 관련 시행세칙을 발표할 때 예견된 일이었다. 결국 중기청이 재벌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셈"이라며 "이미 입점한 업체는 사업조정 신청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시행세칙을 뒀기 때문에 업체들이 계속 위장 오픈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와 SSM 사업조정 신청지역 전국연석회의 등을 비롯한 전국의 상인단체들은 지난 9월 중기청에 입점업체가 개점행사를 하기 전까지는 사실상 입점여부를 알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기존 입점업체도 사업조정신청 대상에 포함시켜 줄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반영되지 않고 있어 제2의 부개동, 제3의 석바위시장 사태는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홈플러스의 경우에만 내년에 SSM을 포함해 25개 점포를 열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다른 유통업체들도 SSM 확장 계획을 세우고 있어 대형마트와 SSM 입점과 관련해 허가제 도입을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상인들의 피해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SSM, #삼성테스코, #유통산업발전법, #자영업자, #부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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