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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민속자료 제144호 성위제 가옥은, 충북 영동군 학산면 봉림리 미촌마을에 소재하고 있다.
▲ 성위제가옥 중요민속자료 제144호 성위제 가옥은, 충북 영동군 학산면 봉림리 미촌마을에 소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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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민속자료 제144호 성위제 가옥은, 충북 영동군 학산면 봉림리 미촌마을에 소재하고 있다. 안채를 제외한 모든 건물이 모두 초가로 되어있는 성위제 가옥은 안채, 사랑채, 문간채, 일각대문, 광채, 사당 등으로 배치되어 있다. 11월 14일 아침 일찍 길을 나서 영동에 있는 몇 집의 중요민속자료를 답사하리라 마음을 먹었다. 그 두 번째 집이 학산면 봉림리에 있는 성위제 가옥이다. 이번 답사에서 돌아본 네 집의 중요민속자료가 현재는 한 집도 사람이 거주하고 있지 않아, 답사를 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체온이 사라진 집의 썰렁함이 조금은 아쉽다.

특별한 광을 만나다

성위제 가옥은 대부분 20세기 초 이후에 다시 지어진 건물이다. 다만 광채만이 18세기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한다. 고택을 답사하면서 만난 광채 중 가장 특별한 모습을 하고 있는 성위제 가옥. 정면이 4칸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 이 광은 좌측 3칸은 판자벽을 막고 문을 달았다. 바닥은 나무로 깔아 이곳이 곡간이었음을 알게 해준다. 나머지 우측의 한 칸은 개방을 하여 헛간으로 사용하였다. 그런데 이 광의 특별함이라는 것이 바로 판자벽이다.

네칸의 광채는 오름쪽 한 칸은 개방하여 헛간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세칸은 광으로 사용을 한다.
▲ 광채 네칸의 광채는 오름쪽 한 칸은 개방하여 헛간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세칸은 광으로 사용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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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세로로 끼어넣기를 한 벽. 이러한 전통기법은 오래된 건축방법이다. 성위제 가옥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모습이다.
▲ 광채의 벽 나무를 세로로 끼어넣기를 한 벽. 이러한 전통기법은 오래된 건축방법이다. 성위제 가옥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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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따란 판자를 세로로 끼워 놓은 이러한 벽은 오래된 기법이다. 판자벽을 둘러보다 보니 조금은 이상한 것이 있다. 벽을 막은 판자에 구멍들이 뚫린 것도 있고, 가지런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나무를 보니 어딘가에 사용했던 나무들로 벽을 둘렀다. 나무를 재활용했다는 것이다. 갑자기 정리가 잘 안 된다. 이러한 광을 지닐 정도의 집에서 꼭 사용했던 목재를 이용해야만 했을까? 찬찬히 벽을 살펴본다.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물건을 아끼는 습관 때문이다. 집주인의 알뜰한 마음이 배어있다. 막아놓은 벽은 듬성듬성 틈이 생겨 자연스럽게 통풍을 유도한다. 집주인의 여유로움이 배어있는 아름다움이다.

안채를 보호하는 사랑채의 안 담장

안채 앞에 놓은 사랑채는 담 안과 담 밖에 걸쳐있다. 밖에서 사랑채를 출입할 때는 우측 담장에 난 작은 대문을 거치지 않고, 사랑채의 마루로 바로 연결이 된다. 안채는 부녀자들의 생활공간이다 보니, 사랑채를 찾아 온 외부의 손님들이 안채를 볼 수 없도록 하였다. 그것이 바로 문을 들어서면 사랑채를 길게 막아버린 또 하나의 벽이 있다. 그 벽과 방 사이에도 마루를 놓아 불을 때는 아궁이로 출입할 수 있게 했다.

안채 앞에 놓은 사랑채는 담 안과 담 밖에 걸쳐있다. 밖에서 사랑채를 출입할 수 있도록 하여 안채를 보호한다
▲ 사랑채 안채 앞에 놓은 사랑채는 담 안과 담 밖에 걸쳐있다. 밖에서 사랑채를 출입할 수 있도록 하여 안채를 보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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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채는 부녀자들의 생활공간이다 보니, 사랑채를 찾아 온 외부의 손님들이 안채를 볼 수 없도록 또 하나의 외벽을 두었다
▲ 사랑채와 안채를 가르는 벽 안채는 부녀자들의 생활공간이다 보니, 사랑채를 찾아 온 외부의 손님들이 안채를 볼 수 없도록 또 하나의 외벽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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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채는 바로 안채를 볼 수 있는 지척의 거리이다. 사랑채는 바깥주인이 주로 기거하는 공간이고, 이곳에서 외부인들과 잦은 접촉을 해야 한다. 거기다가 외부인들이 이곳에서 하루 묵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안채의 소리까지도 들릴 수 있는 거리인 사랑채가 신경이 쓰였을 것이다. 그러한 것을 차단하기 위한 외벽. 그것 하나만으로 생활에 자유스러움을 얻을 수가 있다. 막힘과 자유스러움. 이것이 사랑채 외벽의 멋이다.

집안에서 유일하게 기와를 놀렸다. 뒤에는 사당이 자리하고 있다
▲ 안채 집안에서 유일하게 기와를 놀렸다. 뒤에는 사당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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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부리는 아랫사람도 존중하는 마음, 행랑채

바깥에서 보면 담장에 붙은 대문이다. 안으로 들어서면 그 대문이 바로 행랑채가 된다. 결국 바깥의 대문 곁에 담이 행랑채의 벽이기도 하다. 성위제 가옥의 또 하나의 특별함이다. 대문을 들어서면 정면에 안채가 보인다. 그리고 우측에는 광채, 그 뒤에는 측간이 있다. 광채와 안채의 모서리에는 뒤주와 우물이 오롯이 자리한다. 좌측에는 담에 붙은 작은 문과 사랑채가 담으로 연결이 된다. 그리고 안채의 뒤편에는 담장으로 두른 사당이 자리한다.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곳이 바로 행랑채다. 행랑채라고 해서 무시하지 않은 집이, 바로 성위제 가옥이다. 비록 내가 부리는 사람이지만, 최선을 다해 인격을 존중했음을 행랑채에서 발견할 수가 있다.          

담장을 연결하는 곳에 자리를 하고 있다.
▲ 대문 담장을 연결하는 곳에 자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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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과 방 사이에 헛간을 두어  행랑채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소음을 피하도록 배려를 했다
▲ 행랑채 대문과 방 사이에 헛간을 두어 행랑채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소음을 피하도록 배려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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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택의 경우 대개는 대문 양 편이나 한 편에 방을 두게 된다. 그러나 성위제 가옥의 행랑채는 대문과 방 사이에 또 하나의 광이 있다. 이것은 대문에서 방을 바로 연결하지 않아, 문을 열고 닫을 때 소음을 조금은 피할 수 있도록 하였다. 집 주인의 배려가 숨어있는 모습이다. 중간에 광을 두어 문을 여닫는 소리를 분산시키는 효과를 얻어낸 것이다.

아름다움을 정리하는 뒤주

성위제가옥은 뒤즈는 전통기법을 살려 지었다. 나무로 만든 이 뒤주는 우물곁에 두어 부녀자들의 편리를 도왔다
▲ 뒤주 성위제가옥은 뒤즈는 전통기법을 살려 지었다. 나무로 만든 이 뒤주는 우물곁에 두어 부녀자들의 편리를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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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채와 광채의 모서리에서 만나게 되는 뒤주와 우물. 전통기법을 그대로 살려 만든 뒤주는 이 집의 모든 아름다움을 정리하고 있다. 사방 한 칸으로 지어진 뒤주는 땅에서 한 자 정도를 높였다. 습기를 막기 위해서다. 그리고 우물과 가까이 두어 살림을 하는 부녀자들의 동선을 최대한 짧게 만들었다. 성위제 가옥이 보여주는 사람을 아낄 줄 아는 마음이 이 뒤주에 배어있다. 그리고 집안의 구조물을 이 뒤주가 정리하고 있다. 바로 여유로움, 사랑, 아름다움의 모든 것을 마무리하고 있는 것이다.

안채의 뒤편에 자리하고 있는 사당. 낮은 담으로 둘러 경계를 하였다. 사당에 속한 대지가 꽤 넓다. 조상을 섬기는 마음을 엿볼 수 있다
▲ 사당 안채의 뒤편에 자리하고 있는 사당. 낮은 담으로 둘러 경계를 하였다. 사당에 속한 대지가 꽤 넓다. 조상을 섬기는 마음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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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 그러나 안채에 걸린 사진이며 툇마루의 물건들을 보아, 최근까지도 살림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집 여기저기를 돌아보다가 만나는 여유로움과 배려. 성위제 가옥이 우리에게 주는 또 하나의 교훈이다.


태그:#성위제가옥, #영동, #중요민속자료, #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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