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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쌀쌀했던 11일 낮2시. 중증장애인 10여명이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에 위치한 수원종합고용지원센터(아래 수원고용센터) 앞에 모였다. 휠체어를 타거나 불편한 걸음걸이로 현수막을 펼치고, 손팻말을 들고 늘어섰다.

 

현수막엔 "부당한 지원금 중단조치 철회하고 실질적인 중증장애인 고용 지원방안 마련하라"는 요구사안이 적혀 있다. 손팻말엔 "장애인도 일하고 싶다! 노동권을 보장하라!"거나 "고용지원금 중단결정을 즉각 철회하라!"는 글귀가 담겼다.

 

기자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다만 관할 수원남부경찰서 정보과 형사들과 수원고용센터 직원들이 주변에 몇 명 나와 서 있다.

 

작은 앰프를 설치하고 기자회견을 시작하려는 데, 마이크가 전혀 반응하질 않았다. 한참을 만지작거린 뒤 소리가 나기 시작했으나 그것도 신통치 않다.

 

김진규 수원중증장애인독립생활센터(아래 IL센터) 소장은 "여전히 장애인들은 비장애인과 달리 고용에서 차별받고 집에 갇혀 지내야 한다"면서 "오늘 회견이 차별받는 중증장애인들의 노동권을 지역사회에서 확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윤경선 시의원은 연대 발언을 통해 "중증장애인들은 민간 기업에선 거의 고용하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사회서비스단체에서 많이 고용해 일자리를 보장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장애인 고용은 노동을 통한 소득보장과 사회참여와 같이 장애인 스스로가 자립생활이 가능케 하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면서 "정부와 노동부는 장애인 일자리 창출과 고용을 확대하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회견문에서 "수원고용센터가 중증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운영하는 IL센터에 대한 지원 중단 조치를 밟아 어렵게 일하고 있는 중증장애인을 다시 집안에 갇혀 살라고 하고 있다"면서 "수원고용센터는 부당한 지원금 중단 조치를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만으로는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건지 정확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회견이 끝난 뒤 김진규 IL센터 소장과 수원고용센터쪽에 확인해 봤다.

 

 

중증장애인쪽 "알선 제도 취지는 좋지만 너무 형식에 치우쳐"

 

우선 김 소장에 따르면, IL센터는 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운영중인 취업정보사이트 '워크넷'에 구인등록을 했다. 장애인 사업 활동에 함께 할 사람을 찾는 거였다. IL센터 재정형편이 어려워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아래 장재인고용촉진법)에서 보장하는 신규고용촉진장려금을 지원받을 생각이었다.

 

워크넷 구인등록 내용을 보고 지체2급 장애인 ㄱ씨가 이력서를 보내왔다. 이에 IL센터는 ㄱ씨가 업무에 적합한 경력을 갖고 있는데, 고용지원센터의 알선 없이 직접 지원했기에 알선 절차를 알려주고 채용절차를 진행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알게 된 수원고용센터쪽은 "미리 채용절차를 밟은 뒤 알선 받으려 한 것이라 절차에 위배돼 신규고용촉진장려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신규고용촉진장려금 신청 절차는 '사업주 구인등록 → 고용지원센터 등의 알선 → 대상자 채용 → 장려금 지급'인데, IL센터에선 먼저 채용 대상자를 정한 뒤에 알선 받으려 해 '부정한 방법'에 해당한다는 것이 수원고용센터의 설명이다.

 

또한 IL센터는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장려금을 지원받거나 지급받으려는 경우'에 해당돼 앞으로 1년 동안 각종 지원금과 장려금을 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수원고용센터 "안타깝긴 하지만 규정을 어겨가며 줄 순 없는 일"

 

김진규 IL센터 소장은 "알선 제도는 중증장애인이나 고령자처럼 고용이 어려운 사람들을 돕자는 좋은 취지인데 너무 형식에 치우쳐 있다"면서 "지원금을 통해 어렵게 사업하는 장애인단체에겐 너무 억울한 측면이 있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김 소장은 "수원고용센터에서는 단순히 자기네를 통해서 먼저 알선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1년간 노동부의 모든 지원금마저 중단하겠다고 하는 상황"이라면서 "센터운영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이민재 수원고용센터 소장은 "(IL센터가) 장애인고용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건 알지만 신규고용촉진장려금은 규정에 따라 지원된다"면서 "안타깝긴 하지만 규정을 어겨가며 줄 순 없는 일"이라고 털어놨다.

 

이 소장은 또한 "우리가 규정을 무시하고 지원하면 감사 때 문제가 된다"면서 "장려금 이 외에 법에서 허용하는 다른 지원 방법이 있는지 검토해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수원시민신문(www.urisuwon.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중증장애인, #고용안정, #수원종합고용지원센터, #신규고용촉진장려금,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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