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엄마! 아빠!"
"예설이 잔다 조용히 해라. 또 깨우려고 그러지."
"아니예요. 나 내일부터 학교 안 가도 돼요."

"뭐라고 학교를 안 간다고."
"선생님이 신종플루 때문에 다음 주 월요일에 학교 오라고 하셨어요. 자 보세요. 신종플루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한 등교 중지 안내문이에요."


신종플루 때문에 12일-13일 학교 등교 중지하라는 공문
 신종플루 때문에 12일-13일 학교 등교 중지하라는 공문
ⓒ 김동수

관련사진보기


막둥이가 내민 공문을 보니 12일-13일까지 신종플루 때문에 2학년 전체가 등교 중지를 결정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막둥이에게 물어보니 자기 반에는 34명 중 10명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틀 동안 학교에 안 간다는 소식에 막둥이는 함박웃음입니다.

"막둥이 좋겠다. 학교 안 가서. 그런데 공부는 해야지. 선생님도 목요일은 국어, 금요일은 수학 공부하라고 하셨잖아."
"금방 풀면 돼요."
"뭐라고 금방 풀 수 있다고. 문제지만 푸는 것이 아니라. 학교 홈페이지 들어가고, 책도 읽고, '새미학습에서 들어가 사이버 공부도 해야 하는데."
"잘 할 수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하지만 선생님이 내주신 과제를 보니 학교 가는 것보다 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 종일 공부를 해야 했습니다. 신종플루 때문에 쉬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공부만 해야 하는 것을 막둥이는 학교 안 간다는 것만으로 좋아하고 있으니 마음 속으로 웃음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막둥이는 방학이 이틀 동안 짧아지잖아. 형아하고 누나가 학교 안 갈 때 막둥이는 학교가 가야 한다."
"아빠 그럼 내일 학교 가면 안 돼요."

"선생님도 안 오시잖아. 우리 막둥이 좋았다가 말았네."
"…."
"괜찮아."

방학이 줄어든다는 말에 막둥이는 그만 그 좋았던 얼굴이 시무룩해졌습니다. 하지만 아침에 형과 누나가 학교를 간 후 막둥이는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이유는 선생님이 내 주신 국어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공부를 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컴퓨터로 공부하는 막둥이 하지만 문제도 읽어보지 않고 풀었다. 결과는 427명 중 371등이었다.
 컴퓨터로 공부하는 막둥이 하지만 문제도 읽어보지 않고 풀었다. 결과는 427명 중 371등이었다.
ⓒ 김동수

관련사진보기


"엄마 다 풀었어요."
"벌써 다 풀었어. 네가 5분만에 20문제를 다 풀어. 엄마는 이해가 안 된다. 점수 한 번 보자. 이게 점수야. 엄마가 말했지. 생각하면서 풀라고. 너는 생각도 하지 않고 풀었으니 점수가 이것 밖에 안 되지. 427명 중 371등이 무엇이니."
"다시 풀면 되잖아요."
"시험 문제를 어떻게 다시 풀어."
"아니 헌법재판소도 위법이지만 무효는 아니라고 하는데, 이 정도는 괜찮지 않아요. 시스템에 한 번 풀면 다시 풀 수 없게 되어 있어요."

20문제를 5분만에 해치운 우리 막둥이 엄마에게 엄청나게 혼이 났습니다. 하지만 막둥이는 이미 마음이 콩밭에 가 있었습니다. 막둥이의 콩밭은 집 근처에 있는 인라인스케이트장입니다.

427명 중 371등을 한 이유는 간단하다. 인라인스케이트장에서 자전거를 타기 위해서다. 공부? 관심없다.
 427명 중 371등을 한 이유는 간단하다. 인라인스케이트장에서 자전거를 타기 위해서다. 공부? 관심없다.
ⓒ 김동수

관련사진보기


엄마와 조카 예설이와 함께 자전거를 탄 막둥이
 엄마와 조카 예설이와 함께 자전거를 탄 막둥이
ⓒ 김동수

관련사진보기


국어 문제는 잘 풀지 못했지만 자전거는 잘 탑니다. 인라인스케이트장을 돌면서 자기 세상인 양 좋아합니다.

"아빠 나 잡을 수 있어요?"
"잡을 수 있지."
"아무리 아빠래도 자전거를 어떻게 잡아요."

"우리 막둥이 자전거를 잡을 수 없지. 참 예설이가 자전거 타고 싶어 하는 모양이다."
"예설이가 어떻게 자전거를 타요."
"탈 수 있어. 엄마하고 같이 타면 돼."


자전거를 타자 재미있는지 계속 타겠다고 우는 예설을 억지로 달래 집에 돌아왔습니다. 이유는 수학 공부 때문입니다.

엄마와 수학 문제를 풀고 있는 막둥이
 엄마와 수학 문제를 풀고 있는 막둥이
ⓒ 김동수

관련사진보기


"거게 안 돼잖아. 12m에 얼마 더해야 13m 50cm가 되는 거야."
"…."
"생각을 좀 해 봐!"
"1m 50cm요."
"그래 조금 생각하면 풀 수 있잖아."
"아니 아직 막둥이는 미터 단위에 익숙하지 않으니까 머뭇거리지. 120에 얼마나 더해야 135가 되는지를 묻는 것과는 다르잖아요."
"그래도 이 정도는 쉽게 풀어야죠."
"신종플루 때문에 학교 안 간 것이 더 힘들겠다. 선생님은 이틀 푹 쉬라고 하면 안 되나. 우리 막둥이 어떻게 하니, 그냥 내일부터 학교 가라."


신종플루 때문에 학교 등교하지 않으면 아이들 놀게 해주면 안 되나요. 학교 가는 것보다 집에 있는 것이 더 힘듭니다. 막둥이가 신종플루가 걸렸다면 아예 공부도 하지 않고 집에서 푹 쉴 것인데 동무들이 신종플루에 걸려 자기도 어쩔 수 없이 학교 안 갔는데 인라인스케이트장에서 자전거 조금 탔을 뿐 아침부터 엄마 잔소리 들어가면서 공부에 열중입니다.


태그:#신종플루, #학교등교중지, #공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