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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마한 소나무숲 전남 장흥 남포의 소등섬이다.
 조그마한 소나무숲 전남 장흥 남포의 소등섬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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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가 내린다. 지난 8일 오락가락하는 비도 아랑곳없이 무작정 길을 나섰다. 처음 마주한 곳은 조그마한 소나무숲 전남 장흥 남포의 소등섬이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의 촬영지로 널리 세상에 알려진 이곳은 겨울에는 굴구이로, 매년 초면 일출의 명소로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굴구이는 아직 철이 이른 듯 바닷가의 가게는 문이 굳게 닫혀 있다. 한적하기만 한 남도의 바닷가, 부서진 조개더미를 부여안고 철썩철썩 파도가 운다. 소등섬을 따라 이어진 기다란 방파제에 몸을 기댄 어선은 한가롭게 파도에 출렁인다. 잿빛구름이 드리운 가없는 바다 수평선은 아득하기만 하다.

아직 가을의 끝자락이 가지마다 매달려 있다

다랑이논의 논두렁에 커다란 감나무가 빨간 감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다랑이논의 논두렁에 커다란 감나무가 빨간 감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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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에는 만개한 노란국화가 물결을 이루고 있다.
 들판에는 만개한 노란국화가 물결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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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등섬이 위치한 곳은 정남진으로 장흥군 용산면이다. 좌측 지방도를 따라 달려가 본다. 장흥군 관산읍으로 이어진다. 산자락 다랑이논의 논두렁에 커다란 감나무가 빨간 감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지나치는 마을들은 한가롭기만 하다. 들녘에서 농사일을 하는 농부들이 간간이 눈에 띌 뿐이다.

가을의 끝자락이 가지마다 매달려 있는데 절기상으로는 입동을 지났으니 초겨울이라는 표현이 맞겠다. 하지만 이곳 남도는 늦가을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하다. 도로 주변의 가로수와 산야는 알록달록 단풍의 물결이다.

관산읍을 지나 천관산관광휴게소로 오르는 길 건너의 들판에는 만개한 노란국화가 물결을 이루고 있다. 천관산은 그저 멀리서 바라만 봐도 멋스럽다. 억새로 유명한 산답게 천관산으로 오르는 길가의 가장자리에서부터 억새들의 손짓이다.

멀리 안개에 휩싸인 천관산이 신비롭게 다가온다.
 멀리 안개에 휩싸인 천관산이 신비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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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안개에 휩싸인 천관산이 신비롭게 다가온다. '하늘의 갓'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천관산은 그 이름부터가 예사롭지가 않다. 바위는 조각 작품을 대하듯 아름답고 그 경관도 참으로 오묘하다.

천관산 기슭에서 나고 자란 조선조 후기의 실학자 위백규는 자신의 저서 지제지(地提誌)에서 '우리나라에 산이 많으니, 큰 것은 수 개 군에 걸쳐 있고 작은 것도 일개 읍을 뒤덮고 있는데, 이로 보면 천관산은 극히 작은 산이다. 하지만 천관산은 예로부터 특히 영묘하고 기이한 것으로써 이름이 높아 비록 두류나 서석과 같이 높고 큰 산으로도 능히 당할 수가 없으니'라고 천관산의 신령스러움을 묘사했다.

나그네에게 포구임을 알려주는 갈매기의 선회비행

회진면으로 들어서니 간척지가 끝없이 펼쳐진다. 만수위에 찾아간 회진포구는 포구의 느낌이 없다. 차라리 잔잔한 호수 같다. 나그네에게 포구임을 알려주기라도 하려는 듯 이따금씩 갈매기가 바다 위를 선회한다. 겨울비가 흩날리는 포구는 쓸쓸하고 허전하다.

전남 장흥은 볼거리 먹을거리가 참 많은 고장이다. 먹을거리로 유명한 정남진 장흥토요시장과 장흥댐, 억새로 유명한 호남 5대명산 중의 하나인 천관산이 있다. 이곳 회진은 감성돔이 많이 잡히는 바다낚시의 명소다. 전설 속의 할미꽃 군락지와 일출이 아름다운 남포의 소등섬도 있다.

장흥 회진 명덕초등학교에 다니는 8명의 아이들이다.
 장흥 회진 명덕초등학교에 다니는 8명의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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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산리에서 놀러왔다는 아이들을 포구에서 만났다. 장흥 회진 명덕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다. 티 없이 해맑은 아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제 강진으로 향한다. 장흥 대덕의 산길을 넘어서니 그림 같은 고금대교가 제일 먼저 시야에 들어온다. 아름다운 항구 강진 마량항이다. 항구로 들어설까 잠시 망설이다 고금대교를 향해 내달린다. 고금휴게소 뒤편에 서니 마량항이 한눈에 잡혔다.

아름다운 횃불형 교각과 강아치 형식의 상판으로 만들어진 고금대교는 교량길이가 760m다. 교량 공사기간이 8년이나 소요됐으며 743억원의 건설비가 투입됐다. 지난 1999년 착공하여 2007년 6월 개통됨으로써 종전 고금-마량 간 해협의 40여분 거리가 5분 이내로 단축됐다.

마량항은 낮보다 밤의 정취가 더 아름답다

마량항은 1종 어항으로서 천혜의 미항으로 손꼽힌다.
 마량항은 1종 어항으로서 천혜의 미항으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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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진만호성지'다. 배위에는 강진에서 생산한 옹기가 가득 실려 있다.
 '마도진만호성지'다. 배위에는 강진에서 생산한 옹기가 가득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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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대교를 나와 마량으로 간다. 마량항은 1종 어항으로서 천혜의 미항으로 손꼽힌다. 고려 말부터 강진에서 생산하는 옹기와 청자, 농수산물을 개경과 제주도 등지로 수송하는 무역항이었다.

'마도진만호성지'다. 이곳 마도진은 고려말 이래 영호남에서 조세로 내는 곡식을 실어 나르는 조운선이 통과하는 지역이었다. 곡식을 약탈하려는 왜구를 방어하기 위해 연산군 5년(1499)에 진성을 쌓아 종4품의 무관직인 만호를 배치하였다고 한다.

만호성터에서 바라본 까막섬은 수묵화처럼 아름답다. 까막섬은 숲이 푸르다 못해 검게 보인다고 하여 가막섬 또는 까막섬으로 불린다. 옛날 옛적에 수천마리의 까마귀가 날아와 섬을 뒤덮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마량항은 낮보다 밤의 정취가 더 아름답다. 매주 토요일이면 아름다운 항구와 관광객이 하나 되는 흥겨운 토요음악회도 이곳에서 열린다.

이렇듯 목적지 없이 물 흐르듯 생각나는 대로 그저 흘러가는 여행도 괜찮을 듯하다. 초겨울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가을의 끝자락을 따라가 보라. 아니면 오는 겨울을 맞이하러 길을 나서보라. 목적지 없이 산야를 살피며 떠나는 여행길은 여유로움이 있어서 좋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겨울여행, #조개더미, #소등섬, #고금대교, #마량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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