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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원 전 통일부장관이 북미관계와 관련, "북한과 미국이 양자회담에 합의한 듯하다"며 "조만간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평양을 방문해 이 같은 합의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임 전 장관은 5일 저녁 7시 대전통일교육협의회와 대전충남기독교연대가 주최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길 열기'를 주제로 한 강연을 통해 "북한의 리근 국장과 미국의 보즈워스 대표가 미국에서 만났다"며 "그 결과를 놓고 이런저런 설이 분분하지만 북미가 양자회담 몇 번하고 북한도 6자회담에 참석하는 쪽으로 합의한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어려운 문제가 많이 있지만 잘 극복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임 전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밝힌 '재래식 무기 감축'에 대해 "대단히 고무적인 생각"이라면서도 "남북관계를 경색시킨 핵심요인이 현 정부의 비핵개방 3000(핵 연계 전략)에 있는 만큼 북한에 대한 '선 핵폐기' 요구를 접고 남북협력과 핵 문제해결을 병행하는 전략으로 돌아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통일을 하려면 남북접촉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 식량·비료·의약품 등 북한에 많이 베풀어야 한다"며 "김대중 정부 때 매년 2억 달러 정도를 북한에 지원했는데 이는 국민 1인당 자장면 한 그릇 값인 4000∼5000원 정도인데 이걸 퍼주기라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임 전 장관은 "미국은 38선을 그어 남북을 분단시킨 책임이 있는 만큼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책무를 다해야 한다"며 "우리 시민들과 남한 정부가 미국에 북미관계가 개선돼야 북이 핵을 포기한다고 말하고, 북한에도 핵을 포기하라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오바마 미 대통령이 '당선되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 북핵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 김정일 위원장 차안 55분 대화 내용은?

 

그는 2000년 6월 13일 평양 순항공항에서 처음 만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달리는 차 안에서 55분 동안 나눈 대화 내용에 대해서도 공개했다.

 

"양 정상이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백화원 영빈관까지 달리는 차 안에서 55분 동안 무슨 얘기를 나눴냐는 데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에 대해서는 김대중 대통령 스스로 말씀하신 적이 있다. 결론은 '아무 말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50만 군중이 시내에 나와 만세를 외쳐 두 정상이 대화를 나눌 형편이 못 됐다고 한다. 김 대통령이 차 타면서 '뜨겁게 환영해 줘서 대단히 감사하다. 감동적이다'고 인사말을 건넸고, 김 국방위원장이 평양 시내를 가리키며 간간이 안내를 했는데 이마저도 환영 인파 소리에 묻혀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 하셨다."

 

한편 이날 임 전 장관의 강연회에는 중학생을 비롯해 200여 명의 청중이 모여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날 강연은 대전통일교육협의회와 대전충남기독교연대가 주최하고 통일교육협의회와 대전충남오마이뉴스가 후원했다.

 

그는 통일부장관(1999), 국가정보원 원장(1999. 12 ∼ 2001. 3), 통일부장관 (2001.3 ∼ 2001. 9), 대통령외교안보통일특별보좌역(2001. 9 ∼ 2003. 2) 등을 역임했다.

 

다음은 이날 임 전 장관의 강연요지다.

 

 

[통일이 되려면] "남북통일이 되려면 첫째, 남북관계가 개선돼야 한다. 둘째, 미국과 북한관계가 정상화돼야한다. 세 번째는 1953년 이래 전쟁을 법적으로 끝내지 못하고 있는 임시휴전상태에서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이게 한반도가 평화통일로 가는 과정이다."

 

[남북이 통일해야 하는 이유] "우선 우리끼리 잘 살자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우리 민족은 천 년이 넘는 오랜 세월 동안 한 핏줄, 한 언어, 같은 역사를 공유하면서 민족공동체로 살아왔다. 외세에 의해 갈라져야 할 이유가 없고 민족 전체가 통일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둘째, 남북이 정통성 경쟁을 벌이면 승패의 게임 벌이게 돼 전쟁까지 갈 수 있다. 군비경쟁을 하게 되고 엄청난 군사력을 유지하면서 민족의 에너지를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작년 남한의 국방비가 29조 원(약 250억 불)으로 이는 북한 총 GNP(약 120억 불)의 2배에 이른다. 북한도 엄청난 돈을 국방비에 쓰고 있다. 이를 교육과 복지에 사용해 보라.

 

셋째, 민족평화와 번영 위해서는 통일해야 한다. 분단 상태에서는 강대국에 의해 이용당할 위험이 항상 있다. 통일이 된다면 지정학적 위치가 불리한 것이 아니라 이점이 된다.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했는데 통일되면 주변국에 덩치는 적지만 슬기로운 돌고래 역할을 할 것이다."

 

[통일방안] "문제는 어떻게 통일해야 하느냐는 건데 남북은 이미 6·15공동선을 통해 1) 평화적으로 2) 점진적·단계적으로 하자고 합의했다. 즉 두 개의 정부가 잘 협조해 통일을 한 것과 비슷한 상황을 먼저 이루고 적당한 시기에 가서 법적 통일을 하자고 합의한 것이다.

 

남북이 합의한 통일론은 과정으로서의 통일로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다. 여담이지만 남북 정상 회담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완전한 법적 통일이 언제쯤 가능할 것으로 보느냐고 질문하자 김 대통령이 '남과 북이 잘하면 10∼20년 내에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아무리 잘해도 40∼50년 돼야 완전한 통일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즉 남과 북이 협력해서 통일한 것과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통일의 과정이라는 얘기다.

 

약 30년 뒤 법적인 완전 통일이 될 것으로 가정하면  2009년 11월 현재는 약 15∼20% 정도 통일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 비율을 자꾸 올려나가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3) 이를 위해서는 남과 북이 힘을 합쳐야 하는 데 힘을 모아 통일과정을 만들어나가는 기구를 만들자는 게 '남북연합'이다. '남북연합' 실현하고 '완전통일'하자는 거다. 북에서는 이를 '낮은 단계 연방제'라고 부른다. 이름은 다르지만 같은 내용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남북연합단계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4) 다른 하나는 남북이 협력하면서 신뢰를 다져 나가면서 통일과정을 촉진하자고 한 거다, 서로 왕래하고 협력하고 만들어가는 거다. 그래서 남북경제공동체도 만들고 동시에 군비 감축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도 군축해야한다고 했다. 6.15선언 채택 후 남북이 교류협력 사업을 정해 실천하기 시작했는데 철도도로연결,  개성공단 건설, 금강산 육로관광사업, 이산가족 상봉, 각 분야의 교류접촉이다.  현 정부 들어 주춤하거나 중단된 게 많은데 재개되지 않겠나. 국내외 정세가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한반도 평화의 길] "90년 초 국제냉전세대가 끝났다. 소련과 중국은 90년 초 남한과 관계를 정상화했다.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했다. 두 개의 코리아가 국제사회에서 동시 인정됐다. 북한은 미국에 특사를 보내서 미국과 관계개선위한 북미고위급회담을 제의했다. 이를 통해 화해협력하고 전쟁을 끝내기로 했다.

 

북은 국제핵사찰을 받아들이고 주한미군 철수 요구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도 미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적대적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역사적 실수다. 만약 미국이 이때 북한과 관계개선을 추진했다면 북핵 문제는 해결되고 평화 프로세스가 상당히 진행됐을 것이다.

 

특히 부시 정부는 북한-이라크-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제네바 합의를 깼고 이때부터 북은 핵개발을 본격화했다. 부시 정부는 세계에 대해 힘에 의한 일방주의로 북한에 대해서도 말 안 들으면 군사력으로 치려고 했다. 북한은 그럴수록 달려들었다.

 

더 이상 압박과 제재로는 해결 안 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부시 방식이 아닌 클린턴 방식으로 북한과의 관계를 풀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미국의 오바마 정부에 큰 기대 갖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60년 넘은 대북 적대관계 종식시키고 관계개선 실현하는 과감한 정책결단 내려야 한다."

 

[북한 핵문제] "북한 핵문제는 북미 적대관계의 산물로 남한이나 다른 누가 대신 해결해 줄 수 없다. 미국과 북한이 정상회담 통해 관계를 개선해 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그간 10년 동안은 북한 핵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정책을 펴왔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잘못된 비핵개방 3000(핵 연계 전략)으로 가고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핵 문제는 우리가 해결할 수 없고 빨리 해결할 수도 없다. 금방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북한에 '선 핵폐기' 요구를 접고 남북협력과 핵 문제해결을 병행하는 전력으로 돌아서야 한다. 미국도 그런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태그:#임동원, #평화통일, #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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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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