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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날씨가 추워져 겨우살이 준비가 바쁩니다. 장롱 깊숙이 있던 털옷과 털모자를 하나씩 꺼내야 합니다.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는 집은 기름을 넣어야 하고, 연탄을 때는 사람은 연탄을 수백장씩 창고 가득 쌓아야 합니다. 옛날 자취 생활할 때 연탄 50장만 쌓아 놓으면 가슴이 뿌듯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겨우살이 준비는 더 필요합니다.

 

그런데 사람만 겨우살이 준비를 하지 않습니다. 한우도 겨우살이 준비를 합니다. 한우에게 가장 중요한 겨우살이는 먹을거리입니다. 한우 먹을거리 중에 배합사료와 마른 풀, 볏짚이 있습니디. 어릴 때는 볏짚으로 끓여 소죽을 주었는데 요즘은 마른 볏짚을 줍니다. 

 

오늘 동생네 한우가 겨울과 내년 봄까지 먹을 볏짚을 준비했습니다. 동생이 3주 동안 벼를 베고, 볏짚을 모아 두었던 것을 축사로 실어날랐습니다. 하얀 두루마리 안에 볏짚이 있습니다. 한 개가 200kg이 넘습니다. 동생은 400개 정도를 만들었는데 소 70여마리가 내년 봄까지 먹을 수 있습니다.

 

 

볏짚을 많이 준비하는 이유는 배합사료 값이 비싸기 때문입니다. 지난해보다는 조금 내렸지만 한우를 키우는 농가엔 굉장한 부담이지요. 결국 청보리 같은 풀과 볏짚으로 조 사료를 준비해야 합니다. 볏짚이 있는 곳이 고향 동네가 아니라 차로 20km 이상 떨어진 곳이라 오늘 형수님과 동생과 함께 트럭 3대로 점심 먹는 30분만 빼고 쉬지 않고 실어 날랐습니다.

 

동생 일이라면 두 말하지 않고 나서서 도와주는 형님 가정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왠만하면 동생이 이런 일을 형인 나에게 시키지 않는데 오늘은 할 일이 많이 부탁을 하가에 함께 일을 했습니다. 1톤 트럭에 5개를 싣고 다녔는데 거북이 운행이 따로 없었습니다. 어제와 오늘(3일)까지 180개 정도를 실어 날랐는데 내일은 5톤 트럭 2대로 240개 정도를 실어 날라야 합니다.

 

 

갑자가 추워진 날씨에 소들도 따뜻한 햇볕이 드는 곳에 모여들었습니다. 이 녀석들은 자기 주인과 사람들이 겨울 동안 먹을 볏짚을 열심히 실어 날으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운 것 같습니다. 다른 때 같으면 사람만 보면 '움머'(경상도는 소울음이 '움머'로 들림) 하면서 우는데 오늘은 가만히 있습니다. 볏짚을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것 같습니다.

 

 

한우 겨우살이 준비를 하기 위해 '비슨등'이라 부르는 산등성이를 넘어가는데 쑥 위에 서리가 내렸습니다. 아직 얼음은 얼지 않았지만 봄에 나는 쑥과 초겨울에 내리는 서리가 함께 한 모습을 보니 참 신기했습니다. 쑥과 서리라 시간을 뛰어넘는 자연이 만든 조화입니다. 사람이 만들 수 없는 신비함이지요. 마른 풀 위에도 서리가 내렸습니다. 메마른 풀 위에 내린 서리가 왠지 고맙게 느껴집니다. 비록 메마른 풀이지만 서리로 목마름을 조금이라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우도 겨우살이 준비를 했는데 겨우살이 준비했는지 궁금합니다. 겨우살이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겨우살이 중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추위를 막아주는 것들입니다. 아파트에 있는 분들도 난방비 걱정을 하겠지만 등유와 연탄을 때는 사람들은 올해 난방비 걱정입니다. 특히 연탄을 때는 분들이 걱정입니다. 연탄값이 많이 올랐다고 합니다. 연탄을 때는 분들이 부자일리는 없고, 참 걱정입니다.

 

하루 종일 운전을 했더니 힘들었지만 한우가 배고프지 않고 내년 봄까지 먹을 볏짚을 차곡차곡 쌓았다는 것이 피곤한 몸을 다시 일으켜세웁니다. 따뜻한 봄을 기다리기 위해서는 모두들 겨우살이 준비 잘 하시기 바랍니다.


태그:#한우, #겨우살이, #볏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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