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단풍이 조금씩 물들기 시작하였다.
▲ 문수사 초입 단풍이 조금씩 물들기 시작하였다.
ⓒ 김종길

관련사진보기


진정한 단풍나무숲을 찾아서

온 나라가 단풍으로 떠들썩한 가을의 막바지이다. 단풍은 원래 단풍나무 과나 속에 속하는 걸 말하지만 황엽, 갈엽, 홍엽 등을 포함하여 아름답게 물드는 모든 나무들을 흔히 단풍이라는 말로 통틀어 말하기도 한다. 사실 굳이 단풍나무가 아니더라도 마지막 잎이 떨어지기 직전 대개의 잎들은 자신만의 색을 발하여 아름답기 그지없다. 전국의 내로라하는 단풍 명소는 대개 다 둘러보았지만 한번쯤 의문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여행자의 숨길 수 없는 본능일까. 단풍나무만으로 군락을 이루어 단풍 본래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여행지는 없는 것일까. 전북 고창군 고수면 은사리. 이곳이 바로 여행자가 찾던 곳이었다.

단풍나무숲에서 처음 마주친 단풍
▲ 단풍의 향연 단풍나무숲에서 처음 마주친 단풍
ⓒ 김종길

관련사진보기


아이가 주운 붉은 단풍잎. 이곳의 단풍은 흔히들 말하는 애기단풍이 많다.
▲ 단풍잎 아이가 주운 붉은 단풍잎. 이곳의 단풍은 흔히들 말하는 애기단풍이 많다.
ⓒ 김종길

관련사진보기


일기예보로 인해 차질을 빚다

문수사 단풍나무숲을 찾기 며칠 전부터 주말에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고 일기예보는 점치고 있었다. 두 달 준비한 울릉도 여행도 기상 악화로 하루 전날 포기해야 하는 쓰라린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에도 마음만은 편치 않았다. 비가 온다는 예보에 9월부터 한 주도 빠뜨리지 않고 시작된 가을여행으로 인해 소원해진 벗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문수사 여행은 다음으로 미루고 오랜만에 술자리를 가졌다. 술을 마시면서도 '내일 비가 오지 않으면 어쩌지' 염려하다 만취가 되어서야 집에 들어갔다. 다음날 술이 덜 깬 상태로 아파트 베란다 문을 먼저 열어 보았다. '젠장' 약간 흐렸을 뿐 비는 오지 않았다. 부랴부랴 세수를 하고 세상에 믿을 수 없는 건 배달전문 음식점에서 '금방 출발했습니다. 이내 도착합니다'와 일기예보라며 투덜투덜 길을 나섰다.

마치 꽃이 핀 것처럼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 감나무 마치 꽃이 핀 것처럼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 김종길

관련사진보기


한 가족이 쌓인 낙엽 속에서 단풍잎을 줍고 있다.
▲ 단풍놀이 한 가족이 쌓인 낙엽 속에서 단풍잎을 줍고 있다.
ⓒ 김종길

관련사진보기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붉은 단풍을 고대하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내내 하늘을 보았다. 점차 맑아오는가 싶더니 이내 먹구름이 끼고 비가 올려나 걱정을 하면 해가 배시시 나타났다. 그러기를 몇 번 반복하더니 3시간 남짓하여 은사리에 도착하였다. 가을걷이가 끝나가는 들판을 뒤로 하고 자동차는 야산으로 접어들었다. 높은 산이 없는 이 지역의 특성으로 인해 과연 단풍나무숲이 있겠는가 하는 의문은 머지않아 끝이 났다. 신기계곡. 들판에서 야트막한 산으로 들어왔을 뿐인데, 제법 너른 암반 위를 흐르는 깊은 계곡이 눈앞에 펼쳐졌다.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산모롱이를 몇 번 도는가 싶더니 산중 마을이 나타났다. 은사리 마을 사이로 난 좁은 길을 얼마간 오르니 문수사 일주문이 보였다.

전부 붉지 않아 오히려 더 아름답다.
▲ 단풍의 향연 전부 붉지 않아 오히려 더 아름답다.
ⓒ 김종길

관련사진보기


우리나라 유일의 천연기념물 단풍나무숲

주차장에는 차 몇 대만 있고 간혹 사진 찍는 이들이 오갈 뿐 사위는 조용하였다. 일주문 사이로 목을 길게 빼고 숲길을 살짝 들여다보니 붉게 물든 단풍은 듬성듬성 보였을 뿐 나머지는 아직 초록의 옷을 입고 있었다. 일기예보를 탓할 게 아니라 나의 급한 성미와 오랜 여행 속에서도 단풍 시기 하나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어설픔을 나무라야 했다.

인근 마을에도 이미 단풍이 들었건만 이곳은 이제 막 단풍이 시작되고 있었다.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그래야 다음을 기대할 수 있지 않겠는가. 대신 뒹구는 갈색의 낙엽과 중간 중간 붉고 노란 단풍들이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아이들은 짙은 숲길을 달리며 오랜만의 자유를 맛본다. 잠시 후 작은 주차장으로 쓰였을 제법 너른 공터에 도착하였다. 이곳부터 은사리 단풍나무숲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은사리 단풍나무숲은 수령 100년에서 400년으로 추정되는 단풍나무 500여 그루가 문수사 입구에서 문수산(청량산) 중턱까지의 숲에서 자생하고 있다. 나무의 높이만 해도 10~15m가 족히 되며 가슴의 둘레도 2~3m에 달하는 노거수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2005년에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단풍나무숲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숲에 당당히 자리하고 있다.

단풍나무숲을 지나면 절집에 이르는 예쁜 돌층계가 나온다.
이곳 숲에는 어른 두 사람이 팔을 뻗어도 안을 수 없는 아름드리 단풍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 문수사 돌층계 단풍나무숲을 지나면 절집에 이르는 예쁜 돌층계가 나온다. 이곳 숲에는 어른 두 사람이 팔을 뻗어도 안을 수 없는 아름드리 단풍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 김종길

관련사진보기


제각기 다른 색을 발하지만 조화롭다.
▲ 단풍의 향연 제각기 다른 색을 발하지만 조화롭다.
ⓒ 김종길

관련사진보기


은사리 문수사 단풍은 11월 10일 전후가 절정일 것으로 예상

어른 둘이서 팔을 뻗어야 겨우 안을 수 있는 아름드리 단풍나무들이 곳곳에 보인다. 아직 잎은 푸르지만 일부 작은 단풍나무들은 이미 빨갛게 물이 들어 아쉬운 마음을 달래준다. 짧지만 숨 막힐 듯 아름다운 숲을 지나니 문수사로 오르는 예쁜 돌층계가 있다. 단풍잎을 줍는 이들과 사진 찍는 사진가들로 제법 붐볐다. 초록을 그대로 지닌 잎, 노란색으로 물든 잎, 갈색의 낙엽, 붉은 단풍, 주렁주렁 매달린 감들이 각기 색을 내며 황홀한 늦가을의 정취를 여행자에게 선물하였다.

자장율사가 의자왕 4년인 644년에 창건하였다는 문수사 경내를 참배하고 거북이 모양의 샘이 콸콸 쏟아내는 가을을 시원하게 마셨다. 현재의 상태로 보아 문수사 단풍은 이달 10일을 전후하여 절정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수사 대웅전 위로 단풍이 붉게 물들어간다.
▲ 단풍 문수사 대웅전 위로 단풍이 붉게 물들어간다.
ⓒ 김종길

관련사진보기


흙길이 아니여서 아쉽지만 아름다운 길이다.
▲ 문수사 가는 길 흙길이 아니여서 아쉽지만 아름다운 길이다.
ⓒ 김종길

관련사진보기



태그:#문수사, #은사리, #단풍나무숲, #고창, #천연기념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길의 미식가이자 인문여행자. 여행 에세이 <지리산 암자 기행>, <남도여행법> 등 출간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