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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로 철길은 흐르고
▲ 솔밭 사이로 철길은 흐르고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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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여행은 은근한 행복을 만든다

도심의 가로수들이 우수수 낙엽을 날리는 가을입니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지만, 쉽게 여행을 떠나기는 어려운 것이 삶인가 봅니다. 그래서 어제는 무작정 기차역으로 달려갔습니다. 주말인데도 쉽게 원하는 기차표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 아무 계획 없이 집을 나서는 여행은 너무 오랜만인 듯 합니다. 여행은 잃어버린 나를 찾아가는 길…나는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마음에 드는 간이역에 내려서, 주변 마을을 마음껏 돌아다니기로 했습니다.

사이로 철길은 흐르고
▲ 솔밭 사이로 철길은 흐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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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아름다운 간이역 기장역

해안선을 옆구리에 끼고 달리는 동해남부선 기차여행은 정말 여행으로 제격입니다. 더구나 속도를 내서 달리는 차창 밖의 푸른 바다 풍경과 넘실대는 파도의 물보라는 장관이었습니다. 나는 먼 여행길처럼 가슴이 설렜습니다.

바깥의 풍광에 얼이 빠져 있다보니, 부전역을 출발한 기차는 송정역을 지나 어느새 기장역에 도착했습니다. 나는 누가 날 마중이라도 온 듯 기장역에 내렸습니다. 기장역은 아담하고 작은 동해남부선의 간이역. 플랫폼에 내리니 푸른 가을 하늘에 닿을 듯한 높은 아파트 숲이 퍽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작지만 역사는 나름대로 운치가 있게 가꾼 이의 손길의 정성이 역력히 느껴졌습니다. 아기자기 가꾼 화단의 가을 꽃들이, 승객들을 환영하는 듯 합니다.

여행
▲ 가을 여행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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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안도 주말인데도 비교적 한산했는데 기장역에 내린 승객도 많지 않았습니다. 역사에 내리자 눈길을 끄는 수령이 꽤나 되어 보이는 감나무 한그루를 오래 구경했습니다. 유년시절 고향 집 마당의 키가 큰 감나무 생각도 났습니다. 덜 익은 감을 먹다가 그만 옷에 감물이 들어, 그 얼룩이 빠지지 않아 애를 먹었던 일도 생각 났습니다. 감잎을 말려 감잎차를 잘 끓이시던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도 덩달아 났습니다.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아주 이상적인 것...
▲ 기차여행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아주 이상적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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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기웃 저리 기웃 고향역에 내린 사람처럼 역사를 살펴보니, 기장역이 아파트 단지 내 쌈지 공원처럼 보였습니다. 역무원 아저씨에게 기장역 역사에 대해 물었더니 아주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습니다. 기장역을 정차하는 기차의 회수가 하루에 자그만치 55회나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루 평균 500명에 가까운 승객이 기장역을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여행
▲ 가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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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역은 1932년 문을 열었는데, 역사의 건물은 1952년 한국전쟁으로 새로 지어졌다고 합니다. 기장역에서는 서울행 새마을호 기차가 하루 6회 운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기장역은  부산광역시 편입 전에는 좌천역에 비해 비중이 작았으나, 군청사가 기장읍에 생기면서 기장역 주변이 급격히 개발된 것입니다.

간이역 기장역
▲ 아름다운 간이역 기장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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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기장역도 좌천역과 함께 모든 열차가 정차하게 된 것입니다. 아직 정확한 건 아니지만, 동해남부선이 복선 전철화 되면, 기장역 건물은 선상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아담한 간이역사가 그리워질 듯 합니다. 철로 주변의 높은 고층 아파트와 작은 시골 간이역이 어울리지 않은 듯 한데 어울려 한 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역사 직원들이 가꾼 것인지, 고추 등 화단의 예쁜 꽃들이 기차역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향기
▲ 가을 향기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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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긴 여운의 기차 여행 맛

역사 구경하다 보니, 곧 기차가 도착한다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습니다. 기장역은 정말 역사 구경만해도, 썩 괜찮은 간이역입니다. 기장역 근처에는 기장군청에서 손꼽히는 기장시장이 위치해 있습니다. 기장 시장은 바닷가의 해변시장이라 해산물이 쌉니다.

나는 기장 역에 내린 김에 시장을 봐야 겠다는 생각으로 역사를 빠져나왔습니다. 길가에 핀 하늘 하늘 지고 있는 코스모스가 가을이 깊어감을 알려주었습니다. 시내 버스를 타고 왔다면 도저히 느낄 수 없는, 짧지만 긴 기차 여행의 낭만이었습니다. 돌아가는 길에는 기차 시간표가 맞지 않아, 시내버스를 타고 왔지만, 돌아가신 어머니를 만나고 돌아온 듯, 오래 여운이 남는 간이역 순례였습니다.

품고 달리는 동해남부선
▲ 바다를 품고 달리는 동해남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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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현재 기장 역까지 바로 가는 버스 노선은 없다. 기장시장, 기장중학교 정류장 등에서 얼마간 도보로 걸어야 한다. 일반버스는, 181, 183, 188번, 급행버스는 1005 번, 기장 마을버스는, 기장1, 기장2, 기장3, 기장6, 기장8, 기장8-1, 기장9, 기장10 등 있다.



태그:#가을 여행, #기장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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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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