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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이강래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28일 저녁 서울 영등포 당사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자축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이강래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28일 저녁 서울 영등포 당사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자축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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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재·보선 민심은 '지역 일꾼'보다 '정권 심판'을 택했다. 호남을 제외한 전국 5곳에서 사실상 '미니 총선'으로 치러진 재·보선 결과는 3승 2패의 전적을 거둔 민주당의 승리로 끝났다.

10·28 재선거의 정치적 의미는 '중도실용주의'와 '친서민 국정운영'을 표방한 이명박(MB)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이자 내년 지방선거의 전초전 성격을 띠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재보선 결과는 중도실용과 친서민으로 변신을 꾀한 MB의 국정운영에 대한 성적표이자, 수도권 민심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이다.

형식상 한나라당은 -1석, 민주당은 +2석... 내용상 민주당의 '중원' 장악 의미

이번 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누구나 3 : 2 전적을 예상했다. 문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중에서 어느 쪽이 3승을 차지하느냐였다. 마지막까지 경기 수원 장안이 변수였다. 장안을 어느 당이 차지하느냐에 따라 한나라당의 3승2패가 될 수도, 민주당의 3승2패가 될 수도 있었다. 결과는 장안을 차지한 민주당의 3승2패로 끝났다.

선거초반에는 20% 열세를 보였고 선거 종반까지도 여론조사 결과는 대체로 한나라당 박찬숙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민주당 이찬열 후보가 5천여표 차이로 앞섰다. 한나라당은 텃밭인 경남 양산에서마저 한나라당 대표를 지낸 박희태 후보가 송인배 후보에게 3299표라는 간발의 차이로 이겼다.

성적표는 일단 지난 선거의 성적을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재보선이 치러진 5개 선거구의 18대 총선 성적표는 ▲한나라당 2석(수원 장안 박종희, 경남 양산 허범도) ▲민주당 1석(증평진천괴산음성 김종률) ▲친박연대 1석(경기 안산 상록을 홍장표) ▲무소속 1석(강원 강릉 최욱철)이었다.

그러나 이후 친박연대의 홍장표 의원이 한나라당에 입당함으로써 한나라당 3석 민주당 1석 무소속 1석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재보선을 통해 형식 논리로 민주당은 2석을 더 얻었지만, 한나라당은 1석을 잃었을 뿐이다. 문제는 승패의 질(내용)인데, 민주당은 수도권과 충북 중부4군 등 '중원'을 장악했고 한나라당은 '중원'을 내주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수도권과 충청은 내년 지방선거와 이후 대선-총선의 향배를 점칠 수 있는 근거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선거의 구도는 어느 때보다 정부여당에 유리했다. 이번 선거는 이 대통령의 전국적인 국정운영 지지도가 40~50%를 오르내리는 고공행진 속에서 치러졌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10.28 재선거가 치러진 지역 모두에서 이 대통령은 높은 지지율을 형성했으며, 정당지지도 역시 한나라당이 민주당을 앞섰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고 있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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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정권심판론'이 여당의 '지역일꾼론' 누른 까닭은?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내세운 '지역일꾼론'은 민주당의 '정권심판론'보다 우위에 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구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당대결 양상으로 치러진 수도권과 충청권에서의 한나라당과 민주당간 정당지지도 격차는 크지 않았다.

이는 이번 선거가 '한나라당 vs 비한나라당 대결구도'로 치러질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고, 나아가 후보들의 인물경쟁력이 주요 변수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어릴 적에 고향을 떠나 충북 중부4군에 뿌리가 없던 정범구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를 비교적 손쉽게 따돌린 것이나, 경기도 안산에서 김영환 후보가 야권 단일화에 실패했음에도 무난히 당선된 것이 그 예이다. 두 지역 모두 치열한 3파전에 예상된 곳이었다.

물론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데는 한나라당의 내부 분열과 이른바 '선거의 여왕' 박근혜 전 대표가 움직이지 않았다는 점도 작용했다. 오히려 '선거의 여왕'은 선거를 닷새 앞두고 세종시 논란과 관련, '원안+알파' 발언으로 박근혜 지지층을 주춤하게 만드는 효과를 낳았다. 또 한나라당이 이들 지역에서 공천 잡음을 해소하지 못한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그러나 인물경쟁력에서 여당이 확실한 우위를 보였던 수원 장안과 경남 양산에서 패배하거나 고전한 것은 한나라당에게 충격적이다. 수원 장안에서는 앵커 출신의 화려한 경력의 여당 후보가 무명에 가까운 정치신인에게 무릎을 꿇었으며, 여당의 '텃밭' 경남 양산에서는 당대표를 지낸 거물이 지난 총선에서 7%밖에 못얻은 경량급(?) 후보와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시소게임을 펼쳐야 했다.

결국 이번 재보선에서 드러난 민심은 '중도실용주의'와 '친서민 정책'으로 변신한 'New MB'에 '옐로카드' 성격을 띠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 경고의 조짐은 이미 선거 전의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지난 6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국민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의 친서민 정책이 생활에 도움이 되느냐고 물은 데 대해 "도움이 안 된다"가 82.3%였고 "도움이 된다"는 15.6%에 그쳤다. 상당수의 국민은 MB의 친서민 정책이 이벤트 위주의 '위장 친서민 정책'이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셈이다.

'위장 중도실용-친서민 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표출된 선거

이런 의구심은 선거를 앞두고 표출된 MB 정부의 '중도실용주의'에 대한 합리적 의심과도 상승 작용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방송인 김제동씨의 KBS TV 프로그램 강제하차 논란, 일방적 세종시 수정 움직임, 잇단 청와대 인사들의 추문 등은 이 정부가 표방한 중도실용주의 노선의 진정성에 대해 의심을 품게 하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최근 동아시아연구원(EAI)-한국리서치 공동 여론조사에서도 지난 8월 이래로 고공행진을 기록해온 이 대통령에 대한 국정운영 지지율이 특히 중도층에서 7.7%p(47.0% → 39.3%) 하락해 중도실용주의 표방으로 지지기반의 확대된 외연이 다시 위축된 조짐을 보였다. (☞ 관련기사 : MB 지지율 하락세... 특히 중도층 7.7%p↓)

한나라당의 패배는 지난해 가을 지방 재보궐선거, 올해 4·8 경기도교육감 선거, 4·29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이어 네 번째이다. 네 번의 패배가 의미하는 바는 MB 정부가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과 용산 참사 무대응에서 보듯 독선과 밀어붙이기 행태를 버리지 않는 데 대해 민심이 다시 한 번 쐐기를 박은 것으로 해석된다.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결과에 충격을 받았으면서도 "재보선에서 여당 완패의 고리를 끊어주신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고 애써 위안을 삼고 있다. 지난 4.29 재보선에서 0:5로 완패한 한나라당으로서는 '완패의 늪'에서 헤어났다는 데서 위안을 삼을 법도 하다.

그러나 이 대통령 처지에서는 4월 재보궐선거와 달리 이번 10월 재보선은 4대강 사업을 추진할 내년도 예산안과 각종 법제도 정비 등 집권 3년차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국정주도권 다툼에서 국민들이 대통령의 독선과 거대여당의 밀어붙이기를 견제하라고 야당의 손을 들어줬음을 의미한다. 이로써 야당과 다수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이 밀어붙인 세종시 수정론, 4대강 살리기 사업, 노동관계법 개정 이른바 'MB 의제'들의 운명도 불투명해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 17일 세종시와 관련해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에는 타협이 있을 수 없다"고 못박은 바 있다. 국민과의 타협을 원천 배제한 대통령의 독선에는 고공 행진하는 지지율에 대한 오만과 착시현상이 숨어 있다. 민심의 잇단 경고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촛불정국에서처럼 국민과 타협하지 않고 'MB 의제'들을 강행할 경우, 민심은 어김없이 심판할 것이고, 집권 3년차인 내년 지방선거에서 MB는 더 초라한 성적표를 받을 것이 자명하다.


태그:#10.28 재보선, #중도실용, #친서민, #정권심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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