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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정치세력화'와 '진보정당세력 단결·통합'은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는 23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이를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진보정당 통합 10만명 서명운동' 등을 제시했던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이 발제한 뒤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회는 강인석 민주노총 경남본부 정치국장의 사회로 2시간 넘게 열렸다.

 

 

임성규 위원장 "소탐대실하지 말자"

 

임성규 위원장은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조만간 진보진영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할 생각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며칠 전 한 인사가 "협박 수준으로 통합하자고 하는데 안타까워 이야기한다"고 해서 들었던 말을 전했다.

 

"새 당직자가 되어 당에 가보았더니 돈 씀씀이가 엉망이었다. 위로금을 전달하라고 했는데 중간에서 착복한 사례도 있었다. 그같은 사실이 뒤에 탄로 났다. 중간에서 착복한 사람을 징계하려고 했더니 그 사람이 찾아와서 무릎을 꿇고 빌고 당신의 충복이 되겠다고 해서 징계위원회에 회부하지 않고 살려주었다. 그런데 다음 선거에서 자기 등에 칼을 꽂더라. 지구당 위원장 경선을 하는데 유럽에 출장 간 사람을 투표한 것처럼 하더라. 다른 위원장을 몰아내기 위해 한꺼번에 주소지를 옮겨 투표하더라."

 

임 위원장은 "그 사람은 그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그런 사람들과 어떻게 통합하겠느냐고 하더라"면서 "어떻게 진보정치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그렇게 할 수 있나. 도저히 합칠 수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런 일을 당해본 동지들은 끔찍할 것이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일들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 지역마다 비슷한 일들이 있을 것"이라며 "서로 질이 다른 감정이 쌓여 있고, 통합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가 있을 것이지만 큰 역사 흐름에서 보면 그런 사람들도 한번쯤 사귈 수 있다"고 말했다.

 

"인간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한 임 위원장은 '국민승리21' 당시 현 권영길 의원을 대통령선거 후보로 내세웠던 때를 떠올렸다.

 

"1987년 백기완 선생이 대선에 출마했을 때와 달랐다. 그때 얻은 표를 기초로 해서 정당을 만들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노동조합이 든든하게 받쳐주니까 뒤에 선대본에 결합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당시 선거가 끝난 뒤 사무실 임대료 등으로 처리해도 빚이 1억7000만원이나 남았다. 그렇지만 민주노동당을 만들었고, 그때 개인적으로 진 빚 1000만원은 지금도 남아 있어 집사람한테 구박을 받기도 한다."

 

임 위원장은 "2008년 진보정당이 갈라질 때 내 몸이 갈라지는 느낌이었다"면서 "갈라져서 성공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답은 '아니다'였다"고 말했다. 진보정당 분당에 있어 민주노총의 책임과 반성을 언급했다.

 

"왜 분당은 잘못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그는 "민주노동당 당원인 조합원이 적었다. 당과 노동운동이 혼연일체가 되어 사실상 계급을 유지하는 정당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확신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우리 모두 죄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노총은 분당 상황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면서 "민주노총은 당시 분당의 한 축이 되었고 부채질을 했는데 반성해야 한다. 저 혼자 반성해서도 안 되고 당시 지도부 모두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노총은 분당 이후 정치 활동에 손을 놓았다"면서 "냉혹하게 비판하든, 조율하든 숫자와 관계 없이 분열이 심화되고 말도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에 대해 반성한다"고 덧붙였다.

 

임 위원장은 "이런 반성을 기초로 진보정당들이 통합하는 게 순서다"면서 "시간이 없고, 시간이 다 됐다. 내년 지방선거 이전에 진보정당이 통합해야 한다. 내년 6월 선거를 앞두고 후보끼리 암투가 벌어지기 이전에 준비해야 하고, 공동선대본을 위한 연대체를 꾸려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그는 "그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런 정신으로 해야 한다"면서 "현 정권은 복수노조 등 사용자들과 함께 밀어붙이고 있는데, 진보진영이 두 갈래 세 갈래로 간다면 강령만 남게 되고, 진보정당의 토대는 잃어버리게 된다. 소탐대실하지 말자"고 말했다.

 

백순환 부위원장 "내년 지방선거부터 통합하자는 것은 불가능"

 

내년 지방선거 전 통합과 관련해 토론이 벌어졌다. 백순환 대우조선노조 부위원장은 "원인 없이 결과가 없다"면서 "결국 분당했지만 민주노총 지보두는 그 때 무엇을 했느냐"고 말했다.

 

그는 "분열 되어 잘 됐나. 정말 잘되지 못했다. 단위 사업장도 골이 깊어졌다. 심지어는 중앙까지 가도 인사조차 나누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생기겠다는 생각도 든다"면서 "민주노총이 두 갈래로 갈라지면 대한민구의 노동운동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장에 가보면 안다. 대우조선의 경우 민주노동당의 선전지가 오면 현장에는 안 돌린다. 민주노동당 지지 간부들은 진보신당의 선전지를 보지 않으려고 한다. 현장에서도 감정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살아남자고 해서 바로 통합이 되느냐. 감정의 골을 완화시켜야 한다. 그래야 문제가 풀린다. 지금 통합하자고 해서 바로 효과가 나타나기 힘들다. 내년 지방선거부터 하자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무리 절박하더라도 고리를 한꺼번에 풀려고 하면 안된다. 민주노총은 정치세력화도 중요하지만 노동자들의 희망을 만들어가야 한다. 너무 무리하게 만들어 나갈 것이 아니라 가닥이 어디에 있는지 조금씩 풀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재명 수석부본부장 "결단 늦어질수록 일어날 희망 없어져"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본부 수석부본부장은 당장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진보정당 세력이 분당하는 과정에서 잘 잘못을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면서 "국민승리21을 통해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가능성을 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진보정당의 분열 과정을 보면서 노동자의 희망이 산산히 부서졌다"면서 "당시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일부 상층에 있었던 사람들은 판단했는지 모르지만, 다수 노동자들은 분당이 희망인지 죽음인지 판단할 기준조차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지금 현장에서 가서 노동자들은 단결해야 한다고 하면, 조합원들은 콧방귀를 낀다. 당신들이 단결하지 못하면서 조합원한테만 단결하라고 하느냐고 한다. 분당 과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릴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통합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재명 수석부본부장은 "몇몇 사람을 통해 진보정치에 관한 문제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현장에 있는 조합원의 시각으로 봐야 한다"면서 "현장 조합원들의 기대와 열망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식기 전에 결단해야 한다. 결단이 늦어질수록 일어날 희망이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김달겸 "배타적 지지 철회하라"-김진호 "10만 서명운동 진행돼야"

 

김달겸 전국사회보험노조 경남지회 마산분회장은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에 대해 하고 있는 '배타적 지지'를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배타적 지지가 사문화 됐다"면서 "배타적 지지가 원래 취지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민주노총은 배타적 지지를 철회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임성규 위원장이 '통합을 위한 조합원 10만 서명운동'을 이야기 했던데, 강제로 통합하려고 하면 안된다"면서 "진보정당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철회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진호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부지부장은 "통합와 관련해 민주노총에서 하는 것을 전반적으로 지지한다"면서 "진보정당이 분열되면 노동운동에도 굉장히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층부 중심의 통합과 관련한 사업들이 현장에까지 미치지 못한다"면서 "10만 서명운동도 현장까지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고,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지부장은 "민주노총은 노동자운동답게 정당과 다르게 순수성을 발휘해야 하고, 심사숙고할 필요도 있지만 견고하고 우직하게 밀고나갈 필요도 있다"면서 "내년 지방선거 이전까지 통합하지 않으면 '반엠비(MB)연대'의 흐름 속에 진보정당이 힘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50여명이 참석했는데, 발제자와 토론자가 발언이 끝난 뒤 토론이 벌어졌다.


태그:#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 #진보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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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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