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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답사는 계절이 없다. 그저 일년 내내 꾸준히 돌아다니면서, 이런저런 형태의 문화재들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나름대로 제일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보면 글을 올릴 때, 가끔은 계절에 맞지 않은 글을 써야할 일도 생긴다.

충북 단양군 적성면 각기리에 가면 마을 입구에 돌이 서 있다. 흔히 입석 혹은 선돌이라고 하는 이 돌은 청동기시대부터 전해진 것으로 마을 입구에 세워진 것이다. 그런데 이 마을입구에 세워진 선돌은 두 개의 선돌이 성을 상징하고 있어 특이하다.

충북문화재 자료 제127호 각기리 선돌은 성을 상징하고 있다
▲ 각기리 입석 충북문화재 자료 제127호 각기리 선돌은 성을 상징하고 있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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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리 선돌을 답사한 것은 올 4월 6일이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철이었으니 남들은 벚꽃구경을 간다로 난리를 치는데, 혼자 떠나는 문화재 답사는 늘 쓸쓸하다. 그러나 그 하나하나가 주는 의미를 되새기고, 그것을 정리한다는 것 또한 남들이 알지 못하는 재미가 있기도 하다.

각기리의 선돌을 보고 한참을 고민을 했다. 왜 두 개의 선돌을 멀찍이 떨어트려, 그 선돌을 금줄로 연결을 했을까? 4월이니, 정월에 제를 지낸 듯 암돌과 숫돌을 연결한 금줄에 길지도 깨끗하게 남아있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이 두 개의 돌을 짚으로 이엉을 엮어 둘러쳤다는 것이다. 

남성을 상징하는 숫바위. 윗 부분에 이엉을 엮어 덮었다
▲ 숫바위 남성을 상징하는 숫바위. 윗 부분에 이엉을 엮어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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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바위의 뒷면
▲ 숫바위 숫바위의 뒷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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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을 상징하는 숫돌은 서쪽에 서 있는데 끝이 뾰죽하고 크다. 높이 275cm 너비 220cm, 두께 60cm 정도로 세모꼴 형태에 가깝다. 이 숫돌의 둘레에는 높이 65~70cm 정도의 단을 쌓아 놓았다. 넓이는 4m 정도에 길이는 3.5m 정도이다. 이런 단을 쌓은 것으로 보아 이 선돌은 마을의 신표로 제를 지냈음을 알 수 있다.

이엉을 엮어 치마처럼 둘렀다
▲ 암바위 이엉을 엮어 치마처럼 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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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돌에 비해 동쪽에 서 있는 암돌은 넙적한 것이 특징이다. 높이는 180cm, 너비는 171cm, 두께 37cm 정도 규모의 자연석이다. 이 두 개의 돌은 17m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데, 마을에서는 이 돌을 각각 숫바위와 암바위라고 부른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암바위는 이엉을 엮어 치마처럼 밑부분을 둘렀고, 숫바위는 머리부분에 씌워놓았다. 그저 바라다만 보아도 이 두개의 선돌이 성을 상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모자와 치마를 두른 이엉때문에 그 성별이 확연해진다.

마을에서는 각각 암바위와 숫바위라고 부른다
▲ 각기리 선돌 마을에서는 각각 암바위와 숫바위라고 부른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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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름인 <각기리>는 이 선돌의 모습이 뿔처럼 생겼다고 하여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각기리의 선돌은 도로변 마을 초입에 자리하고 있는데, 이곳은 작은 골짜기의 물이 합쳐지는 곳이다. 여러 주변 상황을 살펴볼 때 각기리에는 선사시대부터 주변에 집단으로 사람들이 주거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각기리에 세워진 두 개의 선돌은 왜 남녀의 성을 상징하는 모습일까? 그것은 아마 이 마을의 여건으로 볼 때 풍농과 다산을 기원하는 것이라고 본다. 남자와 여자의 성기를 상징하는 마주 봄 두 개의 돌. 암바위와 숫바위의 모습을 보면서, 그런 것 하나에도 해학을 알고 멋을 아는 지혜에 그저 감탄만 할 뿐이다.

▲ 성을 상징하는 두 개의 선돌 단양군 적성면 각기리의 선돌, 남녀 성을 상징하는 두 개의 선돌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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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선돌, #입석, #단양, #각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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