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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2시 대전 중구 대사동 농협중앙회 충남지역본부 현관 앞. 지게차 움직이는 소리와 사람들의 고성으로 시끄럽다.

 

쌀 값 하락으로 분노한 농민들이 트럭에 벼 가마를 싣고와 농협 주차장에 야적하고 나섰기 때문.

 

무려 800kg이나 되는 대형 벼가마 180여 포대가 지게차로 쉴 새 없이 옮겨져 농협 앞에 쌓였고, 머리와 어깨에 '쌀값 보장', '농민생존권 보장'이라는 글씨가 쓰인 붉은색 띠를 두른 농민들은 야적을 못하게 가로막는 농협직원들을 밀어내며 언성을 높였다.

 

한 차례 실랑이가 오간 뒤, 농민들은 기자회견에 나섰다. 이날 기자회견은 (사)한국농업경영인충남도연합회가 주관한 것으로, 충남 16개 시·군에서 쌀가마를 직접 싣고 달려온 시·군연합회장단이 기자회견에 참여했고, 회원들은 이를 지켜봤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리는 최근 수확기 쌀 대란의 상황에서도 무대책과 터무니없는 쌀 매입가로 일관하고 있는 농협을 규탄하고 책임 있는 해결책 제시를 요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가을 수확기철을 맞아 농민들은 가장 행복해야 할 시기이지만, 황금들녘을 바라보고 있는 농민들의 가슴은 찢어지고 있다"며 "그 이유는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매입가격으로 농민들은 생산비마저도 보장받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올해 충남도 산지 벼 매입가격은 작년 대비 12%에서 많게는 20% 가까이 폭락한 상황"이라며 "2007년 이후 계속되고 있는 비료와 면세유 등 농산물 생산비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최근 농협이 제시하고 있는 벼 매입 가격은 기가 찰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농협에 대해 "농업인을 위해 존재하는 '농협'은 비료와 농약 등 농업관련 사업을 거의 독과점 형태로 운영하고, 농촌지역의 시군 금고 운영과 정책자금 대행사업 등 농민과 농업을 등에 업고 모든 특혜를 누리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협RPC의 고질적인 '고비용-저효율' 구조 개선을 위한 대책은 없이 경영의 어려움을 내세워 벼 매입가를 낮춰 민간 RPC의 가격 하락까지 주도하고 있으니 대체 누구를 위한 농협인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이들은 1만3000여 충남 농업경영인들의 마음을 모아 농협에 ▲농협중앙회는 지역농협의 원활한 벼 매입을 위해 매입자금 2조 원을 지원할 것 ▲조속한 시일 내 농협 자체 대량수매를 시행할 것 ▲40kg 포대 당 수매가 5만 원 이상의 농가 수취가격 현실화를 위한 각종 조치를 적극 추진할 것 ▲농협RPC의 고질적인 '고비용-저효율' 구조의 개선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것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러한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벼 야적투쟁을 지속적으로 펼치는 동시에 전국 12만 농업경영인들의 결집을 통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태그:#쌀값, #쌀대란, #벼 야적, #농협중앙회, #한농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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