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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속 특히나 대도시 서울 속에 살다보면 오고가는 계절을 잊고 살기 십상입니다. 도시인들의 삶의 속도가 유난히 빠르게 느껴지는 건 이런 계절감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며 살아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더구나 요즘 도시의 가을은 매우 짧기까지 하니까요.

이년 전 지금 동네(서울시 은평구 응암동)에 이사올 때만 해도 그동안 살았던 여느 동네와 뭐 다를게 있을까 하는 기대는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서울도 그렇고 지방도 마찬가지로 한국의 도시들은 어디에 있어도 비슷비슷하게 느껴지는게, 한 병원에서 성형수술을 한 예쁘지만 개성없는 여인들을 보는듯 했기 때문이었지요.    

그러던 것이 계절이 이맘 때 가을로 바뀌면서 평범했던 동네는 저의 선입견을 비웃기나 하듯이 점점 가을색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고운 주황빛의 예쁜 색깔과 아기 주먹처럼 생긴 귀여운 감들이 온동네 담자락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동네에 주렁주렁 열린 감들
 동네에 주렁주렁 열린 감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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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도 곱고 작고 아담한 모양의 감은 참 예쁘고 귀여운 열매입니다.
 색깔도 곱고 작고 아담한 모양의 감은 참 예쁘고 귀여운 열매입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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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는 전기가 흐르는 전봇대도 무섭지 않은지 나무 줄기마냥 감들을 기대어 놓았네요.
 감나무는 전기가 흐르는 전봇대도 무섭지 않은지 나무 줄기마냥 감들을 기대어 놓았네요.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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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아파트들보다 작은 주택들과 골목이 많이 남아 있는 동네를 가을햇살이 따듯한 날 돌아다녀 보았습니다. 정말 동네 옛날 이름이 감나무골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많은 감나무들이 작으나마 마당이나 안뜰에서 데롱데롱 거리는 감들을 이고 서 있네요. 작은 공동주택과 일반주택들 앞 작은 공간의 여유가 무척 크게 느껴집니다.     

제주도에서 보았던 어느 동네를 가득 메우고 있던 귤나무가 참 생생하고 인상적이었는데, 이 동네에는 흡사 귤나무같은 감나무들이 동네 골목대장입니다. 특히나 담장이 낮은 집에 열린 감나무들은 감이 달린 가지가 낮게까지 나있어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니 한 개 따고 싶은 마음에 손이 근질근질 했지만 꾹 참으며 눈요기만 합니다.

동네 골목길 사이 양쪽으로 감나무가 치렁치렁한 가지를 뻗어 그늘이 다 생깁니다.
 동네 골목길 사이 양쪽으로 감나무가 치렁치렁한 가지를 뻗어 그늘이 다 생깁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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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집 옥상위에까지 뻗은 감나무 잎들과 감들이 생기있고 풍성하기만 합니다.
 어느집 옥상위에까지 뻗은 감나무 잎들과 감들이 생기있고 풍성하기만 합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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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닿을듯 낮게 내려와 열린 감들이 한개 따보라고 유혹하네요.
 손에 닿을듯 낮게 내려와 열린 감들이 한개 따보라고 유혹하네요.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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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집 부근을 기웃거리며 감나무 사진을 찍다가 문득 뒤를 쳐다보니 집주인인 듯한 아저씨나 아주머니가 뭐 하나 저를 유심히 쳐다보고 있습니다.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감들이 참 예쁘게 열렸네요, 하면 웃으시면서 그제야 안심하고 집으로 들어가십니다. 저를 의심(?)한 것이 미안하셨던지 따서 창문에 매달아 놓았던 감 몇 개를 먹어보라고 건네 주시네요.

도시 한가운데에 있는 동네지만 여느 농촌처럼 가을이 오면 더욱 풍요로워지고 들녘의 벼들처럼 감들이 가을색으로 익어가고 있습니다. 팍팍한 도시살이에도 동네 사람들 표정이 조금은 환하게 보이는 것은 아마도 저 감나무와 감들 때문인 것 같습니다.

갑자기 골목 어귀에서 때아닌 종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소리 크기로 보아 작은 종에서 나는 소리 같은데 신기하게도 골목골목길을 타고 멀리까지 퍼지는 것 같네요. 종소리 주인공은 1963년부터 장사를 시작했다는 초로의 두부장수 아저씨입니다. 일요일에도 나와 일을 하시는 부지런함 덕분에 저도 만났습니다. 한모에 1200원 하는 따듯한 두부와 통통한 감 너덧개를 양손에 쥐고 집으로 돌아오자니 발걸음이 가볍기만 합니다.

어떤 감은 큰 팽이처럼 생겨 한참을 쳐다보게 하네요.
 어떤 감은 큰 팽이처럼 생겨 한참을 쳐다보게 하네요.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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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도 나와 동네 골목골목에 낭랑한 종소리를 울리며 고소한 두부를 파시는 부지런한 두부장수 아저씨
 일요일에도 나와 동네 골목골목에 낭랑한 종소리를 울리며 고소한 두부를 파시는 부지런한 두부장수 아저씨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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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서울시 은평구 응암동, #감나무 , #두부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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