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손님이 못 구해서 애태우던 책을 구해주면 정말 뿌듯하며, 재고 문제집도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어서 좋다"고 헌책방의 매력을 강조하는 윤한수씨. 좋은 결과 나오면 그의 웃는 얼굴도 볼 수 있다.
▲ 헌책방의 매력 "손님이 못 구해서 애태우던 책을 구해주면 정말 뿌듯하며, 재고 문제집도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어서 좋다"고 헌책방의 매력을 강조하는 윤한수씨. 좋은 결과 나오면 그의 웃는 얼굴도 볼 수 있다.
ⓒ 수원시민신문

관련사진보기


"사실 국가보안법이란 게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잖아요. 자기들 필요할 때 끄집어내서 맘대로 써먹는 거니까요. 그런 법은 빨리 없어져야죠."

이른바 '이적표현물'을 판매하고 소지하고 있었다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가 지난 1일 수원지방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윤한수씨가 한숨 끝에 털어놓은 말이다.

윤씨는 현재 수원시 팔달로 1가에 있는 헌책방 <남문서점>과 인터넷서점 <아이바이북>(http://www.ibuybook.co.kr/)을 운영하고 있다.

수원지법 김양훈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만하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서 윤씨가 '이적서적' 32권을 판매하고, 79권을 보관한 것이 죄라 했던 검사의 공소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고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의 판결에 대해 윤씨는 "말도 안 되는 일 가지고 공소를 제기한 것이니 당연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아직 밝지 않다. 1심에서 패소한 검찰측이 항소했다는 소식을 지난 주 수요일에 들었기 때문이다.

"아직까진 검찰쪽 항소 이유서는 보지 못했어요. 그걸 본 뒤에 반론문을 써야겠죠. 검찰은 밑져야 본전이잖아요. 참 많이 귀찮고 힘들게 하네요."

윤씨를 '귀찮고 힘들게' 만든 사건은 2007년 5월 어느 날 시작됐다. 너댓 명이 경찰(경기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이라며 서점에 들어와 다짜고짜 '이적표현물을 팔고 있는 걸 알고 왔다'고 한 뒤, 책장에서 뒤져낸 책을 바닥에 늘어놓고 사진 찍었다.

그 중엔 스테디셀러로 알려진 <철학에세이>(조성오 지음)와, 고리키의 <어머니>, 파울로 프레이리의 <페다고지>도 들어 있었고, 청소년 권장도서인 <전태일 평전>의 초판본 <어느 청년노동자의 삶과 죽음>이란 책도 문제가 됐다.

대부분 국립중앙도서관이나 서울대도서관 같이 공공도서관에서 대출 가능

그 후 윤씨는 6~7차례에 걸쳐 보안수사대에 불려가 조사받았고, 검찰은 2007년 10월 기소했다. 

"제가 그런 책을 별로 안 읽어 봤어요. 어려우니까. 그런데 경찰이 주입을 시키더라고요. 자기들이 요약해 놓은 내용을 갖고, 예를 들어 <통혁당>이란 책 내용을 읽어준 뒤 '이게 고무찬양 아니냐'는 식으로 조서를 써 가더라고요. 똑같은 질문을 반복해 내용을 숙지시키면서요. 참, 범죄자 하나 만드는 데 여러 방법이 있구나···."

재판 과정에서 윤씨는 검찰이 '이적서적'이라 지목한 책들 대부분은 국립중앙도서관이나 서울대도서관 같이 공공도서관에서 대출이 가능한 것임을 증명하기도 했다. 그 힘든 과정을 거쳐 무죄판결이 나왔건만, 검찰의 항소로 다시 법정공방을 이어가게 됐다.

비록 한숨 나오는 현실이지만 윤씨는 앞으로 재판 결과에 대해서 "당연히 무죄가 되리라고 믿는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무죄가 돼야죠. 지금도 알게 모르게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조사 받고 피해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보안수사대가 자기들 밥줄이 걸려 있으니까. 한 번씩 사건을 만들려고 하나 봐요. 국가보안법 자체가 없어져야 할 거잖아요. 빨리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돼야 하는데, 거참."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수원시민신문(www.urisuwon.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국가보안법, #수원시, #남문서점, #이적서적, #경기지방경찰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