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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주민들, 일제고사에 뿔났다

손피켓을 쓰고 있는 중학생.
 손피켓을 쓰고 있는 중학생.
ⓒ 윤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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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영등포역 앞에 작은 무대가 세워졌다. 영등포시민모임이 준비한 '일제고사 폐지와 MB 경쟁교육 반대를 위한 영등포 문화제'다. 영등포 주민 및 서울여성회, 영등포 촛불 등 지역시민단체로 구성된 '영등포시민모임', 새시대예술연합 및 노래패, 교사들과 초등학생들의 공연과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무대 옆에는 초등학생들이 그린 그림들과 중고등학생들이 쓴 손피켓들이 늘어섰다. 70~80여 명의 시민들이 앉거나 서서 문화제를 즐겼다.
 
학생들의 그림과 손피켓을 보고 있는 시민.
 학생들의 그림과 손피켓을 보고 있는 시민.
ⓒ 윤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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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시대예술연합 소속 가수 이수진 씨의 공연
 새시대예술연합 소속 가수 이수진 씨의 공연
ⓒ 윤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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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는 징계를 받게 된 세 명의 교사가 함께 했다. 그 중 서울 대방초등학교 오정희 교사가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제고사의 폐해를 발표했다. 오 교사는 지난 3월 31일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허용한 이유로 중징계를 받게 되었다.

체험학습을 허용한 이유로 징계를 당하게 된 오정희 대방초교 교사.
 체험학습을 허용한 이유로 징계를 당하게 된 오정희 대방초교 교사.
ⓒ 윤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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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한 학부모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요즘 애들 얼굴을 보면 말이 아니다. 주말까지 학교에 나가 시험 준비만 한다. 그렇다고 학습능력이 오르는 것도 아니다. 왜 자꾸 이런 시험을 보게 하는지 모르겠다. 더구나 학부모와 아이들의 선택을 존중해 준 선생님에게 징계를 준다는 건 너무하다. 어떤 엄마는 징계 얘기 듣자마자 발을 동동 구르시더라. ' 오정희 선생님 뿐인데, 우리 애가 장애가 있는데 차별 안 하고 더 신경 써주신 건 그 분 뿐인데... 그런 분이 쫓겨나면 어떡하냐'고."

일제고사 시행 이후, 교육 파행 사태는 계속되고 있다. 성적부진 학생을 내모는 성적 조작 사례가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는 것. 상위권 학교에는 성과금을 제공하고 하위권에는 지원금을 삭감하는 교육부의 방침 탓이다. 지난 9월 25일 전교조 강원지부는 "강원도교육청(교육감 한장수)은 일제고사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는 6학년 교사들을 선발하여 팔라우 해외여행을 시켜주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초등학생들은 방학과 주말까지 자율학습을 받고 있다. 넘치는 학습량은 아이들에게서 '사고력'을 빼앗아간다. 이쯤 되면 일제고사의 취지는 부끄러워질 지경이다.

13일, 시험지보다 아이들의 얼굴을 보자

엄마와 함께 공연을 보고 있는 아이.
 엄마와 함께 공연을 보고 있는 아이.
ⓒ 윤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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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날아라 펭귄>에는 9살 난 초등학생이 나온다. 아이는 학원에 치여 살지만, 성적은 좋지 않다.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는 화분의 잎을 마구 뜯고, 성적이 좋은 아이에게 시비를 건다. 그러나 '자식 뒷바라지'하느라 힘든 부모 앞에서는 늘 눈치를 보며 웃는다. 불안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는 아이는, 혼자 자유롭게 날아가는 거북이의 꿈을 꾼다. 어쩌면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날고 싶어' 세상을 등진 한 초등학생도 그랬는지 모른다.

13일에는 또 일제고사가 치러진다. 이날 아이들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어른들이 시험 성적에 웃고 우는 동안, 그 뒤에서 아이들은 웃는 듯 울고 있는 건 아닐까. 답안지보다 그 얼굴을 먼저 살펴야 하는 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블로그(bluepicture.tistory.com)에도 게재됩니다. 블로그에서는 더 많은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일제고사, #체험학습, #전교조, #학생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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