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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원 전 통일부장관은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방북과 관련 "북핵문제 해결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은 더욱 커졌고, 한국은 끼어들기도 어려워졌다"면서 "(한국 정부는) 지금 혼자만 압박과 제재를 외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의 전환을 촉구했다.

 

임동원 전 장관은 7일 <오마이뉴스>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 미국과 중국이 북핵문제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 상황에서 한국은 소외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임 전 장관은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원자바오와의 회담에서 "북미 협상에 따라 6자회담에 참여하겠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국과 관계정상화를 하겠다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핵폐기 프로세스를 밟겠다는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20년 동안 일관된 입장인데, 그렇게 보면 북한의 입장은 변화가 없었다."

 

"북핵, 북미 양자대화에서 문제 해결후 6자가 보증하는 방식으로 가야"

 

그는 미국이 북한과 양자대화에 나서겠다고 하고, 북한도 조건부이기는 하지만 6자회담 복귀의사를 밝힌 현재 상황에 대해 "크게 보면 이제 제대로 돼가는 과정"이라고 반가움을 나타내면서 "이후 미국과 북한이 양자대화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6자가 이를 보증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의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커지는 것에는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남북한 사이의 경제교류가 줄어든 만큼 북중 경제교류가 늘어났다"면서 "북한의 중국 의존도가 심해지면 통일은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없는 지금, '햇볕정책의 전도사'로서의 존재감이 더욱 커진 그는 북한과의 대화를 앞둔 오바마 행정부에게,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방식을 '비핵화를 통한 관계정상화'에서 '관계정상화를 통한 비핵화'로 바꿀 것 등 다섯 가지를 제안했다. 그러면서 "북미 정상회담은 내년 상반기에도 가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음은 문답 전문.

 

-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북미 협상에 따라 6자회담에 참여하겠다"고 했는데.

"미국과 관계정상화를 하겠다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핵폐기 프로세스를 밟겠다는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20년 동안 일관된 입장이고, 그렇게 보면 북한의 입장은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6자회담으로 나오라고 요구해왔고, 북한은 원유 20만톤 공급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납북자문제만 제기한 일본 때문에 6자회담을 꺼려왔다. 최근에는 강경파로 변한 한국도 있고. 최근에 (남북미중) 4자회담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 아니겠나. 그래서 북한은 미국과의 고위급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6자회담은 이를 endorse(보증)하는 틀로 가기를 원해왔다. 이런 생각을 다시 밝힌 것이라고 본다."

 

"지난 20년 동안 북한 입장은 변한 것 없어"

 

- 미국은 "우선은 상세한 정보가 필요하다"며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논평을 유보하는 신중한 모습인데.

"아직 발언 내용 전체를 다 듣지 못했을 테니까 당연한 것 아니겠나. 또 북미 양자회담을 통해서 6자회담으로 가겠다, 6자회담을 깨지 않겠다는 게 오바마 정부의 기본 생각이라는 점도 있을 것이다."

 

- 올해 특히 상황이 어려워진 것은 4월 5일 북한의 '광명성2호'발사 때부터였는데.

"북한은 국제해사기구(IMO)에 사전 통보하는 등 국제규정을 준수하면서 위성로켓을 발사했는데, 한국, 미국, 일본은 이를 '위성의 탈을 쓴 탄도미사일'이라고 해버렸다. 오바마 대통령이 위성로켓을 미사일로 단정하고 제재에 나선 것은 실책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북한이 6자회담 탈퇴를 선언하고 2차 핵실험까지 강행한 것은 사태를 악화시키는 과잉반응이었다. 그 뒤 오바마 정부는 대화창구는 열어 놓으면서도 제재를 병행하는 이중 접근을 통해 북한의 태도변화를 위해 노력했고, 냉각기와 조정기를 거치면서 북한도 대화 의지를 밝히고 나섰다. 크게 보면 이제 제대로 돼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비핵화→북미관계정상화'에서 '관계정상화→비핵화'로 접근방식 바꿔야'

 

- 북한과 미국의 양자대화가 가시권에 있다. 미국은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기본적으로 미국과 북한이 양자대화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6자가 이를 보증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북핵문제는 미북 적대관계의 산물이다. 때문에 미국이 북한에 적대시정책을 폐기하고 양국관계가 정상화돼야 해결된다. 1994년의 미북 제네바합의와 2005년  9.19합의가 모두 핵폐기와 관계정상화를 맞바꾸는 합의였다는 사실이 이를 보여준다. 현재 상황에서 미국은 다섯 가지를 해야 한다.

 

우선 오바마 대통령은 60년이 넘은 북한과의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고, 관계를 정상화하는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두 번째는 압박과 제재가 아니라 외교적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년의 역사가 보여주듯이, 압박과 제재, 고립과 봉쇄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셋째,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방법을 '비핵화를 통한 관계개선'에서 '관계정상화를 통한 비핵화'로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부시 정부의 '비핵화를 통한 점진적 관계개선'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완만한 단계별 접근방식인데 이것을 지속하기에는 상황이 악화되었고 사태가 급박해졌다. 북한이 핵실험을 계속해서 핵폭탄을 소형화·경량화하고, 미사일에 장착하는 '핵무기화단계'에 이르기 전에 해결해야 한다.

 

다음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위로부터의 해결방식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북 양자협상을 통해서 해결하되 6자회담의 틀은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시 정부는 5자 공조로 북한을 압박하고 비용을 분담하기 위해 6자회담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6자회담 틀을 동북아 안보협력체제의 모체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 내년 상반기에 북한과 미국의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시각도 있는데.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에 직접 만나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리고 그가 당선 후에 아랍 등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나. 찾아가고 어깨 두드리고. 금년 초에는 올해 중에도 (미북 정상회담이) 가능하지 않을까 했는데, 4월 (북한 위성로켓발사) 사태로 많이 꼬였다. 하지만 급진전해서 톱다운 방식으로 간다면 얼마든지 내년 상반기에도 가능하다.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던 것을 봐라. 또 그렇게 해야 문제를 풀 수 있다."

 

"유엔 대북제재 1874호 일단락된 것"

 

- 중국이 북한에 대해 압록강대교 건설, 석유·식량 무상원조 등 대규모 지원을 약속했다. 유엔의1874호 대북제제도 사실상 무의미해졌고, 북한붕괴론도 근거가 사라진 것 아닌가.

"중국의 대북지원으로 1874호는 사실상 일단락된 것으로 본다. 그리고 북한붕괴론은 애초 보수세력의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 다른 측면으로 보면, 북한의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은 더욱 커지는 것인데.

"지난해 북한의 대외무역에서 중국이 3/4 정도(73%)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전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급격하게 늘었다. 남북한 사이의 경제교류가 줄어든 만큼 북중 경제교류가 늘어났다. 수요는 있는데 이명박 정부는 막고 있고, 다른 데로 갈 곳이 없지 않나. 북한이 중국에 경제적으로 예속된다면, 이것은 통일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는 경제공동체 건설을 통해 통일의 기반을 조성하자는 것이고, 이건 이명박 정부도 이야기하던데, 이처럼 북한의 중국의존도가 커지면 통일은 더 어려워진다. 남북한 사이에는 개성공단 하나 남아 있는데, 그마저도 좋은 상황은 아니다. 개성공단 같은 것이 몇 개는 더 생겨야 하는데 말이다."

 

- 유명환 외교장관은 이번 북중간 경제협력 합의의 안보리 결의 위반 여부에 대해 "중국 측에 관심을 표명한 바 있다. 구체적인 경제협력 약속의 내용이나 안보리 결의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중국의 설명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국제정세와는 어긋나는 분위기인데.

"북핵문제 해결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은 더욱 커졌고, 한국은 끼어들기도 어려워졌다. 지금 혼자만 압박과 제재를 외치고 있는 것 아닌가. 미국과 중국이 북핵문제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 상황에서 한국은 소외되고 있다.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명박 정부의 '선핵폐기' 주장은 이후 핵협상 국면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현실적으로 핵협상을 주도하는 나라는 미국과 북한이고, 북핵문제 해결은 관계정상화와 평화체제 수립 등과 병행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미 용도 폐기된 '선 핵폐기'라는 네오콘식 강경론을 고집하는 것은 북핵 협상의 진입 문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미국의 발목을 잡으려 한다든가, 미북협상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

 

'그랜드바겐'도 북핵문제의 본질과 핵협상의 기본구도에 대한 인식이 결여된 비현실적인 것이었다. 남북관계의 진전을 통해 미북관계 개선을 지원하는 한편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도록, 병행전략으로 과감하게 전환해야 한다. 남북이 소통할 수 있어야만 북한과 미국 중국 등에 대한 발언권이 높아진다."

 

- '그랜드바겐'은 급격하게 그 의미가 하락하고 있는 것 같다.

"국회에서도 여야 모두 비판하지 않았나."


태그:#임동원, #김정일, #원자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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