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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모니를 주존불로 모시는 대웅전 앞에서 사람들은 합장을 한다.
 석가모니를 주존불로 모시는 대웅전 앞에서 사람들은 합장을 한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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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회사 가는 길이다. 전남 나주 다도면소재지를 지나면서 황금들녘이 펼쳐진다. 들녘은 눈부신 황금빛이다. 논두렁의 억새가 하얀 손을 흔든다. 개울에서 한가롭게 노니는 백로의 날갯짓이 아름답다. 벚나무 잎은 하나 둘 갈바람에 진다.

천년고찰 불회사는 나주 다도면 덕룡산 자락에 있다. 불회사 대법당중건상량문의 기록에 의하면 동진 태화원년(서기366년) 인도의 고승 마라난타존자가 창건했다고 한다. 당시는 불호사로 불렸으며 기록상 한국 최초의 가람이다.

바위 위에서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모습의 '연리목'

불회사 가는 들녘은 눈부신 황금빛이다.
 불회사 가는 들녘은 눈부신 황금빛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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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룡산 불회사 장엄한 일주문을 막 지나면서부터 그 느낌이 남달랐다. 하늘을 치솟는 아름드리 측백나무의 기세에 내 자신이 작아지는 느낌이다. 울창한 숲과 한적한 흙길은 퍽 인상적이다. 마른 낙엽이 수북한 길이다. 이곳 빈 벤치에다 시름 한 자락 내려놓아도 좋을 듯싶다.  

숲 왼편에는 천년에 한번 나올까말까 하는 연리목이 있다. 연리목은 뿌리가 서로 다른 나무가 합해진 것으로 부부의 금슬을 상징한다. 이곳 연리목은 바위 위에서 남녀가 사랑을 나누고 있는 모습이다. 나뭇가지가 엉켜 있는 다른 곳과는 달리 나무뿌리와 몸뚱이가 함께 뒤엉켜 있다.

이곳 연리목은 바위위에서 남녀가 사랑을 나누고 있는 모습이다.
 이곳 연리목은 바위위에서 남녀가 사랑을 나누고 있는 모습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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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장승 하원당장군은 퉁방울눈에 수염을 댕기머리처럼 배까지 내려오도록 땋아 해학적이다.
 남장승 하원당장군은 퉁방울눈에 수염을 댕기머리처럼 배까지 내려오도록 땋아 해학적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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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길을 걷다 도중에 만난 석장승은 하반신이 땅에 묻힌 채로 서로 마주보고 서있다. 17,8세기쯤에 세워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석장승은 일주문과 절 중간지점에 있다. 남장승 하원당장군은 퉁방울눈에 수염을 댕기머리처럼 배까지 내려오도록 땋아 해학적이다. 여장승 상원주장군은 민대머리에 미소띤 얼굴로 눈 주변의 부드러운 곡선이 여성스럽다.

덕룡산 불회사 진여문이다. 진여문 앞에는 조그마한 돌사자 한 마리가 있다. 진여문과 천왕문 사이 대문에는 금강상이 그려져 있다. 천왕문에는 사천왕상이 아닌 사천왕 탱화를 봉안하여 이채롭다.

'비자나무그늘 찻잎에 맑은 이슬이 내려앉아 차가 되었구나!

덕룡산 불회사 전경이다.
 덕룡산 불회사 전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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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여문과 천왕문 사이 대문에는 금강상이 그려져 있다.
 진여문과 천왕문 사이 대문에는 금강상이 그려져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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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양루다. 1층은 종무소 2층은 법당인 천수전이다. 이곳에는 차 한 잔 마시고 쉬어갈 수 있는 찻집 비로다경실이 있다. 비자나무숲에서 이슬을 먹고 자란 찻잎으로 만들었다는 '비로다'차를 맛볼 수 있다.

구전에 의하면 덕룡산 자락에 자생하는 차나무는 동진 태화원년(서기366년) 마한에 불교를 전한 인도의 마라난타 스님께서 불회사를 창건하고 이곳에 전했다고 한다. 그 뒤 한국의 초의선사가 덕룡산에 출가하여 그 명성을 이어갔다. 이곳의 지명이 지금까지 다도라 불리고 있는 연유 또한 그래서일 것이다.

불회사는 비자숲이 유명하다고 한다. 비자숲을 연상하고 나서야 '비자나무그늘 찻잎에 맑은 이슬이 내려앉아 차가 되었구나!'라는 글귀가 마음에 와 닿는다.

가을이 깊어갈 무렵 다시 찾고 싶은 절집

요사채와 천수전이다.
 요사채와 천수전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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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의 부처님은 종이와 삼베를 이용해서 빚었다고 한다. 협시보살은 흙으로 빚은 몸이란다.
 대웅전의 부처님은 종이와 삼베를 이용해서 빚었다고 한다. 협시보살은 흙으로 빚은 몸이란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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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곳곳에는 알 수 없는 고요와 평화가 깃들어있다. 대자연의 경이로움에 절로 마음이 숙연해진다. 쓸쓸함과 적막함이 그리움처럼 남아 있는 산사는 이제 가을빛이 감돈다. 사실 불회사는 천불천탑으로 유명한 운주사의 유명세에 밀려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었다. 그래서일까. 고즈넉하고 호젓한 이 절집은 우연히 들렸다 횡재한 그런 느낌이 강하다.

대웅전 앞에서 사람들은 합장을 한다. 석가모니를 주존불로 모시는 대웅전은 조선후기 양식의 건물로 천장 주위 22개의 벽화에 장엄미가 서려있다. 대웅전의 부처님은 종이와 삼베를 이용해서 빚었다고 한다. 협시보살은 흙으로 빚은 몸이란다. 법당과 요사채 등의 건물은 한국의 멋이 서려있어서인지 안온한 느낌이다.

근심을 푼다는 해후소와 요사채 사이 꽃밭에는 나비 한 쌍이 나풀댄다.
 근심을 푼다는 해후소와 요사채 사이 꽃밭에는 나비 한 쌍이 나풀댄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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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과 명부전, 삼성각, 나한전, 요사채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대나무 울타리가 인상적이다.

근심을 푼다는 해후소와 요사채 사이 꽃밭에는 나비 한 쌍이 나풀댄다. 화려함보다는 호젓한 분위기로 사람의 마음을 붙잡아두는 곳이다. 동백나무와 전나무, 삼나무, 비자나무 숲이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단풍의 빛깔이 인근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불회사는 가을이 깊어갈 무렵 다시 찾고 싶은 절집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 '다음'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찾아가는 길]
광주광역시- 영암방향 -남평오거리 좌회전- 다도면소재지- 818번지방도- 불회사



태그:#불회사, #연리목, #천년사랑, #절집,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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