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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의 '플루언스 Z.E.' 콘셉트는 전기전용 자동차로 최대 160km까지 달릴 수 있다.
 르노의 '플루언스 Z.E.' 콘셉트는 전기전용 자동차로 최대 160km까지 달릴 수 있다.
ⓒ 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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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의 2인승 전기차 '트위지 Z.E.' 콘셉트는 125cc 모터사이클 성능과 비슷하며 회전 반경이 3미터에 불과하다.
 르노의 2인승 전기차 '트위지 Z.E.' 콘셉트는 125cc 모터사이클 성능과 비슷하며 회전 반경이 3미터에 불과하다.
ⓒ 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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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10년 뒤에는 전기차가 세계 시장의 10%를 차지할 것이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이 지난 27일 폐막한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한 말이다. 기름값이 계속 오르고 환경규제가 강화되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차 시대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의 최대 화제는 단연 전기차였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앞 다퉈 전기차를 선보이며 각축전을 벌였다. 신차 82대가 공개됐는데 이 중 26대가 전기차였다.

미래 친환경차량에 대한 관심은 이미 하이브리드를 넘어 전기차로 쏠리고 있다. 유럽은 물론 미국, 일본 등 자동차 선진국들은 '전기차 100만대 생산'을 선언하고 나섰다. 후발주자인 국내 자동차 업체들도 전기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정작 '그린카 4대 강국'을 만들겠다던 정부의 지원은 뒷걸음치고 있다.

친환경차의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른 '전기차'

세계 최대 규모인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참가한 수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다수의 전기차를 선보였지만, 가장 눈에 띄는 회사는 르노였다. 르노는 이번 모터쇼에서 준중형차인 '플루언스 Z.E.' 등 전기차 4종을 공개해, 가장 현실적인 전기차를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는 2011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미쓰비시 전기차 '아이미브(i-MiEV)'는 1회 충전으로 160㎞까지 주행할 수 있다. 최고시속도 130㎞에 달한다. 가솔린기준으로 환산하면 ℓ당 62㎞의 고효율을 자랑한다.
 미쓰비시 전기차 '아이미브(i-MiEV)'는 1회 충전으로 160㎞까지 주행할 수 있다. 최고시속도 130㎞에 달한다. 가솔린기준으로 환산하면 ℓ당 62㎞의 고효율을 자랑한다.
ⓒ 미쓰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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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는 미쓰비시 'i-MiEV'를 기반으로 미쓰비시와 공동 개발한 유럽시장 전용 전기차 '이온(iOn)'을 선보였고, 내년 말 양산할 계획이다. 앞서 올해 7월 판매를 개시한 미쓰비시 'i-MiEV'는 세계 최초로 양산된 전기차로 올해에만 약 1000대 판매가 예상된다. 국내에는 2011년 판매된다. 아우디는 전기 스포츠카 'e-트론' 컨셉트카를 공개했다.

폴크스바겐이 공개한 전기 컨셉트카 'E-Up!'은 성인 3명과 어린이 1명이 탑승 가능한 신소형 패밀리(New Small Family)카로 하루 40~50km 주행에 적합한 도심형 소형차다. 2013년 양산 예정이다. 벤츠는 '블루제로 EREV'라는 이름의 플러그인 전기차를, 크라이슬러는 전기모터로 구동되는 '200C EV' 컨셉트카 등을 선보였다. 볼보는 모터쇼에 차량을 출품하지는 않았지만 'C30' 모델을 기반으로 한 전기차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현대자동차도 전기차 'i10 EV'를 공개했다. 'i10 EV'은 기존 유럽 전략형 모델인 'i10'에 6h의 리튬폴리머 배터리와 49의 전기모터를 달아 1회 충전으로 최장 160㎞, 최고속도 130㎞/h를 달릴 수 있다. 내년부터 국내 최초로 도로 주행을 하게 된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전기 컨셉트카가 대거 전시된 것은 최근 친환경차의 유력한 대안으로 전기차가 급부상하고 있음을 반영한 셈이다. 현재 완성차업체들은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며 전기차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어 전기차 보급이 예상보다 빨라질 전망이다. 특히 벤츠의 경우 올해 연구개발비의 절반을 전기차 연구에 투자하는 등 미래형 자동차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배터리 기술 향상, 전기차 관련 사업 확대 및 충전시설 등 인프라 구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전기차 대중화가 머지않았다"고 전망했다.

현대차가 개발한 전기차 'i10 EV'는 1회 충전으로 최장 160㎞까지 주행할 수 있다.
 현대차가 개발한 전기차 'i10 EV'는 1회 충전으로 최장 160㎞까지 주행할 수 있다.
ⓒ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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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전기차인가?

전기차는 석유 연료와 엔진을 사용하지 않고, 전기 배터리와 전기 모터를 사용하는 자동차를 말한다. 1830년대에 처음 등장했다가 기술적 한계로 인해 가솔린이나 디젤엔진을 탑재한 내연기관 자동차에 밀려있었다. 전기차가 최근 다시 각광을 받는 것은 고유가와 함께 미국과 유럽 등을 중심으로 배기가스 규제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배터리와 구동 모터 등이 주요 부품이라는 점에서 기계공학보다는 전자공학 등 IT쪽에 더 가깝다. 따라서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기술의 발전 속도도 굉장히 빠르다. 전기차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높은 시장성이다.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중국시장에서만 20년 내 2200억 달러(약 319조원) 규모로 전기차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구가 두 번째로 많은 인도에서도 전기차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도요타와 혼다 등 하이브리드카 개발 선두주자와의 경쟁을 포기하고 곧바로 전기차로 건너뛰어 판세를 뒤집겠다는 업체들도 있다. 순수전기차 'i-MiEV'를 출시한 미쓰비시가 대표적이다. 닛산도 최근 요코하마에서 양산형 전기차 '리프(LEAF)'를 처음 공개했다. 국내에는 2012년 출시될 계획이다. 워렌 버핏이 투자해 관심을 모은 중국 자동차업체 BYD는 2개의 전기모터로 15분 충전하면 300㎞를 주행할 수 있는 'E6'를 개발, 2011년에 미국과 유럽에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업체 중에는 레오모터스와 CT&T 등이 자체 기술로 전기차를 개발, 일부 특수부문에서 활용되고 있다. 중소업체인 CT&T는 이미 골프장 차량 등을 중심으로 캐나다, 필리핀, 이란 등에 전기차를 수출하고 있다. 지난 5월 국내 22개 전기차 관련 중소기업들이 결집해 만든 한국전기차산업협회도 내년 말까지 전기차 'KEV-1'을 양산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원춘건 전기차산업협회 회장은 "한국이 전기차 개발에 주력해야 하는 이유는, 사실 전기차를 제일 잘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나라이기 때문"이라며 "전기차는 충전, 송전, 발전 등 인프라와 IT, 전기, 전력, 전자 등 우리가 세계 최고인 기술들을 한 시스템으로 묶어내는 신성장 동력 산업의 총아"라고 말했다.

'그린카 4대 강국' 외치며 전기차 홀대하는 한국 정부

실제 한국의 전기차 관련 기술은 세계 수준급이다. 삼성SDI는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 메이커인 보쉬와 합작해서 전기차용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BMW는 2013년부터 전기차를 대량생산하기로 하고 삼성SDI와 보쉬가 만든 배터리를 쓰기로 했다. LG화학은 신기술을 앞세워 2010년 말 데뷔하는 GM의 전기차 볼트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현대·기아차는 하이브리드카 양산을 시작한 데 이어 전기차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지난 7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기후변화 관련 회의에서 '스마트그리드(Smart Grid·지능형 전력망)' 개발 선도국가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한국은 앞으로 세계 스마트그리드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 스마트그리드는 기존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에너지를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첨단 분야로, 전기차에 전기를 충전하는 기본 인프라이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당시 G8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상세히 설명한 우리 정부의 녹색성장 5개년 종합계획에는 전기차가 빠져 있었다.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한 '녹색산업 발전을 위한 로드맵'에서도 전기차는 2015년 이후에나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업체인 CT&T가 만든 전기차 '이존(E-Zone)'. 지난해 5월 양산을 시작해 미국과 캐나다, 일본에 수출하고, 최근 국회(2대)와 청와대(3대)에 보급됐을 뿐 아직 일반인 대상은 아니다. 사진은 국회 순찰용으로 쓰이고 있는 모습.
 국내 업체인 CT&T가 만든 전기차 '이존(E-Zone)'. 지난해 5월 양산을 시작해 미국과 캐나다, 일본에 수출하고, 최근 국회(2대)와 청와대(3대)에 보급됐을 뿐 아직 일반인 대상은 아니다. 사진은 국회 순찰용으로 쓰이고 있는 모습.
ⓒ 최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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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영국, 스페인, 독일, 일본, 미국 등 자동차 선진국들은 2015년까지 전기차 100만 대 생산을 선언했다. 기업의 안정적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전기차 시장을 만들어 예측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차값이 비싼 전기차가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충전소 인프라 확보, 배터리 개발 등 판매 초기 활성화를 위한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다.

이미 일본이 도쿄, 요코하마 등 약 70여 곳에 급속충전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은 또 최근 2만2000대의 우정국 배달차량을 전기차로 개조키로 했다. 영국도 전기차 상용화에 9000만 파운드를 지원하고, 전기차 충전시스템인 일렉트로베이(Elektrobay)를 시내 30곳에 설치할 계획이다. 미국은 전기차 배터리 개발을 위해 정부가 24억 달러를 지원키로 했고, 중국 역시 배터리 개발에 대한 정부 지원이 시작됐다. 이스라엘, 독일도 국가 차원의 충전망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정부가 앞서서 기업을 이끄는 외국과 달리 한국 정부는 전기차 개발과 관련된 정책 수립 마련에 미온적이다. "기업들의 전기차 양산 시점에 맞춰 인프라 구축도 계획을 할 것"이라며 기업에 책임을 떠넘긴 채 뒷짐만 지고 있다.

원춘건 회장은 "정부가 말하는 '그린카 4대 강국'에는 하이브리드카와 수소연료차만 들어있다"며 "수소연료차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이미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접은 것이고, 하이브리드카 기술은 일본이 꽉 잡고 있어서 다른 나라는 전기차로 방향을 틀었는데, 우리만 거꾸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 회장은 또 "한국 정부의 친환경차 개발 로드맵에 전기차 개발계획이 없는 것은 '하이브리드카를 개발하다보면 전기차도 저절로 된다'는 아전인수식 사고 때문"이라며 "말로는 녹색성장이라고 하면서 실제로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끌어나갈 전기차를 홀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태그:#전기자동차, #그린카 4대 강국,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친환경차, #스마트그리드, #전기차는반문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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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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