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무무공방의 주인 신경숙씨는 요즘 아침에 눈을 뜨는 게 행복하다고 고백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즐거움에 푹 빠졌다. 이제 매장과 공방이 함께 있는  그녀만의 공방을 일구어낸다는 꿈을 꾸고 있다.
▲ 신경숙 무무공방의 주인 신경숙씨는 요즘 아침에 눈을 뜨는 게 행복하다고 고백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즐거움에 푹 빠졌다. 이제 매장과 공방이 함께 있는 그녀만의 공방을 일구어낸다는 꿈을 꾸고 있다.
ⓒ 신경숙

관련사진보기


그냥 좋다는데 무슨 특별한 이유가 필요할까. 하고 싶고 하고 있으면 그냥 좋은데 말이다. 이런 저런 이유를 설명하는 것은 그냥 좋은 것의 표면적 표현일 뿐. 이런 좋은 길을 찾아 부지런히 자신의 길을 가는 여성이 있다.

무무공방엔 고도로 계산된 '심플함'이 있다

평범한 시골집 대문 안에 들어서면, 그녀가 직접 만든 '무무공방'이라는 조그만 나무 간판이 눈에 띈다. '없을 무(無)'자 두자가 겹쳐 있는 무무. 스님과 함께 법명처럼 지었다는 그녀의 닉네임은 '무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고, 많기도 하고 적기도 하다는 뜻의 '무무'. 앞으로 그녀가 만들어갈 세상이 보이는 듯하다. 

그녀의 작품은 화려하지 않다. 단순하다 못해 누구나 만들 수 있을 것처럼 쉬워 보인다. 하지만 쉬워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고도로 계산된 심플함이 있다. 여러 번 실패를 거듭한 노하우와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숨어 있다. 가구란 모름지기 실용적인 게 우선. 살아가면서 느꼈던 부분을 여성 특유의 세심함으로 만든 작품이 대부분이다. 간단하니 사용하기 좋다. 뿐만 아니라 디자인도 상큼하고 신선하다.

그녀가 만드는 미니가구와 소품은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맞춤형'이다. 소위 'DIY 가구'다. 그녀가 주로 만든 작품은 전기스탠드, 우편함, 가족사진 시계, 의자, 옷걸이, 책상, 작업대, 안내판 등등이다. 안 되는 거 빼고 다 된다.

그녀가 만든 야심작 '목공 스탠드'다. 분위기 연출에 그만이다.
▲ 목공스탠드 그녀가 만든 야심작 '목공 스탠드'다. 분위기 연출에 그만이다.
ⓒ 신경숙

관련사진보기



가족사진을 목공으로 만든 시계에 부착했다. 사진도 되고 시계도 되는, 이 세상에 하나 뿐인 시계이다.
▲ 가족사진 시계 가족사진을 목공으로 만든 시계에 부착했다. 사진도 되고 시계도 되는, 이 세상에 하나 뿐인 시계이다.
ⓒ 신경숙

관련사진보기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아주 앙증맞은 우편함이다. 좋은 소식이 어디선가 올 것만 같은 마음이 들게 하는, 기분 좋은 우편함이다.
▲ 우체통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아주 앙증맞은 우편함이다. 좋은 소식이 어디선가 올 것만 같은 마음이 들게 하는, 기분 좋은 우편함이다.
ⓒ 송상호

관련사진보기


"이젠 아침에 눈 뜨는 게 행복해요"

작년에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처음엔 취미로 양초 공예 작업을 했다. 마당 한 쪽에 있던 창고를 조금씩 치워가며 작업장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무무공방'의 주춧돌은 이렇게 놓여졌다.

드디어 운명적인 목공예와의 만남. 올해 3~4월에 목공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익혔던 목공 기술은 그녀의 인생의 나침반을 돌려놓았다.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지 못하는 특유의 '자유로운 기질', 그 덕분에 매어서 하는 일을 잘 못하는 그녀에게 운명 같은 순간이었다. '돈이 되는 일'이나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그녀는 과감하게 선택했다. 오랜 세월 마음의 방황을 끝냈다. 

이젠 아침에 눈을 뜨는 게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오늘은 뭘 만들까. 어떤 아이디어로 만들어 볼까"라는 기대감에 매일 아침이 경쾌하다. 전에 직장 다니면서 매어 있는 생활을 할 때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자의 행복이 이미 그녀에게 충분히 와 있다. 그녀의 표현에 따르면 '올인'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하고 싶은 일을 하니 작업 하나하나가 즐겁다. 황금어장에서 낚시하듯 아이디어가 쏙쏙 올라오는 기쁨이 대단하다. "아이디어가 좋고 신선하다. 간단하지만, 잘 만들었다. 당신의 감각을 믿는다"는 등의 주변의 찬사는 그녀의 행복을 배가 시켜주고 있다. 아직 자신의 작품을 대하면서 진심으로 칭찬하지 않은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다고 하니, 마흔이 다 되어 가는 나이에 그녀만의 끼를 발견한 셈이다.

나무 결을 그대로 살려서 만든 양초대와 양초. 양초만 바꿔주면 늘 사용할 수 있다.
▲ 양초와 나무2 나무 결을 그대로 살려서 만든 양초대와 양초. 양초만 바꿔주면 늘 사용할 수 있다.
ⓒ 신경숙

관련사진보기


자신의 공방에서 사용하는 작업 사물함이다. 기존 제품으로는 나올 수가 없는 것으로서 현장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그야말로 DIY 가구인 셈이다.
▲ 작업 사물함 자신의 공방에서 사용하는 작업 사물함이다. 기존 제품으로는 나올 수가 없는 것으로서 현장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그야말로 DIY 가구인 셈이다.
ⓒ 신경숙

관련사진보기


지금 무무공방은 야무진 꿈을 꾸는 중

하지만, 어떤 일이든 양면이 있는 법. 작년 10월에 잘 나가던 사회복지사 1급 직종을 때려 치고, 집에서 양초 공예 한다고 나섰다. 목공 공방을 하겠다고 나서는 딸을 그저 안타깝게만 바라보는 부모님에게 그저 미안하다.

목공예를 하다 보니 재료비 조달이 만만찮다. 아직은 부모님의 집 창고가 공방이다. 아직은 지인을 통해 주문 받아 만드는 수준이니 밥벌이는 턱도 없다. 이래저래 부모님에게 여간 눈치 보이는 게 아니다. 간간이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하는 일이라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 원조는 받지 않지만, 대신 용돈을 넉넉하게 못 드린다는 아쉬움이 있다.

이런 그녀가 믿는 게 하나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지 않고 야무지게 꿈을 꾸기만 하면, 언젠가 이루어진다는 진실을. 자신의 경험으로 인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젠 매장과 작업장이 있는 그녀만의 공방을 꿈꾸고 있다. 오늘도 5평 남짓한 무무공방엔 목공기계 소리가 요란하다.

양초공예와 목공예의 만남이다. 그녀가 배운 둘을 접목시켜 만든 것으로서 인테리어 소품으로는 그만이다. 양초만 바꿔서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양초와 나무 양초공예와 목공예의 만남이다. 그녀가 배운 둘을 접목시켜 만든 것으로서 인테리어 소품으로는 그만이다. 양초만 바꿔서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신경숙

관련사진보기


공방 창가에 있는 조그만 간판. 이것도 그녀의 아이디어로 제작된 목공 간판이다.
▲ 간판 공방 창가에 있는 조그만 간판. 이것도 그녀의 아이디어로 제작된 목공 간판이다.
ⓒ 송상호

관련사진보기


무무공방 http://cafe.daum.net/moomoodiy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16일 안성 죽산에 있는 무무공방(http://cafe.daum.net/moomoodiy 016-258-7287)에서 이루어졌다.



태그:#안성 무무공방, #DIY 목공예, #양초공예, #신경숙, #무무공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