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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제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심야에 울창한 숲을 걷는 것처럼 두려웠을 테고, 때로는 깊이를 모르는 늪지에 몸이 잠긴 것 같이 불안했을 것입니다.

 

결혼을 통해 기쁨은 두 배가 아니라 가족 수만큼 늘어났고, 활활 타던 슬픔은 온 가족이 소방관이 되어 재빨리 꺼주었습니다.

 

희망은 한 목표를 향한 열망입니다. 그 목표에 다가가는 발걸음은 그 목표가 동일한 반려가 있었으므로 한결 가벼울 수 있었습니다. 절망은 그 목표로 가는 길에 만나는 크레바스(crevasse)입니다. 이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틈도 둘이 합심하니 사다리가 놓이고 로프가 깔릴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결혼은 우주의 질서와 비밀을 깨닫게 해주지요. 새로운 생명을 얻고, 그 생명을 온전한 객체로 보살피는 과정에서 어떤 조언과 학습으로도 깨달음이 불가능한 생명의 신비와 만날 수도 있었습니다.

 

불완전한 나는 결혼을 통해 완전해짐을 느낍니다. 상대와의 단순한 협력이 아니라 화학적 결합으로 온전히 하나 되는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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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이제 완전한 가을이며 결혼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저도 몇 통의 웨딩 초청장을 받았습니다. 그 중 특별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 메일로 보내온 초청장입니다. 이 초청창의 당사자는 지천명(知天命)을 넘긴 나이였지만 결혼은 생각도 없었습니다.

 

만남은 운명지어져있지만 그것이 언제 자신에게 다가올지는 당사자도 모르는 일이지요. 이 분도 이런 만남을 50년을 넘게 기다린 것입니다. 그 긴 기다림 뒤, 일 년 전에 그 운명의 만남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올 가을, 결혼을 하게 됩니다.

 

그녀의 사연은 이렇습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 살고 있는 한 남자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 살고 있는 한 여자

 

워싱턴에 있는 그의 작업장은 한국 사람으로 붐볐고

그녀가 근무하는 서울의 사무실은 외국 사람으로 붐볐다.

 

남자는 배를 타고 바다낚시를 즐겼다.

여자는 바다 회 먹는 것을 즐겼다.

 

90년도 초반 남자는 아프리카 감비아에서 의료선교 봉사를 하였고

같은 시기 90년도 초반 여자는 중국에서 의료선교 봉사를 하였다.

 

두 사람은 지국의 반대편에 살면서 각자의 삶에 충실하게 살았죠.

 

그러던 중 남자는 아내를 잃고 비통함에 잠겨 하루하루를 힘들게 보내고…….

여자는 오랫동안 준비한 회계사 시험에 실패하여 실의에 빠졌어요.

 

기도하는 자에게는 위기가 곧 기회입니다.

두 사람은 서로 기도 했어요.

하나님은 두 사람의 마음을 읽고 서로 만나게 해주셨어요. 

남자와 여자의 만남은 서로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었어요.

두 사람은 주 안에서 함께할 수 있음을 확인 하였습니다.

 

미국과 한국, 떨어져 지냈지만 인터넷으로 마음을 전했어요.

남자는 아름다운 시를 지어 인터넷으로 보내고

여자도 남자를 향한 사랑의 시를 지어 보냈어요.

인생의 후반부를 주를 의지하며 함께 지내기로 하였습니다.

서로 돕는 배필이 되어 하나님이 기뻐하는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겠습니다.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우리의 만남을 많이 축하하여 주세요."

 

이 가을의 아름다운 신부가 될 '그녀'로부터 온 이 초대장은 사랑의 위대함을 증언합니다.

 

두 분의 아름다운 출발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홈페이지 www.motif1.co.kr과
블로그 www.travelog.co.kr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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