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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배는 물이 많고 껍질 얇아 껍질째 먹어도 좋다. 단맛과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 황금배맛 황금배는 물이 많고 껍질 얇아 껍질째 먹어도 좋다. 단맛과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 참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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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유명한 경북 상주의 농가로부터 전화가 왔다. 잘 아는 배 농가가 있는데 사정이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다. 전화를 한 농부는 유기농배를 생산하는 상주의 김광식 농부다.
우리나라 유기농 과수 농가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그도 어렵게 유기농 배농사를 유지하고 있으며, 형편없는 수확량으로 매우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다.

"제가 오늘 '상주 고냉지 포도축제'에 농기구 타기 체험을 지원나갔다, 새농민 수상자 동료인 서재만씨를 만났는데 황금배를 미국으로 수출할 수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여기서 잠깐!! 황금배라는 품종을 아는 분은 그리 많지 않을 것같아 약간의 설명을 보탠다.
우리는 보통 배라고 하면 갈색의 신고배를 떠올린다. 하지만 황금배는 배의 색이 연두빛을 띤 노랑에 가깝다. 그래서 이름도 황금색을 닮았다 하여 황금배라고 하고 9월초부터 하순까지 수확기다. 신고보다 숙기가 빠르고 맛도 상큼하고 새콤달콤하다. 신고는 단맛이 강하지만 황금은 그렇지 않으며 독특한 맛과 향으로 먹어 본 사람들은 꼭 다시 찾게 되는 배다.

사연은 이랬다.

미국수출길이 막혀 배 판로가 없어 힘들어하는 서재만 농부 그의 시름이 해결 될 수 있을까?
▲ 서재만농부 미국수출길이 막혀 배 판로가 없어 힘들어하는 서재만 농부 그의 시름이 해결 될 수 있을까?
ⓒ 참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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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만 농부는 경부 상주에서 배 농사를 짓고 있다. 그의 황금배는10년 전부터 캐나다나 미국으로 수출을 했었다. 수출을 하기 전에 검역을 하는데 흑성병이 많다는 이유로 수출을 거부 당했다. 그동안 계속 수출만을 해왔기 때문에 수출을 거부당한 농부는 판로를 잃어 힘든 상황이다.

그럼 보통 사람들처럼 공판장에 내면 될 것이 아닌가?

보통 그렇게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연과 특별한 이유가 있다. 보통 배는 크기가 큰 것을 선호한다. 7.5kg이라고 하면 10개 내외의 크기이며 이 정도 크기를 좋아한다.

보기에 큰 것이 좋아 보이고 제수용으로 쓸 때 폼도 나기 때문에 경매를 하는 경우 큰 것과 작은 것의 가격 차이는 5-6배가 된다. 더불어 황금배는 일반적인 배 색깔도 아니며, 특히 수출용 배는 7.5kg 기준 15개~ 20개 정도로  보통 사과 크기 정도로 자그마한 크기다.

그래서 이것을 공판장에 가져 가면 그야말로 똥값이 된다. 수출을 할 때는 그 크기가 큰 것보다 더 높은 가격을 준다. 미국 소비자의 선호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수출을 위해 국내 선호가 아닌 수출 선호도에 맞춰 배를 키웠다.

그럼 과연 작은 것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가?

배는 최근 들어 인기가 많이 추락했다. 과거에는 고급 과일로 사과보다 항시 비싼 가격을 유지했지만 최근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더불어 배를 자꾸 크게 키우다 보니 핵가족화된 요즘 같은 시대에 배 하나를 먹으려면 2-3명이 모여야만 한 개를 다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점점 큰 배가 되었다.

사과는 대개 깎아서 혼자 먹지만 배는 깎아서 혼자 먹기 불편하기도 하고 때론 힘겹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배 소비가 줄어들게 되고, 결국 크게 키워 더 높은 가격을 받기를 원했지만  덩달아 소비까지 줄어들며 가격이 하락하는 결과에 이른 것이다.

검은별처럼 무늬가 생긴다고 해서 붙은 이름 흑성병은 배가 걸리는 병중 흔한 병중에 하나다.
▲ 흑성병 검은별처럼 무늬가 생긴다고 해서 붙은 이름 흑성병은 배가 걸리는 병중 흔한 병중에 하나다.
ⓒ 참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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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누구의 잘못인가?

이것이 바로 직거래가 필요한 이유다. 소비자들은 결코 큰 배를 원하지 않는다. 배를 직접 팔아보면 무게는 같은데 크다는 이유로 비싼 값을 지불하려는 사람은 선물용이나 제수용으로 구입하는 사람뿐이다.  집에서 먹을 과일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적당한 크기의 맛좋은 과일을 원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과일은 제삿상 위에서가 아닌 사람들이 먹어서 소비된다.

과일의 크기가 맛에 영향을 주는가?

참거래농민장터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과일을 시식해 본 결과, 아주 작은 기형과가 아니라면 맛의 차이면에서는 크게 차이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작아서 먹기 불편 할 수는 있다.  그래서 작은 것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면 정말 불티나게 팔려 나간다. 그리고 생산농가도 크게 키우기 위해 불필요한 성장호르몬제를 주지 않아도 된다. 나무 역시 가지가 부러질 정도로 큰 과일을 달고 있지 않아도 된다.

그럼 검역관에 걸린 배의 흑성병은 어떤 것인가, 신종 플루처럼 무서운 것인가?

흑성병은 검은별 무늬병이라고 하는데 일종의 세균감염이라고 할 수 있고 배가 이 균과 싸우는 과정에서 검은별 모양의 무늬가 남으며, 이것을 흑성병이라 부른다. 흑성병이 가장 많았던 때가 태풍 매미 때였다. 올해도 지난 7월에 비가 집중적으로 장기간 내리면서 다습한 상태가 되어 흑성병 피해가 발생한 곳이 많았을 것이다.  배에 있어 흑성병이란 가장 흔한 감기같은 병이며, 대부분의 배 농장엔 흑성병에 걸린 배들이 있다.

잔류농약이 없어 껍질째 먹어도 안심~~

미국으로 수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잔류농약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그러려면 적어도 수확 2개월 전에는 농약을 주지 않는데 농약을 적게 주다 보니 흑성병의 피해도 생긴 것이다.

"배는 큰 것이 좋다!" => 작은 것도 좋다

이 배는 크기가 작다.  성장호르몬제를 전혀 주지 않았고 서구인들이 선호하는 크기로 키웠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큰 배를 좋아하지만  캐나다나 미국에서는 현재 공급하는7.5kg 15-20과 사이의 배를 최상급으로 치고 좋아한다.

"집사람과 함께 시름에 잠겨 있는 모습을 보고 위로를 하게 되었고 배나무밭 현장에 가서 보니 배나무가 병이 난 것도 아니고 검은 점이 나뭇잎에 간혹 찍혀 있습니다. 멀쩡한 배를 수출할 수 없다기에 참거래 농민장터 농부sos가 생각나서 부탁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 서재만 농부를 도와 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배나무에 농약살포 제때 못한 것 때문에 과일은 멀쩡한데 배나무 잎에 검은 점 몇 개 있다고 수출을 할 수 없다는 통보에 큰 시름에 빠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전화가 오가고 샘플로 보낸 배가 사무실에 도착했다.

예상했던 대로 배는 사과 크기였다. 황금배는 3년 전부터 직거래 판매를 해왔던 품종이라 익히 맛을 알고 있다. 소비자들이 몰라서 그렇지 구입 해본 소비자들은 꼭 다시 찾는, 물 많고 맛좋은 품종이다.

맛을 보니 특유의 새콤한 맛이 난다. 하루 이틀 냉장고에 넣어두면 맛이 아주 좋아진다.
다음날 먹어보니 어제와는 다르게 새콤함보다는 달콤함이 깊어졌다. 냉장고에 넣었다 시원하게 먹으니 더욱 맛이 좋다.

껍질이 얇아서 껍질째 그냥 먹어도 맛이 좋다. 껍질을 깎을 필요도 없으니 편해서 좋고
크기가 적당하니 1~2명이 먹을 수 있다. 아삭아삭 베어먹어도 사과처럼 단단하지 않으니 누구도 쉽고 편안하게 먹을 수 있다.

시원한 맛이 일품인 황금배
▲ 황금배 시원한 맛이 일품인 황금배
ⓒ 참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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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작은 배들은 껍질이 얇고 신고도 작은 것은 껍질째 먹어도 맛이 좋다. 더욱이 황금배는 껍질은 얇은데다 크기도 적당하니 얇은 껍질을 깎는 수고를 할 필요도 없다. 잔류농약이 남아 있지 않고 성장호르몬제를 주지 않은 배니 더욱 좋다. 우수농산물(GAP)인증을 받은 배로 맛과 품질은 따로 강조하지 않아도 된다.

가격도 저렴하다. 수출을 했다면 3만5천 원 이상은 받았겠지만 수출이 막히고 힘들어 7.5kg(15-20과) 14,700원으로 낮춘 가격에 무료배송으로 공급한다. 참거래농민장터의 농부SOS에서 공급하기 시작한 지 2-3시간 만에 100여 상자가 팔려나갔다.  이것은 기존 회원이 구매 한 것이지만 2천 상자를 모두 회원에게만 팔기엔 역부족이다.

이번 추석엔 황금배를 구입해보자.

소비자들은 저렴하게 추석 선물을 마련할 수 있어 좋고 농부는 시름을 덜어서 좋다.  보통 먹던 배와 달라서 독특한 선물이 될 수도 있다.  크기가 좀 작아서 큰 것만 제수용으로 사용하는 곳이라면 별도로 큰 것을 하나 구입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물이 많고 달콤하며 시원한 맛이 일품이라서 누구라도 좋아할 수 있는 배, 바로 황금배다.

지금 그가 팔아야 하는 배는 모두 2천 상자 정도다.  매일매일 수확해서 농장에서 바로바로 배송한다. 추석선물이 필요하다면 수출길이 막혀 시름에 잠겨 있는 서재만 농부의 SOS농산물을 구입하면 어떨까?

윤리적인 소비는 이런 데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참거래농민장터(www.farmmate.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추석, #선물, #배, #황금배, #참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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