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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부지 아들의 국방의무가 시작됐다. 사랑하는 아들을 논산훈련소에 맡기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린 지도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다. 항시 철부지 어린애로만 생각했던 녀석이 어느덧 장정이 되어 대한민국의 청년이라면 자랑스럽게 가야 하는 국방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입영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지만, 참으로 자랑스럽고 대견스러웠으며 고마웠다.

난생 처음 진짜 총을 지급 받았을 것이고 지금쯤이면 어느 정도 적응도 하면서 몸에 어색하기만한 전투복과 전투화 그리고 철모를 쓰고 한두 번 불침번도 섰을 법 하고, 힘들게 발뒤꿈치를 붙이고 부동자세로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충성구호를 외치며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그리고 가끔씩 떠올리는 나의 군대시절이 다시금 떠오른다.

그러니까 벌써 32년 전 일이지만 작렬하는 태양 아래 아마도 지금의 아들보다 많이 열악한 환경 속에 지옥의 생활이라는 4주의 가입교를 거쳐 생도생활을 시작으로 24년 동안의 군복과 인연을 맺었고, 지금도 그 4주의 혹독한 기간이 내 인생의 시험대였었고, 인내심의 한계를 극복하는 값진 경험이었다. 아무리 험하고 어려운 일을 만나도 그때를 생각하면서 자신감과 힘을 얻고 있듯이, 아들에게도 훈련소의 기간은 인생에서 돈으로 계산 할 수 없는 참으로 값지고 엄청난 인생의 활력소가 될 것이며, 그곳에서의 생활은 사나이들의 소중한 추억으로 죽을 때까지 두고두고 이야기를 하면서 삶의 밑바탕에 자리 잡게 될 것이라 생각 든다.

입소식 전, 입소자가 함께 함여하는 한마음음악회를 통하여 입소자와 가족들에게 편안함과 긴장감을 해소시켜주었다.
▲ 한마음음악회 입소식 전, 입소자가 함께 함여하는 한마음음악회를 통하여 입소자와 가족들에게 편안함과 긴장감을 해소시켜주었다.
ⓒ 김창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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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행사를 하던 날. 참으로 많이 변모해 있는 병영의 분위기에 잔잔한 감동을 받았다. 입영 전 음악회도 그랬고 교육관의 전시도 좋았으며 특히 단상에서 내려와 연병장에서 훈시하시던 연대장님의 훈시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어느 지자체의 축제현장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짜임새 있고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입소를 앞둔 입영 당사자들과 가족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매우 편안하게 해주려는 노력이 물씬 풍겨나는 음악회 행사. 그리고 그들에게 참가를 유도하여 함께 어우러짐으로 인해 훈련소의 선입견을 말끔히 씻겨주고 입영이 구속이 아닌 축복의 장임을 대변해 주는 듯했다.

교육관의 전시관에는 여러가지 병영관련 내용들이 전시되어있다.
▲ 전시관 교육관의 전시관에는 여러가지 병영관련 내용들이 전시되어있다.
ⓒ 김창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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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전시관은 동행한 가족과 친지들에게 과거와 변모된 현재의 병영생활을 한눈으로 느낄 수 있도록 입체적으로 일목요연하게 전시함으로써 다소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 일조를 하고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입소식에서의 연대장의 훈시는 단상이 아닌 입소자들과 같은 연병장에 내려와서, 입소자들이 아닌 가족과 친척 동반자들을 향하여, 훈시가 아닌 인사와 격려의 내용으로, 사랑하는 자식들을 남겨놓고 다소 편안하고 안심하게 발걸음 돌릴 수 있도록, 자신감과 함께 이어갔으며, 관람석의 곳곳에 설치해놓은 모니터를 통하여 영상으로라도 가까이에서 전하고픈 편의시설 등에서도 병영의 분위기는 선진화되고 있음에 틀림이 없었다.

입소식을 마치고 마지막 순서로 분열을 하면서 가족들과 아쉬운 이별을 하게 된다.
▲ 입소자들의 분열 입소식을 마치고 마지막 순서로 분열을 하면서 가족들과 아쉬운 이별을 하게 된다.
ⓒ 김창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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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순서인 분열을 통하여 작별을 고하는 행진에서는 석별의 아쉬움에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가에 손수건을 갖다 대는 가족들도 많이 눈에 띄었지만 그 많은 입소자들 속에서도 기막히게 아들들을 찾아내는 어머니들의 모성애는 인류 최대의 아름다움이 아닐 수 없다. 
하여튼 이러 저러한 분위기에서의 교육훈련은 아들에게는 어쩌면 행운이라는 이야기도 해주고 싶다.

다소 굳어 있는 얼굴에 말하지 않았어도 우리 내외는 알고 있었다. 아들의 내면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막연한 두려움과 잘 해낼까하는 걱정근심, 그리고 호기심과 자신감 등을. 원하면 자고 싶은 대로 실컷 늦잠도 자고, 밥도 먹고 싶을 때 아무 때나 먹고, 양말도 속옷도 아무 데나 훌쩍 던져놓고, 밤늦도록 마음 놓고 컴퓨터도 하고 하던 자유분방한 생활에서, 하루아침에 규율과 질서 속에 정돈된 일상과 내무생활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일이기에 두려움과 걱정이 앞서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전국 방방곡곡에서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나이들이 한곳에서 만나 하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각종 교육과 훈련을 통하여 인격과 체력을 배양하고, 기술을 연마하고, 내무생활을 통하여 협동과 단결 전우애를 알게 되고, 극한 상황에서의 자신의 인내심과 체력의 한계를 느껴보기도 하고, 예전에 생각해보지 못했던 국가와 민족에 대한 충성과 애국을 생각하는 등의 생활 속에서 자신의 두려움과 걱정, 근심 등은 어느덧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청년에서 사나이로 변모해줄 것으로 의심치 않는다.

특히나 모든 부모가 그렇게 생각하듯이 내 자식에게도 남다른 인내심과 남을 배려하는 희생정신, 그리고 도덕심과 양보심이 많기에 그것이 녀석에겐 큰 자산이고 힘이고 능력인 것이며 어떠한 힘들고 어려움이 닥쳐도 능히 극복해 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집으로 돌아온 우리 내외는 당분간 아들 녀석의 방을 그대로 놔두기로 했다. 어질러진 책상 위도, 무질서한 책꽂이도, 아무렇게나 걸려 있는 옷걸이도, 그리고 퀴퀴한 머스마 냄새까지도.

아내와 함께 컴퓨터 앞에 놓인 아들의 초등학교 졸업앨범을 보았다. 아마도 입소 전날 저녁 늦게까지 컴퓨터를 이용하여 자기의 군입소를 포함하여 앞으로 못할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친구들과 나누기에 바빴을 것이다. 장래희망에 경찰이라고 써 있는 것을 보면서 어쩌면 꿈을 향한 첫 단추에 도전하고 있다는 이야기와 잘 해낼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누었다.

어릴 때부터 군아파트에서 자란 아들은 군인보다는 경찰이나 소방관이 되겠다고 하더니 어느 날 의경에 응시하였고, 그리고 얼마 후 "아버지 의경에 합격해버렸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벨을 울렸고  그 메시지는 지금도 나의 핸드폰 한쪽에 자리 잡고 있다. 훌륭한 경찰이 되길 소망하면서...

세상은 참으로 많이 변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아들이 훈련소에 입소 후 인터넷을 통하여 육군훈련소라는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다. 여러 가지 궁금한 사항들을 비교적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었으며 편지쓰기 코너가 있어서 글을 보내기도 했다.

꿈은 꾸기만 하면 꿈에 불과하지만 꿈을 향하여 도전하면 그 꿈은 곧 자기의 것이 된다고, 인생은 왕복표가 없고, 예선전이 없기에 많은 사람들이 후회와 아쉬움을 많이 한다고, 어쩌면 꿈의 시작인 너의 훈련소 생활이 알찬 삶의 시작이 되길 기대한다고, 딱딱하고 멋없는 아버지로부터 멋진 아들로 성장해줘서 고맙다고, 그리고 훈련기간 동안 생활을 즐기는 지혜와 함께 건강하고 믿음직한 대한민국 수호의 건아로 성장하여 자랑스러운 나의 아들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가을햇살이 너의 훈련장을 훈훈하게 비쳐주길 소망하면서 건투를 빈다고 마무리하는 편지를 보냈다.

아마 오늘이나 내일쯤이면 아들이 입고 간 옷가지들이 소포로 집에 배달 될 것이다. 그러면 어쩌면 아내는 어느 어머니들처럼 꾹꾹 참았던 눈물을 흘릴지 모른다. 그리고 전화할 것이다. 소포가 도착했다고, 편지도 들어 있다고,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써 있다고...

덧붙이는 글 | 꿈이 경찰이라고 말하던 어린 꼬마가 의경으로 국방의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꿈을 실현하기위한 첫 발자국인지도 모를 아들의 앞길을 축복하면서 글을 씁니다.



태그:#KIMCM508, #논산훈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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