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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이 가을을 재촉한다. 오감으로도 느껴지는 계절의 변화로 들판에 곡식이 익고 바다에는 철따라 몰려든 제철고기가 더욱 풍성해지는 요즘이다. 특히 남해 먼 바다에 찾아온 반가운 손님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삼치(sam chi)다.

9~10월 이맘때 제철고기는 "삼치가 최고"

낚아 올린 삼치가 얼음이 든 아이스 박스에 채워지고 있다.
 낚아 올린 삼치가 얼음이 든 아이스 박스에 채워지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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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치는 고등어과에 속하는 등 푸른 생선으로 DHA가 풍부해 치매, 고혈압, 심장병 예방, 항암, 학습능력 향상에 좋다고 한다. 특히 9~10월부터 이듬해 봄까지 제철로 이때 잡은 것이 가장 맛이 좋다. 삼치는 몸길이가 최대 1m로 7.1kg까지 성장하는데 주로 남, 서해안에서 많이 잡힌다. 이곳 전라도 지역에서는 삼치를 고시라고도 하는데 크기에 따라 맛이 다르듯 정통 삼치는 1m이상의 크기로 자라야 삼치로 인정된다. 마치 썩어도 준치(준어)라는 말이 있듯이 전어가 자라야 비로소 준어로 불리우듯 말이다.

멸치 떼가 한창인 지금 먹이사냥을 위해 회유하는 길목에 어슬렁거리는 삼치떼는 해 뜨기 전 아침과 해진 직후 저녁 녘에 왕성한 먹이활동을 하기 때문에 삼치 잡이는 이때가 피크다.

결혼 예물 전부 팔아 삼치마구리(삼치어장) 꾸민 아버지

삼치를 잡기위해 어장을 끌고 있는 삼치잡이 어선의 모습
 삼치를 잡기위해 어장을 끌고 있는 삼치잡이 어선의 모습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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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어촌인 나에게 바다는 많은 추억과 사연을 남겼다. 그 중 한 켠을 차지하는 것은 다름아닌 삼치잡이에 관한 아버지의 이야기다.

어릴 적 아무것도 물려받은 것이 없이 맨손으로 인생의 터를 닦으신 아버지는 우리 형제 7남매를 이곳 바다에서 키웠다. 바다에서 고기를 잡아 그것으로 쌀과 옷을 사고 자식들을 키우며 공부도 시켰다. 지금이야 배가 잘 만들어져서 어촌에 부부가 배를 타는 것이 흔한 일이 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부부가 배를 타기에는 환경이 정말 열악했다. 하지만 부모님은 7남매를 키우느라 고기를 잡으며 이곳 바다에서 한평생을 살다시피 했다.

삼치잡이로 돈을 많이 번다는 소문을 듣고 아버지는 어머니를 설득해 결혼 반지와 시계 등 예물을 전부 팔아 삼치낚시 채비를 장만하셨다. 이렇게 장만해 만든 어장으로 삼치를 잡으러 바다에 갔지만 생각보다 큰 재미를 거두지 못했다. 이후 삼치 채비만 보면 어머니께 구사리를 들었지만 아버지는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 때문인지 돌아 가시기 전까지 철따라 삼치를 잡아다 밥상을 즐겁게 해 주셨다. 부모님의 예물과 맞바꾼 사연 때문인지 그때의 삼치 맛은 지금도 잊을 수 가 없다.

소리도 안도앞 남해 먼바다 "삼치잡이 출격"

삼치가 많이 잡힌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지난 9일 형님들과 삼치잡이 공략에 나섰다. 해가 뜨기 전 아침 물때를 맞추기 위해 새벽 4시반에 일어났다. 삼치를 잡기 위해 며칠 전부터 준비를 했고 이른 새벽 얼음을 가득 싣고 출항을 하였다. 모터보트는 하얗게 부서지는 물살을 뒤로 하고 검푸른 어둠 속 바람을 가르며 한참을 쏜살같이 질주했다.

삼치잡이를 가는 도중 금호도 배다여 앞에서 본 일출 모습
 삼치잡이를 가는 도중 금호도 배다여 앞에서 본 일출 모습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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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아 일출이다. 해가 뜬다. 해 뜨는 모습 좀 봐라!"

바다 선상 위에서 맞는 일출광경은 무인도와 등대를 사이에 두고 해가 솟았다. 저절로 감탄사가 연발했고 기회를 놓칠세라 자연의 신비감은 여지없이 카메라에 클로즈업 되었다.

우리가 달려간 곳은 여수에서 남쪽으로 34km떨어진 안도와 소리도(연도) 해상이다. 그곳은 일기예보 위치상 먼 바다에 속하기 때문에 항상 바람과 파도가 아이 젖 먹듯 잦다.

이곳은 예로부터 고기들이 살기 좋은 천혜적인 기후조건 탓에 '물 반 고기 반' 이라는 말의 원조가 여기에서 났을 만큼 풍성한 어종을 자랑하는 곳이다.

남해 먼바다인 소리도 안도 해상에서 삼치배들이 삼치를 낚고 있다.
 남해 먼바다인 소리도 안도 해상에서 삼치배들이 삼치를 낚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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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치잡이를 하고 있는 부부가 삼치를 낚시를 걷어 올리고 있다.
 삼치잡이를 하고 있는 부부가 삼치를 낚시를 걷어 올리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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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앞에서 삼치찹이를 하고 있는 어부가 삼치를 잡는 도중 손을 흔들고 있다.
 안도앞에서 삼치찹이를 하고 있는 어부가 삼치를 잡는 도중 손을 흔들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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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삼치를 낚기 위해 몰려든 배들은 이쪽 저쪽 바다에 널렸다. 큰 배, 작은 배 할것없이 삼치를 낚느라 여념이 없다. 혼자인 배도 있고, 부부가 삼치를 낚는 모습도 눈에 띈다. 그 중 우린 삼치낚시에 잘 어울리지 않는 레저용 보트로 3명이 승선해 주위 어부들의 눈길을 끌었다. 한 사람은 키를 잡고, 또 한 사람은 낚시채비를 맡아 본격적인 삼치잡이 시작.

낚시 채비는 40~50m의 원줄에 15cm 간격으로 납이 묶여있고 이후 5m 간격마다 새미줄에 8개의 바늘이 묶여 있다. 삼치 전용낚시는 날카롭게 생긴 낚시 바늘에 고기처럼 생긴 붉은 막대기가 달려 있는데 주로 어구를 파는 선구점에 있다. 삼치를 잡기 위해 채비를 바다에 던지고 시속 20여 킬로미터 정도로 배를 끌고 다니면 낚싯바늘이 뺑글뺑글 돌아 마치 고기가 날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삼치를 유인하는 채비가 삼치 낚시다.

육식성이 강한 맹수 기질을 가진 삼치는 워낙 포식성이 강하기 때문에 날아가는 고기를 보면 그냥 바로 덮쳐 사냥을 한다. 고기인줄 알고 쫓아와 먹이를 물었을 때는 낚시가 아가리에 박혀 그대로 잡히고 만다. 이런 식으로 채비를 끌고 다니면 삼치가 많이 나는 운좋은 날에는 낚시를 묶은 만큼 고기를 잡을 수 있는데 만선의 기쁨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또한 선상에서 잡는 삼치낚시는 무엇보다 채비를 잡는 사람의 감이 좋아야 한다. 많은 납이 묶인 원줄은 끌고 다닐 때 무거워서 감을 모르는 사람은 고기가 물었는지 안 물었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고기가 물었는지 파악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드륵드륵 툭툭 치는 삼치잡이 "손맛도 최고"

삼치낚시에 문 삼치가 물살을 가르며 올라오고 있다.
 삼치낚시에 문 삼치가 물살을 가르며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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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치를 낚아 올린 형님이 삼치를 잡고 낚시를 풀고 있다.
 삼치를 낚아 올린 형님이 삼치를 잡고 낚시를 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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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비를 넣고 얼마쯤 배를 몰고 다녔을까 삼치가 물었다는 청신호가 왔다. 형님이 재빨리 낚싯줄을 당기기 시작했다. 한참을 끌어 올리니 드디어 기다리던 삼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힘좋게 생긴 삼치가 하얀 뱃살을 드러내며 펄떡펄떡 거린다.

"심 봤다! 삼치 봤다!"
"야~호, 삼치다 삼치!"

8개의 낚시 중 3마리가 연이어 올라왔다. 씨알은 제법 굵다. 어장을 다시 놓고 계속 끌고 다녔다. 또다시 삼치가 물려 올라왔다. 힘좋은 삼치의 손맛 때문에 갯바위에서 잡는 낚시의 손맛과 차원이 다르다.  옆에 있는 배들도 삼치를 낚아 올리는데 이곳에 삼치떼가 형성된 모양이다.

이렇게 삼치를 잡으며 2~3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어느새 아침 물때가 지난 듯 하다. 배를 돌려 선착장에 도착해 민박집을 하는 이웃 삼촌의 평상에서 막 잡은 삼치를 썰었다. 삼치는 성질이 급해 올라오자 마자 죽기 때문에 올라온 채로 바로 바닷물과 혼합된 얼음칸에 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급속냉동을 해야 살이 쫀득쫀득하기 때문이다.

즉석에서 썰은 삼치회의 맛은 어떤 맛일까?
 즉석에서 썰은 삼치회의 맛은 어떤 맛일까?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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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바로 잡아 썰어 먹은 삼치는 어떤 맛일까? 그날 먹은 삼치의 맛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하여튼 그날 술과 곁들인 삼치회를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하여간 겁나게 맛있어. 삼치 맛이 아주 입에서 살살 녹는다, 녹아."


태그:#삼치, #삼치잡이, #삼치회, #남해먼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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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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