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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편히들 주무셨습니까?
저는 정말 한숨도 못잤습니다.

피곤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자정을 넘긴지 20여 분이 지난 뒤 그분이 또 오셨습니다. 하루종일 일가친척들이 현관을 들락날락하고, 어린 조카까지 현관과 거실 사이의 미닫이문을 열 능력이 생겨 집안으로 사람을 따라 모기들이 들어온 것입니다.

그 지독하다는 가을모기 몇 마리가 방안으로 들어왔고, 이불을 푹 뒤집어써도 머리 위를 저공비행으로 선회하며 귀찮게 하길 반복했습니다. 모기의 낮은 날개소리에 신경이 거슬려 더듬더듬 안경을 찾아 불을 켜고, 부채를 들고 방안에 남은 그 자취를 찾아봤지만 쉽게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잠든지 얼마되지 않아 깨고 말았다. 그분이 오셨기 때문이다.
 잠든지 얼마되지 않아 깨고 말았다. 그분이 오셨기 때문이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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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래잡기라도 하고 싶은지 그 날렵함과 민첩함에 한참을 서성이다 결국 옷장 틈새에 숨은 모기를 발견하고 '탁'하고 잡아버렸습니다.

그리고 다시 잠이 들었는데, 새벽 3시쯤인가 두 번째 모기가 또다시 귀찮게 '애애앵' 거렸습니다. 그 소리에 발뒤꿈치와 곳곳이 가려웠고 참다 못해 모기를 쫓으려 허공에다 손을 휘저었더니 검은 모기가 손길질에 맞고 이불에 추락해 있더군요.

그렇게 두 번째 가을모기를 퇴치한 뒤, 새벽 5시가 넘어서는 세 번째 모기에 입술까지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자다가 입술이 이상해 봤더니 이불 사이로 나온 얼굴의 입술 그것도 아랫입술을 물고 만 것입니다.

입술은 퉁퉁 부었고 그 모습에 기가 차 다시 불을 켜고 모기를 찾았더니, 배를 채운 모기는 방문에 딱 달라붙어 있었습니다.

잠결에 안경을 찾아 쓰고 부채로 모기잡기를 새벽내내 했다.
 잠결에 안경을 찾아 쓰고 부채로 모기잡기를 새벽내내 했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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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금살금 다가가 부채로 탁하고 치니 뻘건 피를 보이며 마지막 모기는 방에서 사라졌습니다. 결국 밤새 3마리의 모기 때문에 제대로 잠도 못자고 뒤척거리길 반복했습니다.

짜증나는 잠자리를 털고 일어나니, 거실에서 주무신 아버지와 어머니도 가을모기에 사달렸다고 하시더군요. 평생 모기를 안잡는 아버지조차 베개로 모기를 쫓았지만, 그 작은 모기들을 잡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 더운 여름에도 시달리지 않던 모기를 선선한 가을에서야 만나 괴롭힘을 당하고 있으니 어찌 해야할지요? 몸에 좋지 않은 모기향을 피우든 모기장을 치든 해야할 것 같습니다. 이러다간 새벽잠은 정말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겠거든요.

또 모기에게 허락도 없이 입술을 빼앗기기도 싫습니다. 흑흑...

가을모기야! 제발 잠 좀 자자!!
 가을모기야! 제발 잠 좀 자자!!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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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모기, #새벽잠,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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