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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중심행정타운 예정부지. 계획대로라면 2012년 까지 국무총리실을 비롯한 여러 중앙행정부처가 들어서야 하지만 썰렁하다. 사진의 오른쪽 타워크레인이 있는 곳이 국무총리실 공사현장이다.
 세종시 중심행정타운 예정부지. 계획대로라면 2012년 까지 국무총리실을 비롯한 여러 중앙행정부처가 들어서야 하지만 썰렁하다. 사진의 오른쪽 타워크레인이 있는 곳이 국무총리실 공사현장이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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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첫마을 사업지구 기반공사가 한창이다.
 세종시 첫마을 사업지구 기반공사가 한창이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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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후 세종시 원수산 아래 자리한 충남 연기군 남면 양화리.

정자나무 아래 10여 명의 주민들이 모여들었다. 귀동냥을 하러 간 기자에게 오히려 귀동냥을 듣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의 '세종시 재검토' 발언 이후 뉴스의 단골메뉴로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가 오르내리자 궁금증이 턱까지 차오른 탓이다.   

"어찌 되는 겨? 세종시 안 한다는 겨?"

기자임을 밝히자마자 주민들이 연신 물음표를 던진다. "글쎄요"만 연발하는 기자에게 더 들을 게 없음을 감지한 주민들의 탄식이 터져 나왔다.

"뭔가 이상하다 했어. 지금쯤이면 공사가 한창 진행됐어야 하는디 어영부영하더라구..."
"총리도 되기 전에 세종시를 한다 안 한다 하는 겨. '멍청도'라고 소문이 나노니께 이번에도 아무 소리 안 하고 가만히 있을 줄 알았나 벼."  

한 주민이 남면 종촌리 쪽을 가리켰다.

"저기가 정부청사가 들어선다는 자리인데 두 달 내내 국무총리실 짓는다고 크레인인가 뭔가만 세워놓은 게 전부여. 행정도시 할 맘이 있으면 저렇게 세월아 네월아 하겄어?"

당초 160가구에 이르던 마을은 정부 보상을 받은 후 하나 둘 떠나 이제 90여 가구만이 남아 있다.

"행정도시 들어서면 벌어먹을 일자리나 생길라나 했더니..."

또 다른 주민이 얼른 말을 받는다.

"틀렀시유... 생전에 행정도시 보겄시유?"

2012년 이전기관 중 '국무총리실'만 공사, 나머지 기관은?

세종시 내에서 이전 대상 행정기관 중 건축 공사가 진행중인 곳인 국무총리실 (가운데 크레인이 서 있는 곳) 뿐이다.
 세종시 내에서 이전 대상 행정기관 중 건축 공사가 진행중인 곳인 국무총리실 (가운데 크레인이 서 있는 곳) 뿐이다.
ⓒ 윤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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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전경이 한눈에 내려보이는 남면 종촌리에 있는 세종시 밀마루 전망대에 올라 보았다. 예정지역 곳곳에 부지 조성공사를 위해 터를 파헤쳐 놓았다. 하지만 중심행정타운 내 공사를 위해 타워크레인이 서 있는 곳은 국무총리실 예정 부지가 유일했다. 주거 등 생활권 예정지에서도 타워크레인이 서 있는 곳은 첫 마을 예정지가 유일했다.

도시건설은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일까?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계획한 당초 사업계획에는 2012년까지 국무총리실과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 국토해양부, 환경부, 농림부 등이 이전하는 것으로 돼 있다.  나머지 행정기관도 2014년까지 이전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계획대로라면 건축공사가 한창이어야 하지만 국무총리실 외 나머지 부처의 공사는 전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주거단지 공사도 마찬가지다. 첫 마을 아파트는 분양이 내년으로 연기됐다. 주거시범단지는 12개 건설사들이 중도금 납부를 거부해 중단됐다. 원주민 이주대책 또한 용도별 택지분양을 계획하고 있는 단계다. 첫 마을과 시범생활권 예정지의 주민입주 시기가 슬그머니 2012년으로 2년 간 연기된 것.

첫 마을 아파트 분양 내년으로 또 '연기'

세종시 예정부지내 마을주민들
 세종시 예정부지내 마을주민들
ⓒ 윤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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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주변에 거주하는  마을주민들
 세종시 주변에 거주하는 마을주민들
ⓒ 윤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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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추진의지가 의심받으면서 원주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생활보호대상자라 정부지원을 받았는디, 토지보상금 조금 받았다고 혜택이 딱 떨어졌지. 보상금 받은 거 까먹고 살고 있지 뭐."

"자전거가 빵구나도 고칠 곳이 없어. 어디 점심 한 그릇 사 먹을 곳도 없고. 이주단지 들어설 때까지는 여기서 살아야 허는디... 연기군청에서는 이제 세종시 땅이라고 신경도 안 써."

"행정도시 안 오면 갈 곳도 없고 살 방도도 없어. 이제 와서 자식놈들한테 의지할 수도 없고..."

"보상금? 그거 갖고 어디 가서 전세살이나 할까... 받아보니 아무것도 아녀..."

실제 2008년 말 기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조사한 보상금액대별 소유자 분포현황에 따르면 전체 1만 1587명 중 3억 원 미만 보상을 받은 사람이 73.3%에 이른다. 5천만 원 이하 소유자가 31.3%로 가장 많고, 5천만 원에서 1억 원 미만도 17%를 차지하고 있다.

세종시에 대한 부정론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세종시 예정부지에 포함된 충북 청원지역(2개면 11개 마을) 일부 주민들은 "세종시가 충남에 예속된 자치단체로 전락해가고 있는 마당에 청원지역을 편입시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세종시 편입지역에서 빼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중앙부처가 원래 계획대로 세종시로 이전할 경우에 한해 세종시 편입에 찬성한다"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기관 이전 규모 확정 급선무"... 정부는 차일피일 미루기

분권균형발전전국회의와 4대강사업저지범대위 회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정운찬 총리 내정자의 행정도시 수정 추진 및 4대강 죽이기 사업 지지 발언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정 내정자의 세종시 관련 주장 철회와 4대강 사업 중단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분권균형발전전국회의와 4대강사업저지범대위 회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정운찬 총리 내정자의 행정도시 수정 추진 및 4대강 죽이기 사업 지지 발언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정 내정자의 세종시 관련 주장 철회와 4대강 사업 중단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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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군 남면 종촌리 밭에서 만난 임아무개씨는 "이렇게 되면 몇 년 내 세종시는 죽음의 도시가 될 것"이라며 "국가가 꼭 필요하다고 하는 사업이 아니라 정치권이 표를 의식해 하고 있으니 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세종시는 절대 안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지역주민들과 정치권은 몇 개의 정부기관을 세종시로 옮기느냐가 핵심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전하기로 한 정부기관이 오지 않으면 어떤 기관도 관심을 두지 않는 만큼 정부기관 이전 규모를 확정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주장이다.  

지역 시민단체와 민주당 및 자유선진당은 당초 약속한 원안대로 9부2처2청 전부를 2014년까지 이전하도록 정부가 이를 고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행정도시 이전대상기관을 특별법에 명시하는 법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반면 한나라당 내에서는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전기관 축소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정부이전기관 고시를 놓고 물타기를 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장관까지 나서 올 상반기까지 이전기관 고시를 약속하고도 이를 계속 미루고 있다.   

홍석하(44) 세종시 정상추진 연기군 주민연대 사무국장은 "행정기관 이전 고시 없는 세종시 원안추진 약속은 모두 빈말이며 공염불"이라며 "법령에 명시된 이전기관 고시를 미루는 것은 세종시를 축소하려는 청와대 및 정부의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나라에서 하라는 대로 하면 손해... 못 배워 촌구석에서 사는 게 죄"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시절(2007년) 세종시를 방문해 세종시 원안추진과 함께 자족도시를 위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기능 추가를 약속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시절(2007년) 세종시를 방문해 세종시 원안추진과 함께 자족도시를 위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기능 추가를 약속하고 있다.
ⓒ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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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국장은 이어 "2008년 행복도시건설청 예산 중 중앙행정기관 및 시청사 건립예산 등 400억 원이 광역교통시설 토지매입비와 연금지급금으로 전용됐다"며 "행복도시 핵심사업인 정부청사건립 사업을 할 의지가 없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명확한 태도를 밝힌 청와대지만 세종시에 대해서는 아직 말이 없다. 행정안전부 또한 "행정기관 이전만으로는 자족적인 도시기능이 미흡하다는 판단 아래 보완 방안을 마련하기로 결정하고 관계 부처 간 협의를 벌이고 있다"며 원안(9부2처2청) 그대로의 이전고시를 미루고 있다.  

연기군 남면 나성리에 들어서자 몇몇 주민들이 막걸리를 들이키며 늦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정 안 되면 '딱지'(생활근거지를 잃어버린 주택소유자나 세입자에게 이주대책으로 주어지는 택지)나 팔까 했는디 그것도 글렀구먼. '딱지'값이 처음엔 1억 2천만 원씩에 호가되더니 8천만원 하다 지금은 3천만 원도 안 준다고 하대. 그나마 거래도 뚝 끊겼고..."

"그런 거 보면 서울 사람들이 행정도시 안 온다는 거 먼저 알고 앉아있는 겨. 나라에서 하라는 대로 하면 손해나 보지 이익 볼 때가 있었능가. 못 배워서 촌구석에서 멍청도 소리 들으며 사는 게 죄지."


태그:#세종시, #행정도시, #행정기관 이전, #청와대, #행정안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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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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