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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경기도지사(왼쪽)와 이완구 충남도지사. 김문수 지사의 "세종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은 말뚝 중 제일 잘못된 말뚝"이라는 발언에 대해 이완구 충남도지사는 "개념도 모르면서 개인 의견을 불쑥불쑥 말한다. 경기도 일이나 제대로 하라"고 반발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왼쪽)와 이완구 충남도지사. 김문수 지사의 "세종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은 말뚝 중 제일 잘못된 말뚝"이라는 발언에 대해 이완구 충남도지사는 "개념도 모르면서 개인 의견을 불쑥불쑥 말한다. 경기도 일이나 제대로 하라"고 반발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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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세종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은 말뚝 중 제일 잘못된 말뚝"
경기도-황우석 박사 '형질 전환 복제돼지 생산에 관한 공동연구 협약' 체결
경기도, 교육국 신설 조례개정안 입법 예고

최근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움직임이 여론을 들끓게 하고 있다. 발언 하나하나가 논란이 되고, 반발이 쏟아진다. 그런데 경기도 주민인 나조차도 그의 '경기도 사랑'이 별로 달갑지 않다.

성실하고 의욕적인 국회의원이었던 김문수

김문수 지사는 성실하고 의욕적인 정치인으로 알려져 왔다. 그는 진보정당인 민중당에서 보수정당인 신한국당(한나라당 전신)으로 전향하여 1996년부터 국회의원을 세 번 연임하는 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그의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의 소중한 경험은 빠른 시간에 관록 있는 정치인으로 이미지화 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한나라당 원내부총무를 거쳐 2006년 경기도지사가 되고 나서 그의 의욕과 성실성은 더욱 고무된 것처럼 보인다. 그는 바쁜 업무 중에도 틈나는 대로 현장 탐방과 희망 근로를 다녔고 휴일을 이용해 택시기사 체험을 해 보는 등 이색적이고 개성적인 단체장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그는 젊은 시절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을 했다는 것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보수적인 성향을 드러냄으로써 그에게 기대를 걸었던 진보성향 유권자들을 실망시킨 적이 없지 않았다. 일찍이 한반도대운하를 적극 지지했고 미디어법 강행에도 찬성했다. 지난 8월 7일 경기도 도립의료원 노조와의 대화에서 "의료원이 외면 받는 이유 중 하나는 노조 때문"이라는 강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북한이 도발해 오면 즉시 격퇴시키고 통일을 이룩하는 강력한 대응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도발하면 곧 망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6월 8일 <뉴시스> 인터뷰)라고 말함으로써 보수우익 단체들로부터는 '대통령 감'이라는 찬사를 얻어냈다.

그런 그가 최근에는 작정을 한 듯 발언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설 연휴 마지막날인 지난 1월 27일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택시기사 일일체험에 나섰다
 설 연휴 마지막날인 지난 1월 27일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택시기사 일일체험에 나섰다
ⓒ 경기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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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민으로서 충청도민에게 무안스럽다

최근 투자 유치를 위해 뉴욕에 간 김 지사는 9월 8일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세종시는 노무현 대통령이 박은 말뚝 중에서 제일 잘못된 말뚝"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세종시에 대한 찬반 여부를 떠나 이런 언어 구사는 다분히 고인에 대한 인신공격성 의도를 품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참여정부의 정책 중 문제가 있는 정책' 정도로 표현해도 얼마든지 뜻이 전달될 수 있는데도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박은' 잘못된 '말뚝'이라는 거친 표현을 사용했다. 이것은 고인은 물론 유가족이나 그를 좋아하는 국민들을 싸잡아 공격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사실 김 지사는 진작부터 '노무현 공격'을 곧잘 하던 사람이었다. 그는 2002년 대선 때 당시 노무현 후보의 재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고,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검찰 수사를 받을 때에는, "검찰 수사는 표적수사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세종시 건설은 2005년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김 지사가 소속된 한나라당이 합의해 만든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법에 의거한 것이며,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확인한 것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인도 아닌 행정가인 그의 발언은 이웃 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자 경기도민만의 이익을 앞세운 근시안적 발상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충청도민 입장에서는 김 지사는 물론 경기도민 전체가 야속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발언이었다. 그래서 왠지 무안하고 경기도민으로서 충청도민에게 미안해진다.

논문 조작 황우석 박사의 부활, 난데없는 교육국 신설

경기도가 줄기세포 논문조작 파동의 당사자 황우석 박사의 연구 활동 지원에 나선 것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경기도는 8월 26일 도청 상황실에서 김문수 경기지사와 황우석 박사가 참여한 가운데 황 박사가 책임연구원으로 있는 수암생명공학연구원과 '형질 전환 복제돼지 생산에 관한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김 지사는 "한국의 미래를 위해 생명공학연구는 계속돼야 한다"며 "공공의 이익 차원에서 황 박사팀의 생명공학 연구를 지원하고 나중의 성과에 대해 분명히 책임지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는 이에 그치지 않고 논문조작 사건의 여파로 중단된 295억 원 규모의 '황우석 장기바이오센터'의 사업 재개 의사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기도는 '실용'을 중시하는 김 지사의 스타일이 반영된 것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런 것을 실용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는 '실용'과 '경제적 이익'을 혼동하는 데서 나온 발상에 불과하다.

과학을 생각하지 않고 기술만을 중시하는 실용은 천박하다. 더욱이 윤리와 도덕을 백안시하고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을 실용이라고 할 수는 없다. 황우석 박사가 어떤 사람이고 그가 무슨 일을 했는지 새삼 이 자리에서 거론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는 한때 한국 사회를 조작과 기만의 공포 그리고 광신적인 애국주의로 눈멀게 만든 장본인 아닌가. 그로 인한 국력의 낭비와 국위의 실추는 실로 막대한 것이었다. 게다가 황 박사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그런 그를 우리 세금을 쓰면서 영입하다니. 김 지사는 이런 사태에 모욕감을 느끼는 도민이 많다는 것을 헤아렸어야 한다.

또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난데 없는 교육국 신설 추진이다. 경기도는 전무후무한 교육국을 설치하겠다고 나섬으로서 도 교육청은 물론 시민단체와의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것은 헌법에도 반영되어 있는 교육 자치를 훼손하는 초법적 발상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이는 교육 자치에 관한 실정법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 법률에는 '지방자치단체의 교육·과학·기술·체육, 그 밖의 학예에 관한 사무는 물론 평생교육에 관한 사항까지 교육청 등 교육자치기관에 권한이 있다'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교육감을 선거로 뽑을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이는 자기 스스로 선거에 의해 직책을 맡은 사람으로서 타인의 직책에 대해서는 그 존재감까지 무시하는 독선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또 그린벨트를 해제해 신도시를 건설하자고 하고,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를 추진하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경기도는 좁은 땅이다. 3개 축에 총연장 145km밖에 안 되는데 고속급행철도가 왜 필요하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게다가 거기에 14조 원이라는 막대한 재정이 투입된다니 22조 원을 강에 질러 넣겠다는 MB의 발상만큼 무모해 보인다. 

GTX 동시 착공을 역설하는 김문수 경기지사
 GTX 동시 착공을 역설하는 김문수 경기지사
ⓒ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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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수위... 이인제와 손학규를 타산지석 삼아야

"나도 적지만 따르는 사람이 있다. 나보다 많은 사람은 박근혜 전 당대표뿐이다... 내가 노동운동을 했고 경기 부천에서 국회의원 3선을 지냈는데 나만큼 대중과 접촉을 많이 한 사람도 없다."(김문수, <한국경제> 인터뷰에서)

김문수 지사는 여당의 차기 대선주자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기도 한다. 그가 타고난 의욕과 성실성에다 이벤트성 업무 추진으로 대중 인지도를 높이는 데 성공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그의 대선 출마에 대한 여론 지지율은 1~4%로 인지도에 비해 턱 없이 낮다. 그리고 이 '대책 없는' 지지도는 좀처럼 움직여주지 않는다. 김 지사의 행동에 좌충우돌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그는 현장 방문과 언론 인터뷰 그리고 이벤트성 행사 참가를 가장 많이 하는 단체장이다.

요즈음 그의 의욕과 성실성은 과욕과 월권으로 변질되고 있다. 그리고 과욕과 월권은 필연적으로 허점을 낳게 마련이다. 이대로 가면 그의 미래가 선배 격인 이인제나 손학규보다 낫다는 보장이 없다. 이인제와 손학규 두 전임자도 내실을 기하기보다는 이벤트를 즐겼고 자기 능력에 벅찬 것을 무모하게 가지려 하다가 실패했다고 본다.

그의 언행이나 그가 벌이는 이벤트들은 모두 지난 시대의 것처럼 낡아 보인다. 모름지기 현대의 지도자라면 현대문명을 비판적으로 보고 그것의 병폐를 치유하는 정책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태그:#김문수, #경기도, #근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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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평론을 주로 쓰며 '인간'에 초점을 맞추는 글쓰기를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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