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우리는 지금 금융완화 그것도 상당한 정도의 큰 금융완화 기조가 적절한 정책이라고 보고 있는데 그것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신호가 많이 나타나게 되면 궤도 수정을 생각 안 할 수가 없다, 그런 이야기입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설명이 꽤나 길게 이어졌다. 10일 금융통화위원회가 다시 금리를 동결한 배경을 두고, 그는 할말이 많은듯 보였다.

 

최근 경기 회복세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부동산 등에서 거품 논란이 일자 중앙은행의 금리인상론이 조심스럽게 제기돼 왔다. 통화 당국이 자산시장의 거품 논란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청와대를 비롯해 정부와 기업,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며 금리인상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적극적인 발언을 해왔고, 지난달 26일에는 "세계 경제는 미세한 회복기로 아직도 출구전략은 이르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상 통화당국의 금리 인상에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성태 총재 "여러 의견 듣지만, 결국 최종판단과 결정은 우리"

 

이날 금통위 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장에 나온 이 총재는 "소위 말하는 출구전략과 관련해 각자 처한 위치에서 자기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서 그는 "어떤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해야 하는 사람들은 여러 의견을 충분히 들어가며 판단해야 한다"면서도 "통화정책을 집행하는 데 최종적인 판단과 결정은 결국 우리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한은 금통위가 7개월째 금리를 동결하고 있는 배경과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국내 경제의 생산이나, 금융,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서 큰 물의없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라는 점을 전제하면서, 7개월째 낮은 수준의 금리로 벌어지고 있는 우리 경제의 명과 암을 설명해 나갔다.

 

낮은 금리로 인해 기업이나 개인들이 좀더 많은 빚을 지게 되고, 이로 인해 투자나 생산 활동이 높아지고 고용도 좋아지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이같은 저금리 기조로 인해 너무 많은 빚을 지게 되고, 향후 물가상승 압력이나,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쪽에서 거품이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당분간은 금융완화 기조를 갈 수밖에 없지만..."

 

이 총재는 현재의 경기회복세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고용이 나쁘고, 경제성장도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현재의 금융완화 기조를 당분간은 끌고갈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그럼에도, 앞으로 경기상황에 따라 금리인상 카드를 쓸 수밖에 없다는 점도 함께 내비쳤다. 그는 "앞으로 경기가 좋아지고, 고용도 늘어나고, 물가 압력이 될 가능성도 있으면, 적절한 정책의 시점을 다시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크게 상승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대해선 우려스럽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최근 몇 달동안 주택관련 대출쪽에서 자꾸 상황이 나빠진다면, 현재의 (금융완화 기조의)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지 않느냐는 쪽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가 아직 꺾이지 않고 있다"면서 "감독당국에서 부동산 관련 대출 억제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이것들이 효과를 내서 주택시장의 불안감이 완화됐으면 좋겠고, (한은은) 그 추이를 관심있게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금리인상 여부와 시기는 부동산 시장의 불안 정도에 따라 달라질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김상조 교수 "오히려 부동산 거품 방조"

 

하지만 한은의 이같은 통화정책에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부와 보수언론 등에서 내년까지 사실상 금리인상 무용론을 펼치면서, 현재의 시장 거품을 키우고 있으며 통화당국은 이를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한은은 이미 상반기에 기준금리를 한 번이라도 올렸어야 했다"면서 "이번달(9월)이라도 0.25% 포인트 금리를 올려야 했지만 다시 동결하면서, 시장의 거품만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달에 4조 원씩 늘어나는 주택담보대출의 예를 들면서, "이것은 분명히 비이성적"이라며 "이미 거품 양상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 대해 통화당국이 버블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냈어야 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한은의 통화정책이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태그:#이성태, #금리인상, #김상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