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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이종석의 한반도 워치'가 주목한 것은, 신선호 유엔 주재 북한 대사가 지난 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대부분 언론이 '플루토늄 무기화-우라늄 농축 성공'을 제목으로 뽑았지만, 이종석 전 장관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핵심으로 주목했습니다. 또, 미국의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에게 북한과의 적극적인 대화를 주문하면서, 그의 방북보따리에 무엇을 담아야 하는지도 제시했습니다. 지난 9일 만난 그의 생각을 그대로 전달합니다. [편집자말]
[인터뷰 정리 = 황방열 기자]

북미 대척점은 핵보유 자체 아닌 '제재 철회' vs. '6자회담 복귀'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 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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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서 매우 중요한 일이 있었습니다. 신선호 유엔 주재 북한대사의 편지입니다. 언론도 그렇고 일반적으로는 우라늄 농축이 성공적으로 결속됐다는 북한 주장에 초점이 맞춰졌는데, 북한은 이미 (유엔의 1874 대북제재 결의안에 대한) 지난 6월 13일 외무성 성명에서 "우라늄 농축작업에 착수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정보 상황이라면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관련 사항에 대해 설명을 안 하고 있고,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지도 함구하고 있습니다. 결국 북한은 확인할 수 없는 카드를 갖고 '언술정치'를 하고 있는 건데, 지난 성명의 연장선상에서 볼 때, 북한이 현재 제재 국면에서 "우라늄 농축이 성공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예견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북한이 6자회담을 거부하고, 2차 핵실험을 한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 의지 여부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북한이 편지를 통해,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밝히고 나온 겁니다. 유엔이 제재를 풀면 비핵화협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고, 물론 역으로는 제재하면 핵무기 개발을 지속하겠다는 겁니다. 이게 편지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북한은 핵을 갖겠다고 하고 미국은 이걸 막겠다고 하면서 대결하는 것이 가장 파국적 상황인데, 지금은 그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인, 북한의 '제재철회 요구'와 미국의 '6자회담 복귀 통한 비핵화 협상 요구'가 맞서 있는 국면입니다. 미국의 정책담당자들이 이를 파악하고 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미국이 북한에 제재를 풀 테니 6자회담에 나오라고 하면 되는데, 지금 유엔제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미국이 그렇게는 할 수 없는 것이고 그래서 여기에 대척점이 형성돼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협상의 공간이 있는 것인데, 언론에서는 이런 부분은 간과되고 북한의 모험주의적 도발이라고 할 수 있는 '우라늄 농축'만 강조되는 면이 있습니다. 이 편지에는 상황이 악화 될 수 있는 가능성과 상황 반전의 여지가 모두 들어 있습니다.

북한은 초청하고 보즈워스는 피하고

미국과 북한의 신경전이 매우 첨예합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유엔제재를 통해 북한을 굴복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역사적 경험으로 볼 때, 또 중국이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면, 북한이 굴복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대북 압박이 오히려 북한의 핵능력을 강화시켰다고 부시행정부를 비판했습니다. 그래서 공화당 후보였던 매케인과도 몇 차례 토론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오바마 행정부는 북미 직접대화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고, 의도 여부를 떠나서 사실상 부시 행정부 시절로 돌아가 있습니다. 오바마는 "대화 자체가 보상일 수 없다"고 했었는데, 그것과 배치되는 겁니다.

보즈워스는 북핵문제 해결을 가장 중요한 업무로 갖고 있는 특별대표입니다. 캠벨 동아태 차관보처럼 한반도 문제 전부를 다 다루는 게 아니란 말이죠. 그런데 북한을 만나는 것 자체를 부담으로 느끼고 있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지금 중요한 건 미국의 대북제재와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정책을 만드는 것이고, 이렇게 하려면 북한의 생각을 잘 알아야 하고 또 북한을 설득해야 합니다. 한중일러에 다 갔는데, 제재 국면에서 북한을 방문하는 것 자체를 보상으로 생각하는 것은, 문제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대화조차 봉쇄하는 꼴이 되는 겁니다.

4월 5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발사 이전에는 보즈워스가 몇 번씩 평양에 가겠다고 했는데 북한이 거부했습니다. 이것도 북한이 잘못한 것이지만…. 그런데 (5월 25일) 2차 핵실험 이후에는 북한이 북미 양자대화를 하자면서 보즈워스의 방북을 요청했는데, 이번에는 6자회담 복귀를 내세우며 미국이 거부하고 있습니다. 두세 달 정도 이 문제를 보지 않은 사람들은 혼란스러울 겁니다. 대화 자체를 갖고 이런 티포탯(Tit-for-Tat, 맞받아치기)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미국 행정부가 왜 북한 방문에 부담을 느끼는 걸까? 미국 내 여론, 미국 정책담당자들의 북한에 대한 불신이 작용하고 있는 겁니다. 거기다가 미국의 동맹국들 즉, 한국과 일본이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라는 입장을 갖고 있었던 것도 작용하고 있을 겁니다.

(보즈워스 대표는 8일 "북한의 초청에 응할지 결정하지 않았으며, 몇 주동안 이를 검토하게될 것"이라고 밝혔고, 한국 정부 핵심당국자는 9일 "6자회담 촉진 차원에서 북미 양자대화가 열릴 수 있다"고 말해, 정부도 이에 대해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 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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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동맹 강조 딜레마... 오바마 정부가 부시 정부와 다른 점

오바마가 특히 동맹을 강조하고 있는데, 여기에 그의 딜레마가 있습니다. 오바마나 바이든(부통령)은 후보시절에 부시가 일방주의로 미국의 동맹관계를 위험한 수준으로 훼손시켰다고 비판했습니다. 오바마는 2007년에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 미국의 국제관계전문 잡지) 기고에서 그에 대한 아시아의 사례로 한국을 들었습니다. "한국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비리틀(belittle)했다"고 했습니다. 깔봤다는 거죠. 이렇게까지 말을 했었습니다.

오바마는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명시적으로 북한 그리고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들에 대해  engagement policy, 즉 포용정책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이명박 정부는 2007년 2월 이전의 부시 행정부와 같은 입장이고, 일본도 민주당 정권교체 이전까지는 같은 입장이었습니다.

오바마로서는 아시아의 동맹국들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부시의 일방주의를 비판해왔기 때문에 북핵정책에서 운신 폭이 제한된 겁니다. 여기에 북한이 오바마 정부가 대북정책 라인을 만들기도 전에 핵실험 등 모험주의적 행동을 하면서 불을 붙인 것이고.

오바마 행정부는 어떻게 보면 자신의 노선과 현재 정책 사이에도 괴리가 생겼고, 동아시아 동맹국과도 차이가 생긴 것인데, 여기서 변화요인이 생긴 것 하나가 일본에서 민주당이 집권했다는 것이죠.

물론 오바마 행정부는 대북 제재를 하면서도 부시 행정부와 달라진 것들이 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합의에 대한 미 국무부의 반응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였습니다. 기본적으로 긍정적 입장인 거죠. 그리고 골드버그 대북제재 조정관, 제일 강경론에 서 있는 위치인데, "금강산과 개성 관광은 유엔 제재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부시 때와는 질적 차이가 있고, 오바마 정부에 포용정책의 기조가 있는 것인데, 현재의 상황 때문에 꼬여 있는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것은, 오바마 행정부가 정책라인과 정책구상을 내놓기도 전에 모험주의적 노선으로 나간 북한의 책임이 1차적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그런 태도를 늘 그럴 수 있다고 예상하면서 대응했어야 하는데, 오바마 행정부도 비합리적으로 대응했습니다.

왜 이렇게 얘기 하냐면, 북한이 장거리로켓을 발사하기 이전인 3월쯤에 미국이 한 일이라고는 인공위성이든 뭐든 쏘지 말라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사실상 무대책이었습니다.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내세우면서 인공위성을 앞세운 북한에게 제3국에서 발사토록 하자는 등의 대안을 제시하면서 협상국면으로 갔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이죠. 클린턴 국무장관이 나중에 그런 말을 했지만, 이미 늦었고. 제3국 발사에 대해서는 클린턴 대통령 시절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제기됐던 겁니다.

오바마의 '대포동 미사일' 규정은 미숙한 대응

그리고 북한이 장거리로켓을 발사하자, 오바마 대통령이 대포동(미사일)이라고 했는데, 부정확한 사실에 기초한 강경 언명을 한 것입니다. 우리가 로켓이라는 중립적인 표현을 쓰지만 한국 국방부도 인공위성이라고 했고, 미국도 지금은 미사일이라고 확인하지 않고 있단 말이죠. 

그날이 공교롭게도 오바마 대통령이 프라하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제로 연설을 할 때였다는 점도 있겠지만, 미숙한 대응이 불러낸 실수입니다. 이런 규정이 이후 세계여론과 유엔의 대응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상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가 이후 논의를 규정하지 않습니까.

또 이에 대한 유엔조치는 실효성을 가져야 하는 건데, 북한 장거리로켓 발사에 대한 유엔 의장성명은 내용은 강경했지만, 실효성은 약했습니다. 북한은 이미 후속조치에 대해 엄포를 했었고, 최근 모습을 보면 아는 거지만, 북한은 말하면 하지 않습니까.

다음 상황에서는 이런 제재조치를 취하겠다는 게 빠진 성명을 갖고, 북한을 자극해서 모험주의적으로 갈 수 있는 길을 터줘버린 겁니다. 북한식 표현대로 하면 '말대포'만 쏜 거죠. 일본은 또 제재조치가 없다고 미국에 삐쳐버렸습니다. 동맹국도 만족 못 시키고, 북한은 핵실험으로 튕겨나갈 여지를 줘 버린 겁니다.

핵심은 북한이 우주의 평화적 이용권리를  부정당했다는 빌미를 갖고 핵실험으로 갔든, 아니면 실제 핵보유 의지를 갖고 그랬든 북한이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명분을 봉쇄했어야 했다는 겁니다. 위기에서는 명분을 막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그들의 진의가 무엇인지 보여질 수 있을 테니까.

여기서 수전 라이스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강경성명 초안을 냈을 때 중국이 왜 이를 덥석 받아들였는지는 의문입니다. 왜 이렇게 북한 편만 드느냐는 비판을 받는다 해도, 중국이 약간의 '악역'을 맡아서 다음 단계로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했어야 했는데, 판단 미스였는지 의도적인 것이었는지 모르지만 큰 잘못을 범한 겁니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건 화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겁니다. 중요한 건 핵을 포기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제재가 목표인지 비핵화가 목표인지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지금 해법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단은 9.19 공동성명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6자회담 틀로 가야합니다. 북한도 이것을 거부하면 안 됩니다. 그럼 어떻게 돌아갈 건가? 보즈워스 대표가 북한을 방문해서 대화를 해야 합니다.

북한의 평화적 우주이용권 보장하고 협상에 이를 포함시켜야

그리고 북한이 명분을 중시하는 나라니까 북한에도 일정한 명분을 줘야 합니다. 북한이 강경노선으로 간 시작이 로켓 발사였다는 점에서, 북한의  평화적 우주 이용권리는 인정하고, 협상과정에서 이를 포함시켜줘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북한의 장거리미사실 개발에 대한 불신이 있으니, 이 문제는 제3국에서의 위성발사 등 타협점을 찾아가겠다는 의지를 밝혀주면서 별도 협상으로 가야 합니다. 이게  장거리 미사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길입니다. 보즈워스가 북한에 가서 이런 얘기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2000년 경에 장거리 미사일 문제가 나왔을 때도, 북한이 자신을 대신해서 인공위성 몇 개를 발사해달라고 미국에 요청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미사일 발사 포기에 대한 경제적 보상을 얘기하다가 부시 행정부로 넘어가 버렸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면 나머지 5자는 북한에 그 대가로 줘야할 것을 명백히 이행하겠다고 천명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인공위성 문제는 떼어 내고 비핵화 문제만 남게 되면, 6자회담 원리에 동의한다는 게 합의되면, 유엔제재도 여기에 보조를 맞춰서 완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하루아침에 유엔제재를 없는 것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말이죠.

이런 과정이 진행되면, 북미간에 고위급 회담을 통해서, 6자회담을 통한 비핵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는 모멘텀, 한반도 평화를 진전시킬 수 있는 모멘텀을 마련하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이와 별도로 중국은 북한에 고위특사를 보내서, 북한을 설득해야 합니다.

한국정부도 북한과 남북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프로그램을 갖고 임해서 북핵문제 해결에 주도적 역할을 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8일 오전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 비룡대교 부근에서 잠수복을 입은 119구조대원들이 고무보트를 타고 지난 6일 새벽 갑자기 불어난 물에 실종된 야영객 6명중에서 발견되지 않고 있는 3명의 시신을 찾고 있다.
 8일 오전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 비룡대교 부근에서 잠수복을 입은 119구조대원들이 고무보트를 타고 지난 6일 새벽 갑자기 불어난 물에 실종된 야영객 6명중에서 발견되지 않고 있는 3명의 시신을 찾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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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번 '임진강 사건'을 두고 북한의 고의성 여부를 두고 논란입니다만, 현재의 정보수준으로 북한의 고의성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분명한 건 북한은 그들의 분별없는 행위에 대해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것이고, 정부가 북한의 무단방류에 대비할 수 있는 기초적 위기관리체제를 갖추지 못했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북한의 무단방류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처해 나가면서도 모처럼 회복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남북관계가 다시 악화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북한의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이 북미관계 개선 등 전반적인 대외 관계 개선전략의 일환으로 일어나는 것이지, 그들이 절박한 필요성에서 나왔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남한 정부가 이 사건을 다루는 수준에 따라서 남북관계가 다시 퇴행하거나 현재 수준에서 머무를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에 요구할 건 요구하되, 정치적 정략적 공세는 자제하는 것이 남북관계에 안정적 관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봅니다.


태그:#이종석, #보즈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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