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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위주의 방송 프로그램 시대가 지나가고 있는 듯싶다. 이제 본격적인 성인 토크쇼가 우리 곁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 대표주자가 바로 <자기야>와 <세바퀴>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30대 후반부터 60대 초반의 연예인들이 출연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이야기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세바퀴>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프로그램에서 독립하며 시청률이 수직상승하며 명실상부 토요일 MBC 예능 시청률을 책임지는 효자프로그램이 되었다.

 

특히 드라마로 인해 방영 시간이 바뀌었음에도 동시간대 1위, 화제작 <스타일>의 체면을 구기는 등 화제를 낳고 있다.

 

그렇다면 두 프로그램이 시청자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이유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사실상 TV는 10대 시청자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시절 대부분 청소년과 젊은층 취향의 프로그램들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오히려 그러한 프로그램 틈새시장을 파고든 프로그램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쯤되면 <자기야>와 <세바퀴>에는 색다른 매력이 무엇인지 파헤쳐 보는 것이 좋겠다.

 

편안한 입담이 시청자를 사로잡다

 

우선 두 프로그램은 10대, 20대 연예인들에게서 볼 수 없는 편안한 매력이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아이돌 세대인 연예인들은 자유롭게 방송을 할 수 없다. 아무래도 이미지 관리를 해야 하는 입장인 그들이 선배들처럼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거침없이 쏟아내기란 쉽지 않다.

 

요즘 트렌드는 편안함이다. 사실상 '짐승 아이돌'이라는 애칭을 얻으며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2PM이 사랑을 받는 가장 큰 힘이 편안함이다. 대부분 젊은 세대의 연예인들은 어느 정도 포장을 하게 된다. 그것이 본인의 의지이든, 소속사 차원에서 관리이든 좀 더 멋지고 좀 더 예쁘게 보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2PM의 경우 다른 아이돌 가수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망가짐에 대해 두려워하기보다 그것을 통해서 새로운 매력을 발산한다. 이처럼 <세바퀴>와 <자기야>의 출연진들은 일단 그러한 이미지 관리에 신경 쓸만한 세대가 아닐뿐더러 그러한 것에 여유롭다.

 

그래서 그들이 펼치는 입담은 수위조절을 해야 할 만큼 거침이 없다. 또한 나이 불문하고 망가지는 것에 대해서 두려워하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든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면 그러한 모습들을 도전정신으로 보여주고 있다.

 

가령 <세바퀴>에 출연하는 65세의 선우용녀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전 출연진과 어울리며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연기면 연기와 같은 것들을 거침없이 소화해낸다. 사실상 나이가 든 사람들일수록 체면을 중시여기기 마련인데, 선우용녀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더 유머러스한 행동을 보이며 도전정신을 보여준다.

 

그래서 설사 그 행동이 주책스러워 보일 수도 있고, 보는 이로 하여금 민망함을 유발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도전이 멋있고 한편으로 귀엽기까지 하다. 함께 출연하는 임예진도 마찬가지이다. 50대인 그녀가 분장쇼를 벌이는 모습은 나이든 사람이 시청자들에게 재롱을 떠는 푼수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러한 행동을 함으로써 웃는 시청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분명 그녀들의 행동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무조건 주책스럽고, 극성맞은 것은 아니다. 사실상 새롭게 출연하는 출연진들을 배려하는 모습까지 보여주는 그들이다. 그러한 배려는 젊은층의 연예인들이 따라할 수 없는 오랜 세월이 가져다 준 관록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야>의 경우 나이든 출연진 부부는 젊은 출연진들의 부부싸움에 대해서 조언을 해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은 나이에서 우러나오는 지혜의 산물이 아닐 수 없다. 또 <세바퀴>에서는 젊은 출연진들이 주목받을 수 있도록 대화를 유도하며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한다.

 

그리고 그들의 멋진 춤과 노래 등을 따라하며 자신들이 솔선수범해 망가진다. 그래서 <자기야>보다 <세바퀴>는 전 세대가 소통하는 창구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젊은 시청자들뿐만 아니라 중장년층 시청자들까지 골고루 섭렵할 수 있는 힘인 것이다.

 

솔직담백, 자신의 인생의 이야기를 펼치다

 

두 프로그램 모두 출연진들이 편안한 매력을 발산하는 사이 자신의 삶에서 경험 혹은 삶의 지혜를 솔직하고 담백하게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이 또한 젊은 연예인들이라면 할 수 없는 행동들이다.

 

아무래도 살아온 세월이 짧은 젊은 연예인들이 에피소드를 말하는데 한계가 있을뿐더러 방송에서 차마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 하지만 이들은 그렇지 않다. 자신들의 부부관계부터 삶의 모든 것을 솔직하게 쏟아낸다.

 

<세바퀴>에서 이경실은 자신의 이혼과 재혼에 대해 '마일리지'로 표현하며 개그소재로 활용하며, 김지선은 아이를 갖는 일에 대해 개그소재로 이용한다. 그리고 그들의 삶에서 겪은 일화들을 여과없이 말한다.

 

이러한 모습은 <자기야>가 더욱더 두드러진다. 특히 부부관계는 둘만이 아는 것으로 사랑부터 갈등까지 사실상 낱낱이 공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자기야>에서는 부부관계에 대해서 서슴없이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러한 이야기들이 붕 떠 있는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가 아닌, 주변에서 우리가 겪는 일이기에 시청자들은 공감하게 된다. 적어도 중장년층의 시청자들은 그들이 무엇을 말하는지, 그들이 어떠한 심정으로 이야기하는지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이러한 것이 '내 남편이 왜 나랑 결혼했는지 모르겠어'란 설문조사 결과를 보여주고 출연하는 부부패널이 이와 관련된 자신들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그래서일까,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연예인 부부도 우리랑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한 삶을 사는구나, 생각하게 된다.

 

더욱이 그들의 이야기는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순간들이 많다. 그들이 쏟아내는 부부 관계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집에 오면 입을 닫고 사는 남편, 이세창. 가족을 위해서 돈을 벌어다 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던 그 남자는 대화가 필요한 아내 김지연의 말에 한 없이 미안해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한 모습에 시청자들은 "그래. 맞어,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라고 공감한다. 사실상 이러한 토크는 기존 토크쇼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현실적인 이야기들이다. 대부분 신변잡귀, 혹은 자신들의 영화나 음악을 PR하기 위해 나온 이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들이 서서히 시청자들에게 반응을 얻으며 新예능 강자로 떠오르게 하는 힘이다. 물론 이러한 모습이 적잖이 불편한 시청자들도 있다. 나이든 사람들이 브라운관에 나와서 주책스럽게 뭐하는 짓일까, 하는 이도 있겠지만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껍데기만 변할 뿐 마음은 젊은이들과 못지않음'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그에도 함께 송고합니다. 


태그:#세바퀴 , #자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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