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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안병만)가 9월 2일에 낸 '교사의 수업전문성 제고로 교실수업 중심의 학교문화를 조성한다'는 보도자료를 보고 현장교사의 생각을 얘기하는 네 번째 글입니다. 이번에는 세부 추진과제 세 가지 영역 중 마지막 영역에 대해 말해보려고 합니다.
 
3. 교원이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를 조성한다

제발 수업 좀 열심히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 그동안 현장교사들이 간절히 바라던 바입니다. 이런 얘기는 그동안에도 숱하게 나왔는데, 어찌된 일인지 학교 현장은 점점 더 수업에 전념하기 힘들게 정신없이 돌아갑니다.

이번에는 진짜로 교사들의 바람을 이루어 준다고요? 그동안 교과부가 내세우는 방안이라는 게 실천은 따르지 않고 늘 말만 앞세워왔고, 그걸로 끝나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믿을 만하지는 못하지만, 그러나 이번에는 꼭 믿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못한 일을 이번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서 교사들이 수업에 전념할 수 있게 해 준다는 말일까요?

일하는 틈틈이 가르치는 교사들

지난 해 1년동안 연구업무를 맡아서 처리한 공문으로 모두 20권이 넘습니다.  올해는 도서(도서관 관리포함), 자료, 환경 세 가지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 작년에 제가 처리한 공문 지난 해 1년동안 연구업무를 맡아서 처리한 공문으로 모두 20권이 넘습니다. 올해는 도서(도서관 관리포함), 자료, 환경 세 가지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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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학교내 행정업무처리체계 개편을 통한 행정업무 경감'과 둘째 '국감 등 국회 자료요구 관련 학교현장 업무경감 추진'은 두 손 두 발 들어 환영합니다. 

현장교사들은 '내가 행정실 직원인지 교사인지 모르겠다'거나 '가르치는 틈틈이 행정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 일하는 틈틈이 가르친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실제로 교사가 적은 작은 학교의 상황은 더욱 심각해서 교실 교사 책상 위에는 교과서와 수업 자료 대신에 공문이 더 많이 쌓여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제가 교사노릇을 하면서 그동안 관리자들에게 가장 많이 들어온 말이 '수업은 안 해도 표시나지 않지만, 공문은 안 보내면 큰일난다'는 것으로, 수업시간 중에도 아이들 자습시키고 빨리 공문 작성하라는 지시를 참 많이 받았습니다. 상급기관의 평가를 받는 관리자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업이 중요할 리 없습니다. 오직 제 날짜에 작성해서 보내는 공문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학교에서 공문 처리를 하다보면 꼭 필요한 공문인 것은 드물고 왜 이런 공문을 작성해서 보내야 하나 싶은 것이 참 많습니다. 또 이미 보고한 내용이 양식만 조금 바뀐 채 또다시 보고하라는 공문도 수없이 많습니다.

늘 '긴급'으로 오는 국감자료, 국회 자료 요구 공문 또한 이미 교육청에 보고한 내용이 많고, 우리 학교와는 관련이 없는데도 공문이 내려오고 해당이 없어도 반드시 '해당없음'이라고 보고하라는 것도 많습니다.

또 한 가지,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공문 중에서 어찌된 일인지 한글로 작성한 것인데도 아무리 읽어봐도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고, 무엇을 어떻게 보고하라는 것인지 해독이 안될 때가 많습니다. 공문 해독이 안 될 때는 관리자에게 물어보고 그래도 안 될 때는 교육청 담당자한테 전화해서 물어보고 작성하지만, 그렇게 해도 잘못 보내 다시 작성해서 보낼 때가 많습니다.

공문을 한 번만 봐도 누구나 쉽게 알아먹을 수 있게 작성해서 보내고, 필요없는 공문만 작성하지 않아도, 또 같은 내용을 여러 번 보고하게만 하지 않아도 행정업무는 많이 줄어들 것입니다. 

공문 처리는 교감이 전담해서 하게 해야합니다

이번에 내세우고 있는 실천방안이 '단위 학교 내 행정업무 처리 전담모형 개발', '업무 전담팀 운영', '국감자료 공유 사이트 개설'같은 것인데 왜 진작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학교 현장을 지켜보면서 저 뿐만이 아니라 모든 교사들이 꼭 제안하고 싶은 것은 공문처리를 교사들에게 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수업을 하지 않는 교감이 전담해서 하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사들이 수업하는 데 정신을 쏟다가 공문 처리를 하다가 하면 정신이 분산되어서 수업도 안 되고 공문 처리도 정확히 잘 안됩니다. 급하게 보낼 복잡한 공문이라도 있게 되면 수업을 하면서도 공문 작성할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문은 작성만 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교감, 교장의 절차를 거쳐서(어떤 것은 행정실장까지) 결재를 받고 잘못된 것이 있으면 다시 고쳐서 또 결재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교감, 교장이 자리에 늘 앉아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재판을 들고 교감, 교장을 찾아 온 학교를 뒤지고 다녀야하는 일도 흔하게 일어납니다.

첫째 시간 수업이 끝나고 난 뒤 쉬는 시간에 못 만나면 다음 쉬는 시간에 결재 받으러 다녀야 하고, 두 번째 쉬는 시간에도 또 못 만나면 세 번째, 네 번째... 하루 종일 결재판을 들고 다녀야하는 것이 공문 결재 과정입니다.

여차저차해서 결재를 무사히 다 받았다고 해도 공문 처리가 끝난 것이 아니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전자문서시스템'으로 보내야 합니다. '해당없음'이라는 간단한 공문도 공문 작성해서 보내는데 하루동안 공문 작성해서 보낼 생각만 해야 합니다.

또 교사 이동이 잦은 작은 학교의 경우에는 해마다 맡는 업무가 달라서 처음 맡는 업무파악에 한두 달, 업무처리에 익숙해지는 데 몇 달을 버벅거리다가 익숙해질 만할 때 그 일에서 손을 떼게 됩니다. 그래서 학교업무가 연속성이 없고, 업무처리가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교감이 공문처리를 전담해서 하게 되면 이런 모든 문제가 한번에 해결됩니다.

먼저 전체 업무파악이 잘 되고, 공문 처리가 훨씬 익숙하기 때문에 공문을 빨리 처리할 수 있고, 공문처리과정 또한 매우 간단해져서 매우 효율적입니다. 교사는 단지 공문내용작성에 협조만 하면 됩니다. 저는 이번에 전국 교사들을 대표해서 학교행정업무를 교감이 전담으로 맡게 해야 한다는 것을 강력하게 제안하고 싶습니다.

'전자문서시스템'이 오히려 업무를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전자문서시스템에서 문서를 볼 수 있지만, 접수된 공문은 모두 다 A4종이에 인쇄해서 관리자의 결재를 받고 담당자한테 전달된 뒤, 따로 파일을 만들어 묶어둡니다. 교육청에 공문처리는 컴퓨터 한글문서로 작성해서 인쇄한 뒤, 관리자의 결재를 받고 다시 전자문서시스템으로 발송을 합니다. 전자문서시스템이 도입된 뒤로 업무가 더 많아졌습니다.
▲ 교육청과 각 학교가 공문을 주고받는 전자문서시스템 전자문서시스템에서 문서를 볼 수 있지만, 접수된 공문은 모두 다 A4종이에 인쇄해서 관리자의 결재를 받고 담당자한테 전달된 뒤, 따로 파일을 만들어 묶어둡니다. 교육청에 공문처리는 컴퓨터 한글문서로 작성해서 인쇄한 뒤, 관리자의 결재를 받고 다시 전자문서시스템으로 발송을 합니다. 전자문서시스템이 도입된 뒤로 업무가 더 많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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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몇 해 전부터 모든 공문수발은 '전자문서시스템'으로 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 전자문서시스템이 도입된 취지가 업무경감이었습니다. 그런데 전자문서시스템이 도입되고부터 학교에는 일이 더 늘어났습니다.

사람을 직접 만나 결재하는 과정을 간단하게 웹상에서 해결해서 결재 시간을 단축하고 종이 공문을 없애자는 취지였는데, 그렇게 진행되고 있는 시군을 몇 군데 들었을 뿐 여전히 학교에서는 공문처리와 결재과정을 옛날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자문서시스템이 도입된 뒤로 쉽게 수발이 되기 때문에 공문의 양이 오히려 더 많아지고, 공문에 딸려오는 붙임문서의 양이 소책자 정도인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전자문서시스템 운영모습을 보면 학교의 일은 더 많아진 반면에, 상급기관인 교육청은 전 학교에 공문을 한번에 쉽게 빨리 내려 보낼 수도 있고 보고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편해졌습니다. 전자문서시스템을 원래 도입 취지에 맞게 활용해야 합니다. 

'수업전념 여건 및 분위기 조성'을 위해 세 번째로 내세운 실천방안이 '순회교사 제도 활성화'입니다. 초등교사이기 때문에 순회교사에 대한 실제 경험은 없지만, 같은 모임에 있는 중등 교사들의 얘기를 들어본 적은 있습니다. 이 문제 역시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서 교육청 행정편의가 아닌 아이들 교육을 먼저 생각하는 해결책을 마련했으면 합니다.

교사수업전문성 높이려다가 아이들 수업 망칠 수 있는 공개수업

네 번째 내세운 실천방안은 '교사의 수업공개 활성화'입니다. 그러면서 '학기별 2회 이상 전체교사의 수업공개 의무화', '학부모의 수업공개 요청 절차 마련', '동료교사 및 전문가의 평가 위주에서 수업 컨설팅, 수업 클리닉 등 지원개념으로 전환', '수업공개 활성화 기반 조성'같은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우리 반 학부모 공개 수업 모습니다. 교실에 학부모가 들어와서 하는 학부모 공개 수업은 절대 '수업'이 될 수 없습니다. 학부모에게 관람시키기 위한 한번의 쇼수업일 뿐입니다. 그러기에 학부모가 한 두 번 공개 수업을 참관한다고 해서 평상시 수업 모습을 절대로 알 수 없습니다.
▲ 학부모 공개 수업 모습 우리 반 학부모 공개 수업 모습니다. 교실에 학부모가 들어와서 하는 학부모 공개 수업은 절대 '수업'이 될 수 없습니다. 학부모에게 관람시키기 위한 한번의 쇼수업일 뿐입니다. 그러기에 학부모가 한 두 번 공개 수업을 참관한다고 해서 평상시 수업 모습을 절대로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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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교사의 수업 공개 활성화'에 대해서 말해보면, 분명 교사가 수업을 공개하면 수업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학교 교사가 수업할 때 오랜 시간 고민해서 작성한 지도안과 완벽할 만한 준비물과 자료를 가지고 기승전결에 맞춰서 수업을 할 수 있는 기회는 공개수업을 할 때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10개교과를 담당하는 초등교사의 경우 모든 수업시간에 완벽한 준비를 해서 수업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개수업이 공개수업으로 끝나고 만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오히려 공개수업을 준비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쏟느라 다른 수업이 소홀해지는 일이 허다하다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전체 교사들이 학기별 2회 이상 의무적으로 수업 공개를 한다고 하면 학교 전체 교사와 아이들까지 공개수업에만 관심이 쏠려 오히려 일상의 정상수업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거라는 것이 저는 훤하게 보입니다. 수업공개를 의무적으로 하게 하면 교사의 수업전문성이 쉽게 높아질 것이라는 발상도 현장을 모르는 탁상행정일 뿐입니다.

'학부모의 공개수업 요청 절차 마련'도 한편으로는 찬성하면서도 조심스러운 것이, 그동안 경험으로 볼 때 수업 시간에 교사와 아이들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참관하게 되면 수업이 잘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교사도 참관하는 사람이 신경이 쓰이게 마련이고, 아이들은 더욱 오신 손님한테 신경이 쓰여서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일이 많습니다. 자신의 부모가 교실에 와 있으면 더욱 더 수업에 집중하지 못합니다. 고학년보다 저학년 아이들은 더욱 더 수업이 안됩니다. 또는 과잉된 행동을 보여서 수업이 방해됩니다.   

학부모 공개 수업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어서 현재에도 학교마다 1년에 한 두 번 '학부모 수업공개의 날'을 정해서 전 학년 전 학급 학부모 공개 수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학교 행사말고도 저는 늘 학부모에게 정해진 날짜말고도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수업을 보러 오셔도 좋다고 얘기하고 가끔 오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런데 학부모들이 오실 때마다 아이들이 들떠서 평상시와 다른 행동을 하곤 합니다. 평소에 하던 수업을 진행할 수 없습니다.

솔직히 학부모가 오셔서 교실에 들어와 계시면 정상수업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교사 공개수업이든 학부모 공개 수업 참관이든 상황에 따라 변화무쌍한 아이들의 심리를 기본으로 보고 그에 적절한 수업 공개 방법이 필요합니다. 잘못하면 교사의 수업전문성을 높이려다가 진짜 중요한 아이들 수업을 망치게 될 지도 모르니까요.

덧붙이는 글 | 교과부가 9월 2일자로 발표한 ‘교사의 수업전문성 제고 방안(시안)' 내용을 보고, 28년 경력 현장교사가 한 생각을 다섯번에 나누어서 쓰고 있습니다. 이글은 네번째 글입니다.



태그:#교사수업전문성제고방안, #교사업무, #수업공개, #공문처리, #초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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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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