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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포스트 DJ-노무현' 전략 논의를 위해 열린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또 '해묵은 잡음'이 흘러나왔다. 지난달 30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기간을 끝내고 상복을 벗은 지 나흘 만이다.

 

당내 비주류인 문학진 의원은 이날 비공개 자유토론에서 정세균 지도부를 향해 "독단적 당 운영", "기회주의자"라는 표현을 써가며 거칠게 공격했다. 조기전당대회로 지도부 재신임을 묻자는 주장도 했다.

 

이에 대해 주류측 의원들이 거세게 반박하면서 토론장 분위기는 한순간 싸늘해졌다고 한다. "상복 벗자마자 싸운다"는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는 풍경이다.

 

"당 대표의 전횡이 문제" - "팩트 왜곡하지 말라"

 

이날 오전 열린 비공개 토론에서 문학진 의원은 작심한 듯 당 지도부를 몰아세웠다. 그는 정세균 대표의 '단계적 복당론'을 비난하면서 "친노를 우선순위라고 하는데, 무슨 근거로 단계론을 이야기하는 것이냐"고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렸다. 또 "(처신이) 그러니 기회주의적 태도라는 말을 듣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의원은 지난 4월 정동영(DY) 의원 공천 논란 당시, '공천 배제'에 반발한 국민모임 소속이다. 따라서 그의 주장에는 "DY를 우선순위에서 배제한 것은 잘못"이라는 감정이 묻어났다.

 

당 지도부의 전격 등원 결정에도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의총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발표했다는 것이다. 

 

박지원 정책위의장 임명과 경인운하 반대 당론 채택 불발 등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박 의장 임명을 대표적인 독단적 당 운영 사례로 꼽으면서 정 대표를 비판했다. 또 경인운하 반대 당론을 거부한 송영길 최고위원 등을 겨냥해 "당내 민주주의와 소통에 큰 문제가 있다"고 성토했다.

 

그는 "당 대표의 전횡이 문제"라며 "필요하다면 조기전당대회를 열어 당 지도부에 대한 당원들의 재신임을 묻자"고 요구했다.      

 

문 의원은 자신의 주장이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지난 1일 의원총회 뒤 9명 정도 의원들이 모여서 의견을 교환했다는 것이다. 그는 비공개토론 뒤 기자들과 만나 "참석자들 대부분 나와 비슷한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부분 의원들은 문 의원의 '조기전대론'에 당황스럽다는 표정이다. 1일 문 의원과 함께 모여 불만을 나타낸 의원들조차 "너무 앞서간다"고 말하는 상황이다.  

 

특히 정세균 지도부와 같은 입장에 놓인 의원들은 문 의원의 주장에 흥분하고 있다. 대표비서실장인 '386' 강기정 의원은 이날 문 의원의 발언 뒤 곧바로 마이크를 잡고 열변을 토하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강 의원은 "등원 결정은 당 대표가 가능한 많은 의원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한 것"이라며 "도대체 어떤 이유로 당내 민주주의가 안 된다는 것이냐, 팩트를 왜곡하지 말라"고 언성을 높였다. 그는 박지원 정책위의장 임명을 독단적 당 운영이라고 주장한 문 의원을 향해 "최고위원과 원내대표까지 모두 동의한 사안"이라고 적극 반박했다.

 

"당 대표가 원내대표와 역할분담을 하지 않는다"는 주장에도 그는 "당헌, 당규상 민주당은 원톱 체제"라고 맞받았다.

 

 

'DY 복당 선결처리' - '의원직 사퇴서 반려' 주장도  

 

문 의원의 '조기전대' 주장으로 파문이 커질 조짐을 보이자 몇몇 의원들은 '대통합' 원칙을 내세우며 분위기 정리에 나섰다고 한다. 오후 토론에서는 '포스트 DJ-노무현' 시대의 주요 전략으로 제출된 '생활정치' 실현 방안을 발언 주제로 삼아 토론 방향도 바꾸려고 했다.

 

이날 발언한 의원들은 모두 26명. 대부분 민생정치 강화나  4대강 사업 백지화, 부자감세 철회 등에 당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무엇보다 당내 소통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당 지도부와 의원들간 대화 채널을 열어놓자는 대안을 마련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해묵은 불만'을 가진 의원들의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DY 측근인 최규식 의원은 "DY 복당을 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거듭 요구했고, 당 지도부의 '의원직 전원사퇴'를 반대한 조경태 의원도 "사퇴서를 다 반려하자"는 기존 주장을 들고 나왔다.

 

때론 감정 섞인 말들도 오간 탓에 민주당 의원들은 가까운 기자들에게도 비공개 토론 내용을 말해주기 꺼렸다. 점심시간에 만난 한 재선의원은 "철저한 함구령이 내려져 지금 뭐라 말할 수 없다"고 푸념하듯 말했다.


태그:#민주당, #의원워크숍, #문학진, #강기정, #조기전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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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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