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이명박 정부의 두 번째 총리 후보자로 발표되자 민주당에서는 "의외다"라는 반응이 많았다. 밖으로 내보이진 않았지만, 차기 대선주자로 영입하는 데 공을 들였던 터라 실망감이 큰 눈치다.

"MB-정운찬 조합은 한복바지에 양복상의 입은 것... '수석장관'에 그칠 것"

공식 논평에 나선 노영민 대변인은 "정운찬 총리 후보자의 그동안의 발언에 비춰볼 때, 대통령과 총리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소신을 접어야 공존이 가능한, 어울리지 않은 조합"이라며 "한복바지에 양복상의를 입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아침에 정운찬 전 총장을 내정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정 전 총장이 가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며 "이명박 대통령과 생각이 많이 다르고 지금 간다고 해도 특별한 도움이 안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성격상 총리에게 권력을 나눠주지 않을 것"이라며 "각 장관들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정도로만 그칠 것이기 때문에 '수석장관' 정도의 역할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효석 의원도 "원래 정운찬 후보자는 금융경제를 전공한 사람이라서 한국은행 총재를 하면 딱 좋을 사람"이라며 "총리로 간다는 게 좀 의외"라고 말했다.

최재성 의원은 "정운찬 후보자 발탁은 충청권 민심을 안고 중도실용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라며 "하지만 결과적으로 정 후보자에게도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 의원은 김영삼 정부 시절 YS와 이회창 총리 관계를 업급한 뒤 "원래 정운찬 후보자도 많은 부분에서 MB에 반대하는 처지였다"며 "그런 사람이 들어가서 자기 소신을 살린다면 MB와 마찰을 빚을 것이고, 곡학아세 한다면 자신에게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MB의 총리 인선 제1조건은 '세종시 원안 포기자'"

자유선진당에는 정운찬 후보자가 '충청 출신'이라는 점이 부담스러운 분위기다. 박선영 대변인은 "억지 충청 총리"라는 표현을 썼다. 특히 정 후보자가 총리 내정 직후 "세종시를 수정해서 추진하겠다"고 말한 데 격분했다.

박 대변인은 "강한 추진력을 발휘해야 할 MB정권 2기의 총리로서 과연 적합한 인사인지는 의구심이 든다"며 "게다가 정운찬 총리 내정자는 제1성으로 '세종시는 원안대로가 아니라 수정해서 추진하겠다'고 발언한 것은 그 자체로서 총리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국회청문회와 동의절차도 거치지 않고 어떻게 그런 무책임한 발언을 할 수 있는가?"라며 "결국 MB정부의 총리인선 제1조건은 바로 '세종시 원안포기 수용자'였던 셈"이라고 꼬집었다. 

김석수 창조한국당 대변인은 "한반도 대운하와 4대강 사업에 비판적인 정운찬 내정자가 이명박 대통령과 어떻게 호흡을 맞출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나, 다수 국민의 뜻을 수렴해 민의에 기반한 대통령과 청와대가 될 수 있도록 비판과 직언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포장지를 바꾼 예상밖 총리카드인 것은 사실이지만 국정에 대한 반성과 평가가 전제되지 않은 이미지 개각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우 대변인은 "그동안 일방독주식 국정운영을 주도해왔던 회전문 인사들이 청와대에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개혁성향을 띠고 있다고 하더라도 정운찬 후보자가 얼마나 소신있게 쇄신을 펼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며 "결국 모양새를 갖추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거두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논에 장미를 심어놓은 격... 꽃이 필지 의문"

우 대변인은 "정운찬 후보자가 불통 앞에 얼마나 목청을 높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용산참사, 4대강사업, 민주주의 후퇴, 민생경제 파탄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2년 전까지 구여권의 대선후보, 혹은 민주당 대선후보로 거론됐던 분이 한나라당 정권의 신임 총리가 된 것은 원칙과 일관성이 정치신뢰의 근본이라는 점을 다시 실감하게 되는 사건"이라며 "논에 장미를 옮겨 심은 격인데, 꽃이 필 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심상정 전 대표는 "강만수 팀의 경제정책을 미시적으로 조정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살리기를 비롯한 삽질토건정책을 바로잡는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걱정된다"며 "정운찬 신임 총리 내정자가 진정으로 이명박 정권의 중도실용노선의 포장지 역할에 머무르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승수 의원은 "현재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근원적 처방의 내용이 이번 개각으로 나타났다면, 용산참사 해결과 민주주의 후퇴, 부자감세 등의 우리사회 핵심적 난제들에 대해 분명하고 구체적인 해법을 신임 총리가 내놓야 한다"고 주문했다.